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Ⅱ. 일원상의 진리와 사은의 관계
Ⅲ. 사은신앙의 형성사 1. 사은신앙의 형성 2. 형성사의 의미
Ⅳ. 사은 신앙 해석상의 논쟁
Ⅴ. 개벽시대의 사은신앙
Ⅵ. 결론 |
Ⅰ. 서론
우리는 흔히 사은에 대한 신앙관 확립과 보은의 실천을 독려하기 위해 ‘없어서는 살지 못할 관계“ 라는 표현을 강조한다. 이 표현은 우주 만물의 존재 원리를 상호 의존적 관계인 은(恩)으로 본 것이다. 그런데 이 관계는 상호가 의존해야하는 상대적 존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분별의 세계, 현실의 세계에 바탕한다, 즉 ‘없어서는 살지 못할 관계“를 강조하는 것은 분별의 세계에서 나와 사은의 관계가 상호 의존적이라는 의미를 뜻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은을 상호 의존적 관계로써 설명하는 경향성은 그 해석이 상대적 영역에 머물게 하여 본래 사은이 함의하고 있는 절대성을 간과하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1947년 오스트리아의 이론 생물학자인 베르탈란피가 ‘체계이론“을 발표하였다. 이 이론은 하나의 체계와 그 주변의 체계가 상호관계하여 영향을 주는 것을 이야기 한다. 즉 생태학점 관점에서 체계이론을 바라보면 개인과 자연환경이 상호 의존작용하여 그물망처럼 연결 되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생태학점 관점의 체계이론은 자연환경의 위기가 지구 전체의 일로서 궁극적으로 어느 개인도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하지만, 실질적으로 인간의 행위의 실천적 의지를 약화시키는 데 일조한다. 그 이유는 자연만물의 상호의존성이 개인의 영역에서 벗어나 넓어질수록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피해가 적기 때문에 더 자신있게 비 환경적 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자신의 방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집 이외의 공간에서는 쉽게 쓰레기를 버린다. 그것은 만물의 상호의존성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가 사은을 상대적 관계인 상호의존성의 영역에 머물게 한다면 사은 또한 체계이론의 한계에 자유로울 수 없다. 사은의 상대적 관계인 상호의존성의 영역에는 은혜와 해독, 선행자와 악행자가 모두 포함되는 차별의 현상세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선행연구에서는 사은을 상대적으로 해석하여 그 정체성을 드러내려 한다. 이 선행연구들 중에서 사은신앙을 상대적으로 해석하면서 일원상 신앙과는 다르게 편협된 신앙이라 하여 원불교 신앙의 핵심이 아니라는 의견과 사은은 법신의 현상으로 생각하는 상대적인 해석을 하면서도 법신불의 무량은혜덕상을 강조하는 것이 근본의도이기 때문에 원불교 신앙의 핵심이라는 의견으로 나뉜다. 즉 사은 신앙을 공통적으로 상대적으로 해석하고 있으면서도 서로 상반된 의견을 도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은을 상대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성이 강해질수록 사은신앙의 본질이 모호해지는 결과를 주며 그 실현방법에 있어서도 상대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실지불공의 영역에서만 사은신앙을 행할 수도 있다.
