원불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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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편윤리와 정산 종사의 삼동윤리 실천론 – 이광성

교학대학 원불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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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편윤리와 정산 종사의 삼동윤리 실천론 – 이광성

세계보편윤리와 정산 종사의 삼동윤리 실천론

 

 

이광성

 

 

 

 

 

 

 

 

 

 

 

 

 

 

 

 

 

 

 

 

 

 

 

 

 

 

 

 

 

. 서 론

 

세계는 교통, 통신의 발달로 인하여 상대적 거리감이 축소되었고, 국경을 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부문에서 교류가 활성화되어, 국제사회의 상호 의존성이 증대되어 가고 있다. 이는 곧 개인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에서 멈추지 않고, 국가의 문제도 한 국가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끼치게 됨을 보여준다. 이러한 영향으로 국제 사회에서 갈등과 이념의 차이로 인한 수많은 전쟁, 인종에 대한 불평등,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인권 문제, 빈부격차와 기아문제, 그리고 환경오염 등의 문제들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다. 하지만, 근대 사회가 바탕이 되어 만들어진 이념과 제도는 지금의 인류가 마주하고 있는 수많은 문제를 다루기에는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는 사실과 이 문제를 소수가 아닌, 모두가 함께 풀어가야 한다는 점들이 더 분명해지고 있다.

우리 인류를 위해 노력하는 유엔에서는 이러한 세계적 문제들에 대한 윤리적 조명이 시작되었고, 세계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 그것이 바로 보편윤리의 재정립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시대와 장소를 넘어, 인류에게 타당하다고 인정되어 적용할 수 있는 공통도덕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비롯하여 자유, 평등과 같은 보편적 가치에 대한 윤리이다. 그리고 새로운 해답으로써 이 문제를 모두가 함께 풀어가야 한다는 입장과 지금의 세계는 새로운 보편윤리에 대한 재정립의 필요성이 요청되고 있다는 점을 공론화하기 시작한다.

이어서 세계적인 신학자 한스 큉(Hans Küng, 1928~)은 그의 저서 ‘세계윤리구상’을 통해 “세계윤리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며 윤리의 절대적 기준을 제공했으며, 종교의 평화 없이는 세계 평화도 없고 종교의 대화 없이는 종교의 평화도 없다.”라고 밝히면서 인류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세계윤리의 문제를 제기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여전히 종교의 중요성을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한스 큉은 세계의 종교가 현재 이미 윤리 분야에서 공통으로 갖고 있는 최소내용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종교의 대화와 협력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고 있고, 이를 통해 세계가 필요한 새로운 보편윤리를 제시하고자 했다.

다종교시대를 맞이한 지금, 진정한 의미의 종교간 대화와 협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각 종교에서는 타 종교를 이해하며, 각각의 종교들이 가진 핵심내용 중에서 인류공동체를 위한 최소한의 가치를 드러내고 공유할 수 있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각 종교는 자신들만의 이익이 아닌 시대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사명이 있음을 알고, 서로 협력해야 한다.

원불교의 제2대 종법사인 정산 송규 종사(이하 정산 종사, 1900~1962)는 소태산 대종사(1891~1943)의 일원주의를 계승하여 앞으로 세계인류가 크게 화합할 대동의 관계를 밝힌 삼동윤리를 제창하였다. 삼동윤리는 장차 우리 인류가 나아가야 할 하나의 세계를 밝힌 윤리강령임을 밝히고 있으며 종교, 인종, 이념, 과학, 생태 등 다가올 21세기의 인류적 현안의 해결과 긴밀히 상관된 사유의 범위로써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21세기 세계화 과정에서 등장하는 인류의 공동 과제 앞에 세계보편윤리는 과연 무엇이며, 그 역사적 전개과정과 그 사상적 의미는 무엇인지를 찾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정산 종사의 삼동윤리가 어떠한 세계보편윤리적 가치를 가지는지 그 의미를 찾아보고 모든 인류에게 적용이 되는 가치로써 제시하고자 한다. 이어서 삼동윤리의 사상적 근거와 정산 종사 이후 교단 내에서는 어떻게 실천하려고 노력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삼동윤리의 실천강령으로 ‘종교간 이해를 통한 동원도리 실천’, ‘은사상과 생명중심사상에 바탕한 동기연계 실천’, ‘UR 운동을 통한 동척사업 실천’의 실천론을 제시하여 인류의 보편윤리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 세계보편윤리

 

우리는 국경을 넘어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의 교류가 쉽게 이루어지고, 세계가 축소된 현상인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는 많은 부분에서 위기를 겪고 있다. 환경, 빈곤, 종교갈등, 전쟁과 같은 문제들은 결코 개인이나 사회, 국가 차원에서는 해결하기 힘들게 되었고, 국경을 넘어 소수가 아닌 모두가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윤리를 모색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 지구를 위한 새로운 윤리가 요청되는데, 그것이 바로 세계보편윤리이다. 이는 스위스 출신의 신학자인 한스 큉의 저서 ‘세계윤리구상’에서 밝힌 이후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된 개념으로, 이를 통해 큉은 지금까지 축적되어 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보편성을 가지는 ‘전 지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빠르게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에게는 보편성과 구속력을 가진 세계보편윤리가 필요하고, 진정으로 인류공동체의 실현을 위한 보편적인 윤리에 대한 깊은 고민과 함께 세계보편윤리를 어떻게 실천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들이 중요하다.

이 장에서는 인류공동체가 겪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이 과거부터 많이 이루어졌는데, 이 가운데 종교계와 UN(United Nations) 산하의 UNESCO(United Nations Educatio 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의 기구에서 전개된 과정들을 살펴보고, 세계보편윤리의 핵심내용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세계보편윤리의 역사적 전개과정

 

1) 종교계와 세계보편윤리

종교계에서의 세계보편윤리에 대한 논의는 1893년 시카고 종교 의회(World Parliaments of Religions)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시카고 종교 의회에 참석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로 다른 종교인들이 도덕적 원칙에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아이디어를 낸 챨스 보니가 생각하는 시카고 종교 의회의 목적 중의 하나는 ‘황금률’을 종교 간 합일의 근거로 만들어 세계 사람들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즉 많은 종교의 근원적인 일치는 종교적인 삶에 있어서의 도덕적 선행에 있다는 것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시도는 100년이 지난 1993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종교의회 100주년 기념대회에서 결실을 보았다.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종교의회 100주년 기념대회에서 채택된 ‘하나의 지구윤리를 향한 선언(The Declaration Toward a Global Ethic)’은 인간 중심, 실천중심의 종교 다원주의 사회를 실현하는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세계종교회의 100주년 기념대회에서 지구윤리 선언이 채택되면서 지구윤리 문제는 인류의 중심문제로 선포되어졌다. 지구윤리 선언의 내용 가운데 핵심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세계는 지금 고통 속에 있다. 그 고통은 너무 광범위하고 급박하여 우리는 그 고통의 뿌리가 얼마만큼 깊은 것인지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평화는 우리를 교묘하게 피해가고 있고, 지구는 파괴되고 있으며, 우리 이웃은 공포 속에 살고 있고,남녀는 서로 소외되고 있고,많은 아이들이 부당하게 죽어가고 있다.(중략)우리는 먼저 지구의 생태계 파괴를 비난한다. 그리고 우리는 생명의 가능성을 질식시키는 가난, 인간의 신체를 허약하게 하는 기아 그리고 많은 가정을 파괴로 몰아 넣는 경제적 불평등을 비난한다.(중략)여기에 우리는 선언한다. 우리 모두는 서로가 의존하고 있다. 우리 각자는 전 지구의 복지에 의존하고 있고,따라서 우리는 생명체들의 공동체, 인류·동물·식물 그리고 지구·공기·물·흙에 대하여 경외심을 가져야 한다. (중략) 우리는 인류를 하나의 가족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서로에게 친절하고 관용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만을 위하여 살아서는 아니되며 남을 위해서도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중략)우리의 지구는 각 개인의 의식이 먼저 바 꾸어지지 않는 한 더 좋게 변화될 수가 없다. 우리는 명상, 기도, 적극적인 사고로 우리의 마음을 훈련하여 우리의 지각을 넓혀 가도록 약속하자. 모험과 희생의 각오 없이 우리의 현 상황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는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헌신하고 또한 이 <지구윤리>에 헌신하도록 하자.