소태산은 “광대무량하여 능히 유와 무를 총섭하고 삼세를 관통하는 천지 만불의 본원, 언어도단의 입정처인 자리로써 근원을 세운 바가 없는 종교는 사도”라고 밝혔다. 소태산이 밝힌 이러한 궁극적 진리를 바로 형이상자라 말한다. 이런 형이상자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이 신앙이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인데 사은은 은혜덕상의 절대성을 두로 갖추고 있기 때문에 바로 형이상자이며 신앙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사은의 정체성을 상대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사은을 절대적으로 이해하여 무량한 은혜의 차원을 드러내 개인의 각성을 일으켜 세계가 근본적이며 절대적인 은혜의 소산임을 깨달게 하는 것이 사은신앙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원불교 진리의 상징이며 신앙이 대상인 일원상과 그 내역으로써 사은과의 관계를 살피고(2절) 공부인의 신앙관 확립과 보은의 실천을 위해 사은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사은의 형성과정이 방법론적인 체계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밝히고(3절), 이어 사은이 상대적인 요소와 뿐만 아니라 절대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4절) 개벽사상과 사은신앙임을 유사점을 밝히겠다(5절), 그리고 개벽시대에 진정한 신앙이 사은신앙임을 언급하며 본고를 맺기로 한다.(6절)
Ⅱ. 일원상의 진리와 사은의 관계
사은신앙을 살펴보기 전에 원불교에서 본 우주와 인생의 궁극적 진리의 상징이며 최고의 종지인 일원상에 대해 밝히고 사은과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원(一圓)은 우주 만유의 본원이며, 제불 제성의 심인이며, 일체 중생의 본성이며, 대소 유무(大小有無)에 분별이 없는 자리며, 생멸 거래에 변함이 없는 자리며, 선악 업보가 끊어진 자리며, 언어 명상(言語名相)이 돈공(頓空)한 자리로서 공적 영지(空寂靈知)의 광명을 따라 대소 유무에 분별이 나타나서 선악 업보에 차별이 생겨나며, 언어 명상이 완연하여 시방 삼계(十方三界)가 장중(掌中)에 한 구슬같이 드러나고, 진공 묘유의 조화는 우주 만유를 통하여 무시광겁(無始曠劫)에 은현 자재(隱顯自在)하는 것이 곧 일원상의 진리이다」. 일원상의 진리는 대소 유무에 분별이 없는 초월의 경지이면서 동시에 공적 영지의 광명과 진공묘유의 조화로 분별이 완연하게 나타나 있는 경지이다. 이것은 없는 자리는 진리이고 나타난 것은 진리의 현상체라는 이분법적 논리가 아니고 진리의 양측면을 분석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소태산의 통찰이다. 이렇듯 신앙과 수행의 표본으로써 진리는 어느 한편에 치우친 상태로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양측면을 모두 이해하여 “우주 만유가 곧 진리 그 자체”라는 인식이 소태산의 깨달음이라고 보는 것이다.
「일원상의 내역을 말하자면 곧 사은이요, 사은의 내역을 말하자면 곧 우주 만유로서 천지 만물 허공 법계가 다 부처 아님이 없다.」
위의 교의품 4장 내용을 살펴보면 일원상 진리는 사은을 통해 나타난다. 그래서 사은은 곧 일원상의 진리 그 자체인 것이다. 그래서 소태산이 밝힌 신앙은 일원상 신앙과 사은신앙을 같게 본 것이다. 그러므로 사은신앙을 상대적으로 보는 현상적 차원의 해석은 한편에 치우친 신앙이 될 것이다. 이렇듯 사은이 곧 일원상의 진리 자체임에도 사은의 형성과정을 상대적인 해석을 바탕하여 연구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이는 사은이 가지고 있는 절대성을 간과한 것이다.
Ⅲ. 사은신앙의 형성사
- 사은신앙의 형성
사은신앙은 사은을 절대적인면과 상대적인 면으로써 두루 이해하는 신앙관이다. 사은신앙의 형성과정을 연구한 선행논문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사은의 원형에서 그 교리가 체계화되고 성숙되어 지금의 형태로 완정되는 모습을 띤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행논문은 사은의 기본적 해석바탕을 상대적으로 바라보는 데서 문제를 가진다. 사은은 역사에 따라 성숙을 거쳐 완정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이미 은혜덕상의 절대성을 본래 가지고 있는 것이며 사은의 위력은 구체적인 명칭의 사은이 등장하기도 전에 이미 본질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선행연구의 형성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은이 이미 절대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고 그 개념이 변화하는 것이 아닌 제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방법론이 형성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바탕을 두고 선행연구를 정리해 보면 큰 맥락에서 네가지 시기로 나누어 진다. 첫째, 사은의 원형기이다. 고시용은 사은의 원형으로 구체적으로 언급되어지는 부분으로 원기 4년(1919)에 소태산이 스스로 지어 부른 경축가를 들고있다. 경축가에는 사은의 원형인 ‘천지은덕 부모은덕 세게은덕 법률은덕’이 나타나고, 원기5년(1920) 4월 변산에서 처음으로 원불교 교리의 강령을 제정 발표하였다고 전한다. 즉 사은은 인생의 요도로서 삼강령 팔조목인 공부의 요도와 함께 제정되어 발표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불법연구회창건사』의 저술시기를 감안하여 이해해야 하는데 원기22년(1937) 당대의 사은의 교리체계로써 원기5년(1920)년에 이미 확립되어 있었던 것처럼 서술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원기12년(1927)에 훗날 사은으로 체계화 될 부분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정순일은 사은의 원형에 대하여 사은이 문건을 통해 등장한 곳으로 「 대종사께서 도를 얻으신 후로 십독회자부하사 그 경로를 생각하시되, “순서 알기가 어렵다” 하시고 강연히 그 말을 하자면 “자력으로 구하는 중 사은의 도움이라고 하시었다.”」와 혈인기도시에 헌배와 심고를 올렸던 축문에서 등장한다고 주장한다.