 

세계종교회의 이후, 한국종교계에서는 1993년 11월 ‘한국종교인 지구윤리 성명서’를 발표하였는데, 시카고 종교 의회의 지구윤리와 같이 생명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종교계의 지구윤리에 대한 구상은 세계종교인평화회의(WCRP)의 모임에서도 나타나 세계 종교 지도자들이 모여 종교적,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세계 각국의 문제들을 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2) UNESCO와 세계보편윤리

세계보편윤리에 대한 모색은 종교계뿐 아니라 UN과 관련된 기구 특히 UNESCO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지구윤리 또는 세계윤리라고도 할 수 있는 것으로, 지난 20세기 말부터 유네스코 철학·윤리국에서 보편윤리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1997년 3월 파리에서 ‘보편윤리를 위한 서언’을 주제로 국제전문가회의를 열었다. 인류가 빈곤, 저발전, 환경 악화, 인구 폭발, 부패, 편협 및 사회적 배척과 같은 세계문제를 다루는 데 도움을 줄 몇몇 이념, 가치, 규범을 한데 묶음으로써, 이 계획이 21세기에 대두되는 세계사회를 위한 기본윤리 원칙을 확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적으로 이루어졌고, 회의는 무엇보다도 세계보편윤리를 위한 개념적, 철학적 기초를 다지기 위해 구상되었다.

제2차 보편윤리계획 회의는 1997년 12월 첫째 주에 나폴리에서 이탈리아 철학연구원 협찬으로 열렸다. 이 회의에는 보편윤리에 선구적인 작업을 해온 철학자,윤리학자. 인류학자,정치학자 등 30여명이 참가했다. 참가자 중에는 한스 큉, 카를- 오토아필, 러드 러버스, 이홍구. 투웨이밍. 하산하나피, 헨리 애를란이 있었다. 회의는 문화적 다양성 시대에 보편성의 의미, 세계화의 윤리적 함축성, 문화적 차이를 넘어 인식할 수 있는 도덕적 보편성의 목록과 정당화였다. 이 두 차례 회의는 유네스코 철학윤리국 직원들의 조사, 검토와 함께 보편윤리 계획의 구성과 내용을 만드는데 실질적으로 기여를 했다. 나폴리 제2차 회의 참가자 대부분이 지지한 이 합의는 보편윤리 계획을 정면으로 ‘윤리적 최대주의(ethical maximalism)’ 쪽에 서도록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다. 이후, 1999년 한국에서 ‘보편윤리와 아시아 가치’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다문화 세계에서의 보편주의’라는 주제로 제1회 세계인문학포럼을 개최하였고, 간행물인 ‘유네스코뉴스’를 통해 보편윤리에 대한 다양한 토론회 개최 및 전문인들의 칼럼을 기재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공론화하고 있다.

이처럼 종교계와 UNESCO 철학·윤리국 등에서 과거부터 인류 공동의 과제 앞에서 수차례 많은 논의가 이루어진 것을 확인해봤다. 비록 이렇게 종교계와 UNESCO를 각각 나누어서 살펴봤지만, 공도의 보편윤리를 제시하기 위해 양쪽이 같이 어우러져서 나아갔다. 다만 종교계에서 먼저 이에 대한 논의들이 이루어졌고, 종교에만 머무르지 않고 후에 철학계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철학적 기반을 마련하는데 주력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세계에서 이루어진 이러한 활동들은 이후 각국에서도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는 우리 앞에 놓인 과제가 더 이상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전 인류의 공동 과제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1. 세계보편윤리의 핵심내용

 

세계화는 더 이상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기에 우리에게 남아 있는 과정은 ‘어떠한 모습의 세계화를 맞이해야 하는가?’로 볼 수 있다. 그것을 위해 바람직한 판단기준이 필요하며, 이러한 과정으로 전 세계의 대다수의 시민이 수용할 수 있는 공통의 윤리적 기준과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공동작업이 필요하다. 즉, 이는 세계보편윤리로, 세계 어디서나 적용되고 수용될 수 있는 윤리이며 가치판단과 직결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이 보편윤리의 바탕이 되어야 하며, 어떤 원칙이 보편윤리에 포함돼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여기서 가장 핵심적 부분은 바로 보편윤리를 설정하는 ‘보편’이라는 단어이다. 이것은 누구나 지켜야 하는 절대성 내지는 최소한 대다수가 공감하고 지킬 수 있는 틀을 제공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동가치가 어디에서 기원하며, 그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형이상학이나 도덕적이거나 인식론적인 차원에서 설명하려 하든지, 또는 종교 교리 차원에서 논의를 하려할 때 우리는 난관에 봉착한다.

공동가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지금의 상황에서 테러와 갈등, 대립, 빈부격차, 종교의 근본주의 등의 문제들이 발생하는 이유는 안타깝게도 제대로 된 공동가치가 제시된 적이 없다는 점이며, 심각한 문제로 그러한 가치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자신의 편의대로 집행하려는 강자를 어떻게 견제하고 평가할 것인가 하는 즉,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구조적인 문제에 있다. 이제는 하나밖에 없는 이 좁은 지구 위에서 인간답게 더불어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폐쇄적인 국가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 개방적인 방향으로 바꿔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특정한 문화와 관점으로 다른 문화를 해석하거나 재단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모든 문화와 종교적 특성의 공통적인 가치를 발견하여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배우고자 하는 태도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세계화의 과정에서 다같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더 큰 개념으로 인간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최소한의 상호적인 규범을 제공하고 인류의 생존을 위한 정책과 교육 및 계몽에 중점을 둘 때 종교간 대화나 협력은 좀 더 가능해진다. 여기서 강조되고 있는 점은, 타종교나 전통과의 대화는 자기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남과 더불어 화합하고 이해하려는 정신이 있을 때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세계화의 과정은 우리로 하여금 남에게서 배울 수 있는 자유와 자유로운 사고와 선택의 폭을 넓혀 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 자유, 관용성, 사회적인 책임 등과 같이 평화를 위해 점점 세계적인 공동가치로 부상하고 있는 가치들을 문명과 종교간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발견하고 수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산종사탄생백주년 성업봉찬회 주최로 유엔본부에서는 2000년 4월 12일 유네스코가 입안중인 “21세기 보편윤리헌장”마련을 위한 회의가 열렸다. 각국의 정치지도자 석학 외교관 등 3백여명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는 원불교 정산 종사의 삼동윤리사상이 지구촌 공동체가 지녀야 할 도덕적 보편윤리로 제시되어 관심을 모았다. 여기서 밝힌 삼동윤리는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 대종사의 뒤를 이어 제2대 종법사를 지낸 정산 종사가 1962년 1월에 발표한 것으로, 동원도리(同源道理)ㆍ동기연계(同氣連契)ㆍ동척사업(同拓事業 )의 세 가지를 말한다. 동원도리는 모든 종교와 사상의 근원이 하나임을 밝혀 모든 종교와 사상이 회통 하는 근본 이치를 밝히고, 동기연계는 모든 인류와 생명체가 하나의 기운으로 연계된 동포임을 밝혔으며, 동척사업은 모든 주의와 사업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있음을 밝혀, 인류공동체가 함께 실천할 원리와 덕목을 제시한 것이다. 이날 회의 결과는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고돼 동년 9월에 열리는 새천년 유엔정상회담에 제출되며 유네스코가 진행하고 있는 보편윤리 프로젝트에도 반영되었다.

그리고 ‘보편윤리 새천년 유엔회의 준비위원회’ 대표 이오은 교무는 개막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세계 평화와 정의실현을 위해선 국제사회 윤리의식이 제고돼야 하며 원불교와 유엔이 추구하는 이념이 이 부분에서 일맥상통해 이같은 주제로 총회를 개최하게 됐다. 그리고 특히 삼동윤리는 원불교의 윤리헌장으로 일종의 공동체 사명의식이며, 유엔헌장의 정신을 실현하는데 강한 영적 가치와 윤리적 기반을 제공해 준다.

 

이와 더불어, 세계윤리구상을 통해 세계보편윤리에 대한 연구를 처음으로 시작한 한스 큉은 유네스코의 21세기 보편윤리헌장과 정산 종사의 삼동윤리의 내용에 대한 공감이 이루어져 2000년 9월 원광대학교 국제학술대회에 기조 강연자로 초대되었고, 정산 종사의 삼동윤리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소태산의 후임자인 정산종사가 삼동윤리 교리를 발전시킨 것에 대해 더욱 놀랐습니다. 첫 번째 원리인 ‘동원도리(同源道理)’는 공동의 윤리적 가치와 원리에 바탕해 종교 간 대화와 평화를 진작시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원리인 ‘동기연계(同氣連契)’는 모든 인류뿐만 아니라 인간과 관계된 존재들의 근본적 존엄성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오래된 ‘황금률(Golden Rule)’인 ‘당신이 당신에게 원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베풀라’라고 하는 내용과 같습니다. 세 번째 원리인 ‘동척사업(同拓事業)’은 선한 의지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선한 사회를 위해 우리의 전 지구의 평화를 위해 협력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유네스코와 세계적인 신학자 한스 큉 등 모두가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 세계보편윤리의 방향과 미래의 종교윤리로서의 삼동윤리가 조명되기 시작했다. 정산 종사는 세계화가 진정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보편윤리 정립의 필요성을 예견하고 있었고. 정산 종사의 삼동윤리는 21세기 인류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실천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윤리강령은 종교 간의 대화, 세계시민의 덕목, 평화운동, 환경운동,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다양한 활동의 이론적, 실천적 모델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 정산 종사의 삼동윤리 내용 분석

 

삼동윤리는 정산 종사의 회갑(1961, 원기 46년)을 맞이하여 대중집회에서 처음 발표되었고, 정산 종사의 열반 시 최후의 게송으로 전해졌다. ‘한 울안 한 이치에, 한 집안 한 권속이 한 일터 한 일꾼으로 일원세계 건설하자’는 말로 쉽게 풀이하여 발표되기도 하였다. 정산 종사는 삼동윤리를 “대종사의 일원 대도에 근거한 대세계주의로서 곧 천하의 윤리요, 만고의 윤리”라 천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삼동윤리는 곧 앞으로 세계인류가 크게 화합할 세 가지 대동(大同)의 관계를 밝힌 원리니, 장차 우리 인류가 모든 편견과 편착의 울 안에서 벗어나 한 큰 집안과 한 큰 권속과 한 큰 살림을 이루고, 평화 안락한 하나의 세계에서 함께 일하고 함께 즐길 기본 강령이니라. 지금 시대의 대운을 살펴보면 인지가 더욱 열리고 국한이 점차 넓어져서 바야흐로 대동 통일의 기운이 천하를 지배할 때에 당하였나니, 이것은 곧 천하의 만국 만민이 하나의 세계 건설에 함께 일어설 큰 기회라, 오래지 아니하여 세계 사람들이 다 같이 이 삼동윤리의 정신을 즐겨 받들며, 힘써 체득하며, 이 정신을 함께 실현할 기구를 이룩하여 다 같이 이 정신을 세상에 널리 베풀어서 이 세상에 일대 낙원을 이룩하고야 말 것이니라. 그러므로, 이러한 좋은 시운에 이러한 회상을 먼저 만난 우리 대중들은 날로 달로 그 마음을 새로이 하고, 이 공부 이 사업에 더욱 정진하여 다 같이 이 좋은 세상 건설에 선도자가 되어 주기를 간절히 부탁하노라.

 

법문의 내용은 크게 3가지로 파악할 수 있다. 첫 번째, 삼동윤리의 의의에 관한 것으로 삼동윤리가 미래 이상세계의 큰 이념적 틀이 될 것을 분명히 하였다. 두 번째, 당대 및 미래 세계의 정황을 말한 것으로 세계가 하나로 통일되어 낙원을 이룩하는 대운을 맞고 있다고 인식하였으며 세 번째, 신도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정진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그리고 이 글 전반을 통하여 뚜렷이 흐르고 있는 취지는 대동, 한 큰 집안, 하나의 세계, 낙원, 좋은 세상 등의 표현에서 보듯 이상사회에 대한 강렬한 소망 및 실현 의지를 살펴볼 수 있다. 이는 곧 삼동윤리는 대동의 세계를 건설하기 위한 윤리를 밝힌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삼동윤리는 소태산 대종사의 일원 대도에 근거한 대세계주의로서 이를 구체화한 세 가지 실천강령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정산 종사의 삼동윤리의 특징을 크게 두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정산 종사의 삼동윤리는 고대 중국에서부터 발전되어진 유가 사상의 이상적 세계로 생각했던 대동사상을 보편윤리로 발전시켰다. 두 번째는 소태산 대종사의 일원주의 사상을 삼동윤리로써 보편화하여 실천하려고 했다.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동(大同)은 중국 고대로부터 전래되어 온 이상사회의 개념이며 오늘날도 이 개념은 유토피아적 사회를 가리킨다. 대동의 개념은 ‘예기(禮記) 예운편(禮運篇)’에서 종합되어, 제가(諸家)의 이상사회상을 종합하고 있다. ‘대동’은 ‘소강’과 구별되는 개념으로서 공자가 노국(魯國)의 사제(蜡祭)에 참례했을 때 자유(子游)의 물음에 답하면서 언급되고 있다. 여기서 대동은 대도가 행해지는 때이고 그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공의가 구현’되는 것이다. 반면 소강 사회에 대한 묘사는 다음과 같다.

 

지금은 대도가 숨어버리고 천하는 사유가 되었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부모만 부모로 대하고,자신의 자식만 자식으로 대하며,재화와 노력은 자신만을 위하여 사용한다. (중략) 밭과 마을의 경계를 세우고,용맹과 지혜를 존중하며,자기를 위하여 공을 세운다 그러므로 간사한 꾀가 생겨나고,전쟁도 이로 인해 일어난다. (중략) 만약 이것을 따르지 않는 자가 있으면 권세가 있는 자라도 백성으로부터 배척당하여 끝내는 멸망하였다. 이런 세상을 소강이라 한다.

 

이러한 대동 세계를 위한 노력은 근세까지 이어져 왔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양명학의 대동사상이다. 양명학은 농민이나 상인계층의 자각과 더불어 사회구조에 대한 갈등이 누적되어 있어, 이러한 배경으로 모든 사람의 평등한 삶을 강조하였다. 이어서 강유희의 대동 사회는 서구 문명이 유입된 문화적 충격을 흡수하여 새롭게 제시된 모델인데, 급진주의적이며 이상주의적 요소가 강하긴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세계를 일가로 하는 세계주의와 계급차별을 넘어선 만민평등의 이념을 담고 있다. 이러한 영향을 받은 박은식의 대동 사회론은 서구적 과학문명만으로는 이상사회를 건설할 수 없으며 유가적 인의 정신이 주축이 된 도덕문명이 발달해야 참된 의미의 이상사회가 건설된다고 생각하며 그 실현 주체로서 대동교를 창립하여 국내의 대동교 운동이 전개되었다.

정산 종사의 대동 세계를 앞서 살펴본 사상가들과 같이 대세계주의로도 살펴볼 수도 있으며 이는 인간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일체중생까지를 포함하는 가장 큰 이념으로 볼 수도 있다. 앞서 살펴본 강유위와 박은식 등은 국가의 생존이나 동양사회의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제시된 것이라면 삼동윤리는 이러한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갈등상황을 조절할 수 있는 원리로 제시된 것이다. 하지만 그들과 정산 종사의 궁극적인 하나의 세계를 건설하려는 대동사회의 공통된 정신은 상통된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정산 종사는 소태산 대종사의 일원주의 사상에 근원하여 삼동윤리 사상을 발전시켰다. 구체적으로는 소태산 대종사의 일원주의와 은사상, 강자 약자 진화상의 요법에 기반한 중정의 도를 실현하는 것에 근거한 것으로, 동원도리, 동기연계, 동척사업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 동원도리

 

삼동윤리의 첫째 강령인 동원도리는 ‘모든 종교와 교회가 그 근본은 다 같은 한 근원의 도리인 것을 알아서, 서로 대동 화합하자는 것’을 밝혀 종교의 근원적 토대가 하나임을 밝히고 있다. 이는 소태산 대종사의 일원주의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일원(一圓)의 진리를 신앙하고 수행의 표본으로 삼아 모든 종교의 교지(敎旨)도 이를 통합하여 광대하고 원만한 종교를 신앙하는 사람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소태산 대종사는 “세계의 모든 종교도 그 근본되는 원리는 본래 하나이나,교문을 별립하여 오랫동안 제도와 방편을 달리하여 온 만큼 교파들 사이에 서로 융통을 보지 못한 일이 없지 아니하였나니,이는 다 모든 종교와 종파의 근본 원리를 알지 못하는 소치라 이 어찌 제불 제성의 본의 시리요.”라고 말하며 모든 종교의 근원은 하나로서, 종교적 신념으로 인한 갈등과 대립은 성자의 근본 뜻을 모르는 일이라고 단언하였다. 예를 들어 세계 성자들의 핵심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공자는 “내가 당해서 싫은 것 남한테 하지 마라.”라고 말하고, 예수는 “네가 갖고 싶은 것 남한테 해라.”, 부처님은 “네가 고통받기 싫듯이 남한테 고통을 주지 마라.”, 마호메트는 “네가 바라는 걸 네 형제를 위해서도 바라라.”라고 하나같이 말한다. 즉, 모든 성자들은 남을 나처럼 느끼게 되고, 이 우주마저도 나랑 둘이 아니라고 하나같이 말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깨달음을 통해, 소태산 대종사는 천도교인을 만나면 천도교를 배우게 되고, 그리스도인을 만나면 그리스도를 배우게 된다고 하였다. 이웃종단에 대한 그의 열린 태도는 오랫동안 개신교를 신앙하였던 한 장로가 그의 제자가 되고자 하는 내용의 법문을 통해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예수교에서도 예수의 심통 제자만 되면 나의 하는 일을 알게 될 것이요,내게서도 나의 심통제자만 되면 예수의 한 일을 알게 되리라.”

삼동윤리 중 동원도리는 이러한 이치가 그대로 수용되어 있다. 즉 종교의 근본은 그 형식과 이름을 달리 표현되어도 하나로 통하고 있으며, 세계의 모든 종교가 한 집안과 같이 회통하고 있다고 한 것이다. 이는 나아가서 다종교사회에서 종교간의 갈등을 근원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한 것이다. 이것을 종교의 다원주의에서 회통적 다원주의로의 전환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2.동기연계

 

동기연계는 모든 인종과 생령이 하나의 기운으로 연계되어 있음을 깨닫고 대동 화합하자는 것을 말한다. 정산 종사는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다양한 인종과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모든 인류가 ‘천지를 부모 삼고 우주를 한 울안 삼는 자리에서’ 한 동포임을 역설하였다. 정산 종사는 나아가 모든 만물이 같은 이치로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동기연계는 소태산 대종사의 은사상에 바탕하여 정산 종사가 계승한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우주의 궁극적 진리를 ‘일원상(一圓相)의 진리’라 표현하고 그 일원상의 진리를 사은(四恩)신앙과 삼학(三學)수행의 두 측면으로 밝히고 있다. 그중 사은은 모든 존재가 ‘없어서는 살지 못할 관계’로 규명하고 있으며, 그 관계를 인과보응의 원리로 설명하고 있다. 모든 존재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필연적이며 원초적 은(恩)임을 강조하고 은의 구체적 범주를 천지은, 부모은, 동포은, 법률은의 네 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소태산 대종사는 은의 세계는 우주 내의 모든 생령뿐 아니라 우주 자체가 총체적으로 연기적 은혜의 관계를 지니고 있음을 설정한다. “우리가 동포에게서 입은 은혜를 가장 쉽게 알고자 할진대 먼저 마땅히 사람도 없고 금수도 없고 초목도 없는 곳에서 나 혼자라도 살 수 있을 것인가 하고 생각해 볼 것이니”와 “금수 초목까지도 우리에게 도움이 됨이니라, 초목 금수도 연고 없이는 꺾고 살생하지 말 것이니라.”라는 내용을 통해서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난 생명 중심주의로 전환할 것을 살펴볼 수 있다. 즉, 동물과 식물을 포함한 모든 생령들이 우리 인간과 그 뿌리가 같다고 본 것이다.

류병덕은 “사은 없이는 우리가 존재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생명 관계를 파악함으로써 근본은(根本恩)을 발견하고 그 피은의 도를 따라 보은을 하자는 것”이라고 사은의 근본적인 의미에 대해 해석하고, 사은을 인과보응의 신앙문이라 한 것에 대해 “사은은 상생의 인과, 즉 불타(佛陀)가 가르친 연기성(緣起性)과 상통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원불교에서는 사은신앙(四恩信仰)이라 하여 은(恩)이 신앙의 본질로 있는데, 이 은의 존재론적 해명과 더불어 이 사은이 인간의 윤리 도덕의 근거”가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 은사상은 나아가 상생의 가치관의 근원이 된다. 이는 소태산 대종사의 음양 상승의 도로 생각해볼 수 있는데, 인과의 작용이 곧 우주 운동의 작용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즉 이 작용은 우주 안의 모든 사물들의 상호의존과 상호연결이라는 본질적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하여 자연을 파괴하면 곧 인간도 온갖 재해를 겪게 될 것이고, 화목하게 지내지 못한다면 자신 역시 안락하고 화목하지 못하게 됨을 보여준다. 우주라는 큰 울타리 안에 있는 우리들은 곧 공생의 관계로써 인간과 만물의 평화로운 공존을 통해 충돌과 대립을 피하고 서로 상생의 가치로써 나아가야 한다. 이처럼 은사상에 입각한 정산 종사의 삼동윤리는 세계보편윤리에서 말하는 인간중심주의에서 생명중심주의로 윤리의 중심을 전환하고 있으며, 정산 종사는 연기적 범 생명체의 윤리를 밝히고 있다. 그중 둘째 강령인 동기연계(同氣連契) 사상은 이를 구체화하고 있다. 이는 우리 인류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실천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3.동척사업

 

동척사업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있음을 밝혀, 인류공동체가 함께 실천할 원리와 덕목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유교의 중정(中正)의 도를 강조하여 조화의 도를 밝히고 있다. 정산 종사는 “모든 사업이 본래 동업인 것이며, 세계의 모든 사업이 다 한 살림을 이루어 마침내 중정(中正)의 길로 귀일하게 될 것이니, 우리는 먼저 이 중정의 정신을 투철히 체득하여 우리의 마음 가운데 모든 사업을 하나로 보는 큰 정신을 확립하며, 나아가서는 이 정신으로써 세계의 모든 사업을 중정으로 통일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니라.”라고 강조하고 있다.

중정은 곧 어느 것에도 편중되지 않으면서 중도를 실천하는 바른 길을 의미한다. 즉, 모든 인류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인류를 위한 사업을 하는 일임을 깨우쳐 서로 다를지라도 상호 간에 화합하는 정신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정산 종사의 중정의 도에 바탕한 동척사업은 소태산 대종사의 ‘강약 진화상 요법’의 원리를 기초한 것이라 본다. 소태산 대종사는 “세상에는 강과 약 두 가지로 구성이 되었으니 강자와 약자가 서로 마음을 화합하여 각각 그 도를 다하면 이 세상은 영원한 평화를 이루려니와 만일 그렇지 못하면 강자와 약자가 다 같이 재화를 입을 것이요, 세상의 평화는 영원히 얻지 못하리니”라고 말하면서 강자와 약자가 함께 발전하는 원리이자 평화 공존의 원리를 제시했다. 소태산 대종사는 강자 약자진화상의 요법을 통해 당시의 시대적 투쟁과 대립의 관계를 살피고, 화합과 협력으로 평화의 길로 모두가 함께 걸어갈 원리와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곧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낙원 세계를 건설하자는 말로 모든 인류가 함께 힘을 합하여 대립의 세계를,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조화의 세계로의 전환을 말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소태산 대종사는 원불교를 창시하고 바로 저축조합을 만들고, 그 수입을 바탕으로 방언공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1919년 전국적으로 3.1 만세운동이 일어났고, 이를 기점으로 소태산 대종사는 혈인기도를 진행하였다. 이 기도를 통해서 소태산 대종사는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세상을 구할 뜻을 가진 우리로서 어찌 이를 범연히 생각하고 있으리요. 옛 성현들도 창생을 위하여 지성으로 천지에 기도하여 천의(天意)를 감동시킨 일이 없지 않나니, 그대들도 이때를 당하여 전일한 마음과 지극한 정성으로 천지에 기도하여 천의에 감동이 있게 하여 볼지어다. 그대들의 마음은 곧 하늘의 마음이라 마음이 한 번 전일하여 조금도 사가 없게 되면 곧 천지로 더불어 그 덕을 합하여 모든 일이 다 그 마음을 따라 성공이 될 것이니, 그대들은 각자의 마음에 능히 천의를 감동시킬 요소가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며, 각자의 몸에 또한 창생을 제도할 책임이 있음을 항상 명심하라.

 

이는 곧 창생 구원을 목적으로, 동척사업을 실현하고자 했던 역사적 실천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소태산 대종사의 영향을 받은 정산 종사의 동척사업은 개인과 단순히 종교뿐 아니라 대립과 갈등을 벗어나 인류공동체의 정신으로, 모두가 함께 올바른 방향을 갈 수 있도록 제시하여 낙원 세계를 건설하고자 했음을 살펴볼 수 있다.

지금까지 정산 종사의 삼동윤리를 그 사상적 기반인 대동사상과 소태산의 일원주의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정산 종사의 삼동윤리는 종교정신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단순히 종교뿐만 아니라 인류 전반에 나타난 다양한 갈등과 대립, 지구적 문제점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모든 인류에게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본다. 하지만 삼동윤리가 빛을 보려면 그 이념에만 멈출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실천이 필요하다. 다음 장에서는 삼동윤리의 실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 정산 종사의 삼동윤리 실천론

 

  1. 정산 종사 이후 삼동윤리 계승

 

정산 종사의 일원주의를 구체화한 삼동윤리 정신은 원불교의 3대 지도자인 대산 김대거 종사(이하 대산 종사)에게 계승된다.

대종사님께서 이 회상을 창립하시고 가지가지 제도와 교리를 마련하신 것은 일원의 대도로써 일원의 세계를 건설하시려는 큰 작업을 시작하심이었으니 곧 일원 대도를 높이 들어 우리에게 보여주신 것이요, 선사께서는 그 대도를 이어 받으시어 일원의 세계를 건설할 실천 강령인 삼동윤리를 천명하시어 우리에게 전해 주셨으니 이것이 곧 스승님께서 끼쳐 주신 2대 유산으로서 앞으로 무궁한 세상을 통해서 우리가 배울 바도 이 길이요, 우리가 실천할 바도 이 길이며 세계가 한 가지 지향할 바도 이 길로서 이 길이 곧 세계 평화의 요체(要體)가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대산 종사는 종법사 취임법문을 통해서 소태산 대종사의 일원주의를 실현하고자 했던 정산 종사의 삼동윤리가 우리가 이어서 나아갈 방향이라고 대중에게 선포했다. 그리고 대산 종사는 세계만방에 ‘종교연합기구(United Religion Movement)’의 창설을 주장하게 되었고, 이후 해외교화와 종교연합운동을 제창하여 교단의 공부와 사업의 방향을 분명히 제시하고, 종교 간의 교류와 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였다. 1971년 원불교 반백년 기념대회 슬로건으로 “진리는 하나, 세계도 하나, 인류는 한 가족, 세상은 한 일터, 개척하자 일원세계”라 천명하였고 그 후 1979년 3월 대각개교절 기념 경축사에서 세계 평화를 위한 3대 제언을 발표하였다. 이를 간단히 정리해보면, 첫째, 종교 UN 창설로 세계의 모든 문제를 국제연합기구를 통해서 세계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전 인류의 정신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기구의 탄생을 제안한 것이다. 둘째, 공동시장의 개척은 세계 각국이 상호 교류로 자리이타의 도로 상부상조하여 경제의 균등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셋째, 심전계발의 훈련은 세계인들의 정신적인 고양을 위해 종교인들은 자신훈련 및 국민훈련과 전 인류를 훈련시키는데 먼저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삼동윤리 정신을 실현할 종합 훈련도량인 삼동원 개척을 필두로, 국내외 여러 훈련원을 설립하였고, 은혜심기운동의 일환으로 아프리카 수단, 인도 라다크 등지에서 구호활동을 하였다. 그리고 세계 속의 원불교로 도약하기 위한 해외교화 및 교당설립 종교연합 및 UN NGO활동을 통해 세계 평화에 크게 기여 했다.

대산 종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종법사로 취임한 좌산 이광정 종사는 1999년에 열린 WC RP(World Conference on Religion and Peace) 제7차 총회에 보낸 메시지에서 WCRP가 종교연합기구로서 명실상부하게 발전하도록 기원하면서, 모두가 하나의 형제요 자매임을 알고, 서로 은(恩)적 관계임을 깨달아, 약자 보호의 제도를 확립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법통을 이어받은 종법사를 필두로 교단 내에서 꾸준히 종교연합기구 활동에 참여하여 종교의 울을 넘어 함께하려고 하는 성과가 있다. 구체적인 할동 내용으로는 인류복지 선도와 재생의세 구현의 목적으로 설립된 사회복지법인 삼동회를 통해 전국에 걸쳐 노인, 아동, 장애인을 위한 사회복지를 실천하고 있고, 원기 93년(2008년)에는 사단법인 ‘삼동회 인터내셔널’을 설립하여 인도·네팔·캄보디아·아이티 등지에 무료급식 및 우물파기, 학교지원사업, 긴급 구호활동 등을 펼쳤으며 인재양성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은혜와 무아봉공의 정신으로 세계의 공익사업을 하도록 실천하는 기구는, 원기 99년 대산 종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설립한 ‘세계봉공재단’이 있다. 이는 원불교를 대표하는 국제 구호단체로 은혜와 봉공 정신을 바탕으로 공익활동 지원을 목적하고 있다.

 

  1. 삼동윤리 실천론

 

정산 종사는 삼동윤리를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매우 구체적인 실천 지침으로 제시하였다. 기존의 삼동윤리에 대한 선행논문들이 많이 있었지만, 삼동윤리의 이념이 더욱 빛을 보기 위해서는 개념을 밝히고 사상을 밝히는 것보다 이념을 통해 직접 실천운동으로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삼동윤리의 강령이, 21세기 인류가 추구해야 할 삶의 방향으로 분명히 제시되어야 하며, 이것을 실현하기 위한 모두의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다음 장을 통해 삼동윤리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이 무엇이며 구현하기 위한 3가지의 실천론을 제시하였다.

 

(1) 종교 간 이해를 통한 동원도리 실천

동원도리는 종교의 본질과 종교의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박광수는 정산 종사의 세계보편윤리는 종교의 다원주의(Pluralism)를 전제로 이루어지며, 회통적 다원주의로의 전환을 요구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의 현대사회에서 다원주의는 갈등과 대립으로 인해 많은 문제들을 발생시킨다. 다종교사회에서는 몇몇 종교들은 갈등과 대립으로 인한 전쟁, 착취 등의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 인류의 버팀목이 되고 방향성을 제시해야 할 종교이지만, 지금의 시대는 인류공동체에 오히려 위협이 되고 있다. 이는 종교의 문제뿐 아니라 다원주의로 인한 여러 갈등의 상황에서, 회통(會通)적 다원주의로의 전환은 인류의 올바른 종교관 형성에 크게 필요하다고 본다.

동원도리는 종교 간 같음(同)과 통(通)함에 대한 회통(會通)의 이념이다. 출발과 환경이 다르고 서로가 영향을 미치지 않고, 교리적·제도적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차별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구별의 대상으로 보는 자세가 필요하며, 적극적으로는 종교 간에는 같음과 서로 통하는 점이 있음을 아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종교의 고유한 사상이나 역사를 무시하고 일치와 평등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교리 및 진리의 해석을 이해하고 다양성의 존중과 함께 나아가는 ‘통(通) 종교’로써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동원도리의 관점에서는 인류에게 올바른 종교관을 형성하게 하고 이는 곧 종교 간의 만남과 상호이해를 형성하게 하며, 종교의 대립과 반목을 종식 시켜 화합과 공존의 윤리를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동원도리의 실천에 있어, ‘모든 종교의 교지도 이를 통합 활용하여 광대하고 원만한 종교의 신자가 되자는 것’의 구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원불교 교법의 주체를 확립함과 동시에 각 종교의 교지에 두루 응하여 모든 종교가 통 종교로써 회통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열린 자세로 각 종교의 교지를 활용하여 각 종교와 한마음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원불교의 이상적인 교도상이기도 하며, 모든 종교와 국한 없이 회통하여 그 교지를 통합 활용하여 제불 제성의 본의를 깨닫고, 서로 합력하여 그 본의를 구현해나가야 함을 의미하는 동원도리의 실천강령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구절이다.

그리고 동원도리의 실천을 위해서는 각 종교 성직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예비성직자 과정에서 그 울을 넘지 못한다면, 곧 각 종교의 울타리에만 있어 종교간 갈등과 대립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 수학 과정에 있는 예비교무 및 예비성직자들의 교육과정에 타 종교를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교육과정에는 ‘종교학 개론’, ‘종교사’, ‘종교와 문화’ 등의 과목이 개설되어 다른 종교를 이해하는 기본적인 과정이 있다. 하지만 수업을 통한 이해의 과정을 넘어, 종교 탐방 및 교류를 통한 타종교를 이해할 수 있는 과정들이 함께 한다면, 배움의 방향이 더욱 커질 것이다. 따라서 타종교와 만날 수 있는 활동과 과정을 교화단 활동이나 학교 수업과정에서 이루어져, 특별활동의 개념이 아닌, 체계적인 교육의 한 과정으로써 다양한 형태로의 전개가 필요하다.

현대사회에서 종교는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되었지만, 종교의 역사는 지나친 원리주의와 아집과 편견 그리고 배타주의 및 집단이기주의 등에 사로잡혀 인류공동체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 종교가 바람직한 기능을 하면서 사회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동원도리의 이념이 더욱 요구된다. 지금과 같은 다종교사회에서 타 종교의 이해와 만남은 종교협력운동의 출발점이 된다. 과거에 종교계의 대표들이 모여 세계의 문제를 진단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했던 것처럼, 동원도리의 정신에 입각하여 종교계들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함께 나아가려 한다면, 인류공동체가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동원도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종교인들이 각성해야 될 윤리로서 스스로 막혀 있는 울을 트고 종교인으로서 떳떳하게 지켜나갈 수 있는 도리를 제기한 것이다. 교파를 초월한 종교 인식을 촉구시켜, 종교 간의 갈등과 반목과 큰 벽을 넘어서 서로 넘나들어 함께 인류의 공통문제와 평화를 위해 나아가야 한다.

 

(2) 은사상과 생명중심사상에 바탕한 동기연계 실천

동기연계는 곧 모든 인종과 생령이 근본은 다 같은 한 기운으로 연계된 동포인 것을 알아서 서로 대동 화합하자는 것이다. 나아가 모든 만물이 같은 이치로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는 소태산 대종사의 은사상에 대한 내용으로, 은에 대한 보은의 도리를 실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인류는 대립과 갈등의 역사를 지속해왔고, 이는 민족, 인종, 종교 등의 대립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으로 열린 지금은, 세계의 보편윤리로 모든 인종과 민족이 다름을 넘어서 ‘같음’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처럼 정산 종사의 동기연계 사상은 21세기의 민족과 인종 간의 갈등을 풀고 장벽을 극복하는 새로운 윤리로써 제시될 수 있다. 그리고 인류와 만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유기체적 인간관 및 자연관은 오늘날 인류 최대의 과제 중 하나인 환경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 그동안의 환경운동 논리가 인류의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인류만이 아닌 모든 존재의 생존을 위한 논리로 전환이 되어야 한다. 정산 종사의 동기연계는 나의 생명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대동사상에 나오는 ‘공공의 윤리’ 즉,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생명,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 모든 생명에 대한 은혜의 자각과 더불어 사는 삶을 모색하여야 함을 말하고 있다.

그동안 동기연계의 실천을 위해 교단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운동을 꼽아보자면, 바로 ‘은혜심기운동’과 ‘원불교 천지보은회’를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은혜심기운동은 개인·가정·사회·국가·세계로 은혜심기운동이 확산 될 때 삼동윤리가 지향하는 하나의 세계가 실현되는 것이며, 이는 모든 동포가 한 기운 한 가족이라는 일체감에서 출발한다. 인간뿐 아니라 초목 금수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자연과 더불어서 함께 살기 위한 노력이다. 현재 교단에서 펼치고 있는 운동은 크게 ‘새생명운동’과 ‘나눔의 사회화 운동’, 두 가지 측면에서 전개되어지고 있다. 새생명운동은 은혜의 헌혈, 심장병 어린이 돕기, 무료 진료 봉사, 안구 및 장기 시신 기증 운동으로 전개되고 있다. 나눔의 사회화는 은혜의 결연, 북한 동포돕기, 국제기아돕기, 실직 가장 돕기 등을 전개되고 있다. 이밖에도 쿠르드족 난민 돕기, 아프리카 수단의 기아돕기, 대지진으로 피해입은 터키돕기 등 10여년 동안 국제적인 봉사활동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원불교 천지보은회는 원불교를 대표하는 환경운동단체로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구환경문제에 따라 환경운동의 필요성에 따라 주요사업으로 환경생태교육, 환경지도자 양성 운동, 환경보전에 관한 연구 활동, 주요 환경문제 연대 사업 등을 실행하고 있다.

원불교 내에서 삼동윤리의 실천을 위해 많은 노력들이 전개되고 있는 모습을 살펴보았고, 앞으로의 과정들이 더욱 빛을 보기 위한 좋은 방향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먼저 여러 가지 운동이 대중화 작업을 통해 소수의 인원이 하는 일을 모두가 함께할 수 있도록 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이는 교단의 상충부 위주로 소수가 계획하고 활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활동이 각 지역사회에 뿌리내려 대중이 함께 전개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간에 상호 네트워크 형성을 더욱 활성화하여, 모두가 함께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기본적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전문가(인재)양성 작업이 필요하고 지속적인 활동을 위한 재정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이를 바탕으로 국내 및 국제사회의 단체들과의 연대작업을 전개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와 더불어, 사회적으로는 인간존중 및 생명존중에 대한 교육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인권존중사회의 실현이 온전히 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동안의 인간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생명중심주의로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2016년 5월 “생명은 소중하다.”를 주제로 국가 차원으로 ‘생명 존중을 위한 선언문’과 함께 생명존중을 위한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제안하는 전문과 4가지 핵심 가치를 발표하였다. 또한 위원회는 선언문의 적극적인 활용을 위해 각계각층이 모두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해설서를 제작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 중이며, 교육부와 법무부와의 협의를 통해 교육, 교화 등의 콘텐츠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여기서 동기연계의 이념을 접목하여 중고등학교 종교교과서, 생명존중교육자 양성, 새로운 과목 및 자격증을 만들어서 지속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일들을 교단 내에서 추진하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으로만 멈출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활동들도 추가, 구성해 교육과 체험을 통한 생명존중의 교육 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종교에서 특히 원불교가 그 중심에서 책임감을 갖고 동기연계의 이념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3) UR 운동을 통한 동척사업 실천

동척사업의 가르침은 ‘모든 사업과 주장이 다 같이 세상을 개척하는데 힘이 되는 것을 알아서, 서로 대동 화합하자는 것’이다. 정산 종사는 동척사업을 통해 서로 힘을 모아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고 말하며 대동화합의 윤리를 실천하고자 했다.

동척사업은 곧 사요(四要)의 가르침이자 사회 평등을 실현하고자 하는 실천이다. 우리 인류가 같은 목적을 가지고 함께 나아간다면, 우리의 세상은 평화가 넘치는 세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세상은 국가 및 종교 간의 갈등과 경쟁적 대립, 빈부격차, 환경문제 등의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평화가 넘치는 낙원 세계의 건설을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갈등을 넘어 모두가 인류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마음을 모으고 공유하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동척사업의 실천을 위한 방법들이 많지만, 그중에서 UR 운동을 통한 동척사업의 실천을 살펴보려고 한다. 이는 곧 종교 간의 대화를 통해, 결국에는 협력하여 우리들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는 것을 의미한다. 종교협력이 중요한 이유는 과거부터 종교는 인류에게 많은 영향을 끼쳐왔고, 가치 규범과 인간윤리를 제시하여 인류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공통의 문제를 종교에서 먼저 같이 해결해 나가고, 종교에서 협력하는 모습을 시작으로 여러 분야에서의 본보기가 되어 결국에는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종교 간 실천적 운동이며 나아가 모두가 낙원 세계를 건설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노력으로, 원불교에서는 1970년 일본에서 개최한 ‘세계 종교인 창립총회’에 참석하였고, 대산 종사는 종교연합운동을 제안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종교UR의 탄생입니다. 한 가정에도 엄부와 자모가 있어야 원만한 가정을 이룩해 나가듯이 세계도 원만히 다스려 나가려면 엄부의 역할인 정치 유엔과 자모의 역할인 종교 유엔이 아울러 있어야 합니다. 정치 유엔은 오래전에 창설되어 그 역할을 하고 있으나 이 유엔만으로는 인류의 근원적 평화를 이룰수 없는 것이니 하루속히 종교 유엔을 탄생시켜 세계 문제에 대한 정신적 해결에 힘을 써야 하겠습니다.

 

대산 종사는 인류가 ‘하나’의 이치를 모르기 때문에 갈등·반목·전쟁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보았다. ‘종교연합운동’은 종교 간 연합하여 UN에 대등한 UR(United Religion)을 결성시켜 평화운동에 앞장서자는 것이다. 대산 종사는 종교에서부터 서로의 이념과 국한된 믿음을 타파하여 합심 합력해 세계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줌으로써, 본래 종교의 요지를 이행해 나가자고 주장한다. 그리고 종교에서 희미해져가는 인류의 도덕을 부활시켜 평화적으로 세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거 국제적으로는 1893년 ‘세계종교의회’가 열려 비슷한 취지의 운동이 있었고, 그 이후에도 IARF(국제종교자유연맹,1900), WCRP(세계종교인평화회의,1970), WCF(세계신앙의회,1936), TOU(이해의 전당,1960) 등을 결성하여 활동했었다. 그러면, 대산 종사가 다시 한번 ‘종교연합운동’을 외친 까닭은 무엇일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그는 지금의 시대는 특히 종교적 자각을 통하여 평화 세계를 건설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UR에서 주목할 점은 ‘종교인의 의무와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 종교인들의 모습을 보면 각자의 종교의 교리와 역사를 알리는 데에 주력을 다하여, 서로 간의 입장차이를 줄이지 못하여 갈등이 지속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각자의 사상과 이념을 주장하는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종교가의 본 목적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온 것임을 알아야 한다. 대산 종사는 “하나의 세계를 건설하여야 할 중대한 시운에 처해 있음을 생각하여 볼 때 우리 종교계의 각성이 중하고도 시급하다.”고 하였다. 이처럼 종교연합운동의 가장 큰 목적은 종교지도자들로부터 연합을 이루어 대화를 통해 모두가 잘 사는 낙원 세계를 이루기 위해 협력하자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과거부터 모두가 잘 사는 낙원 세계를 이루기 위해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종교협력으로 인해 사회 혹은 국가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역사적 사실을 우리는 지나칠 수 없다. 본편에는 한국사회에서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의 모습을 일제 감정기와 일제 강점기 이후의 두 가지 상황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과거 100년 전, 우리 사회는 일제의 탄압 속에 나라를 잃고 큰 혼란 속에 있었다. 그리고 1919년 3월 1일 만세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그 이면에는 종파와 교파를 초월하여, 민족을 위해 연합했던 민족대표 33인의 독립선언식이 있었다. 기독교 측은 이승훈, 천도교 측은 최린이 각각 교섭에 나서 많은 동지를 얻었으며, 이를 안 불교 측에서도 한용운·백용성 등이 가담, 결국 기독교 측 16명, 천도교 측 15명, 불교 측 2명으로 모두 33명이 ‘독립선언서’에 서명키로 하고 총대표에 손병희를 추대함으로써 민족대표 33인이 결정되기에 이르렀다. 한국 민족이 일본 식민지배 하에서 고통을 겪고 있을 때 종교지도자들이 중심이 되어 민족독립운동을 이끌었고, 특히 3․1만세운동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여 어두웠던 상황에서 빛을 밝히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는 종교간 대화와 협력으로 함께한 종교연합운동이었다

8.15해방 이후 분단으로 인한 상황에서 종교지도자들이 종교간 대화와 협력을 통해 사회적 통합과 화합으로 나아감에 따라 한국사회에서의 종교화합은 단순한 종교계 자체의 문제 해결 차원을 넘어 국가사회의 안정과 진로를 찾아나가는 큰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치면서 한국사회의 정치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낸 민주화투쟁의 성과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당시 독재정권의 압박속에 그나마 가장 안전했던 종교단체로부터 민주화운동이 시작되었다. 개신교 및 천주교계와 불교계는 종교간 대화를 활성화해 상호이해와 협력을 넓히고, 민주화운동에 동참했다. 이러한 성과가 결국 억압적인 군사정권에 맞서 민주적 가치를 지켜내는데 종교간 ‘실천적 연대’가 큰 힘을 발휘한 결과임을 인정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이러한 역할이 이후에도 우리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중요한 동력임을 확인하는 ‘사회적 인지작용’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한국사회의 종교간 대화와 협력운동의 역사는 우리 사회가 가장 힘들 때, 가장 앞장서서 모든 국민들에게 큰 위안과 원동력을 제시하였다. 이것을 통해 앞으로 종교의 협력은 나아가 사회적 협력으로 이어져야 하며, 사회적 갈등 해소와 사회 통합의 계기의 출발점이 되어, 모든 분야에서 함께 협력하여 나가는 모습을 통해, 낙원세계 건설 즉, 평화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즉, 대산 종사는 종교의 협력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우리 사회에 작용해왔고, 이것이 곧 모두가 함께 잘 살수 있는 큰 힘이 되기에 UR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쳤고, UR 운동은 종교간 대화와 협력을 통해 세계 평화를 이루고자 한 원불교의 대표적인 종교의 협력운동이자 삼동윤리의 동원도리의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지는 종교의 평화운동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종교연합운동은 결국 소수만이 모여서 대화하고 협력할 문제가 아니다. 모두가 함께 인류의 공동문제에 대해 대화하고 협력하여 낙원 세계를 건설해야 한다. 이 시작이 종교들의 협력을 바탕으로 먼저 이루어지고,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모습이 보여줘야 한다.

동척사업의 실천은 종교의 사회참여라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함은 물론 원불교가 지향하는 광대 무량한 낙원 세계를 건설하기 위한 우리들의 참 목적을 실천할 수 있는 활동들이며, 온 인류가 잘 사는 세상을 건설하는 활동으로 꾸준히 나아갈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1. 결론

 

삼동윤리는 정산 종사의 최후법문이며 게송(偈頌)이다. 그러므로 삼동윤리는 정산 종사의 일생을 포괄한 정신세계의 상징이며, 그가 평생을 통해 실천하려 했던 도덕 세계의 제시라고 말할 수 있다. 세계는 현대사회의 다양한 갈등과 지구적 문제점들을 효과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모색으로 과거부터 종교계와 UN 산하의 UNESCO 등의 기구에서 세계보편윤리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그 가운데 세계보편윤리의 의미를 파악하며, 이의 한 방향으로 정산 종사의 삼동윤리가 이에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살펴보았다.

본 논문에서는 정산 종사의 삼동윤리 사상의 근원은 일원주의 사상에 있음을 확인했고, 장차 우리 인류가 모든 편견의 울을 벗어나 한 큰 집안과 한 큰 권속과 한 큰 살림을 이루고, ‘평화 안락한 하나의 세계에서 함께 일하고 함께 즐길’ 세계인 대동 세계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강령임을 확인하였다.

삼동윤리의 보편적 가치는 종교 간 대화와 평화의 필요성을 근본적으로 드러냈고,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생명을 중심으로 하는 사고방식으로의 전환, 개인주의적 삶을 인류공동체적인 삶의 방식으로 전환, 상극의 질서를 상생의 세계 질서로 전환할 것을 주장한다. 기존의 삼동윤리에 대한 선행논문들이 많이 있었지만, 삼동윤리의 이념이 더욱 빛을 보기 위해서는 개념을 밝히고 사상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직접 실천으로 전개할 때이다.

본 논문을 통해 삼동윤리의 실천론으로 ‘종교간 이해를 통한 동원도리’, ‘은사상과 생명중심사상에 바탕한 동기연계’, ‘UR 운동을 통한 동척사업’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까지 우리들의 열린 마음을 통한 노력이 필요하며, 모두가 삼동윤리를 실현해야 함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관심 있는 소수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다수가 함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필요하다. 삼동윤리의 실천을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실천적 대안들의 필요성의 과제가 남아 있음을 인지하며, 교단 내에서도 삼동윤리의 실천을 위해서 대중들의 관심과 논의와 활동들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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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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