단원 모는 삼가 재계하옵고 일심을 다하와 천지, 부모, 동포, 법률, 사은 전에 발원한옵나이다. 대범, 사람은 만물의 주인이요 만물은 사람의 사용물이며 인도는 인의가 주체요 권모 술수는 그 방편이니, 사람의 정신이 능히 만물을 지배하고 인의의 대도가 세상에 서게되는 것이 이치의 당연함이어늘, 만근이래로 그 주장이 위를 잃고 권모 사술이 세간에 분등하여 대도가 크게 어지러울새 본 단원등은 위로 대종사의 성의를 받들고 아래와 일반 동지의 결속을 견고히 하여 시대에 적합한 정법을 이 세상에 건설한 후 나날이 쇠퇴해 가는 세도 인심을 바로 잡기로 성심 발원이오니 복원사은이시여, 일제히 감응하시와 무궁한 위력과 한없는 자비로써 저희들의 원하는 바를 이루어지게 하여주시옵소서.
그러나 여기서 등장하는 ‘사은’이 후일 교법이 완정된 후 사은과 동일 한 개념인지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것은 원기12년에 출간한 수양연구요론에 불교적 사은이 출현한다는 사실에서 미루어 소태산의 대각 직후에 사은의 개념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더불어 ‘사은’이 아직 교단의 공식 신앙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불법연구회 창건사』를 쓰던 당시의 표현을 빌어 과거의 상황에 적용했다는 사실을 유추하여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이 고시용과 정순일은 모두 사은이 소태산의 대각 초기에 언급되었지만 사은이 당시에 기록된 내용은 아니며 지금의 사은의 교리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동일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하였듯 사은신앙 자체가 가지고 있는 그 은혜덕상의 절대성은 역사에 따라 성숙을 거쳐 완정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은의 원형과 현 「정전」의 사은의 교리체계가 다른 것은 그 형식의 모습만 다를 뿐인 것이다.
둘째, ‘사은’의 성숙기이다. 고시용은 원기14년(1929) 10월 중앙교무부에서 발송하는 공문형식인 「교법제정안」에 현 형태의 ‘사은’이 등장한다고 주장한다.
사은 사요
시창십사년사사십월육일
인의 육체는 시시로 물적자양을 요구하고 정신은 그 대상 수양과 연구를 요구하나니, 인이 비물적 또는 영적자양을 흡취치 못하면 인은 곳 생을 득치 못할거시요, 결국은 사의 극단에 달할거시다. 우리의 정신과 육신는 수양력 연구력 취사력이 부족하고 징약(징약)하야 이거슬 완전히 충실 양성키로써 때때로 밝은 교법하에 가라치심을 먹나니, 만일 이 교훈을 밧지 못하면 인의 육체와 정신에 양분을 주지 못하야 그 인으로 하야금 사멸케 함과 가치 우리도 낙오자가 되고 말거시다. 홍대하옵신 종사주, 유치한 우리를 교화하려 하실때 그 정도와 시기를 밝에 규작하사 때때로 교법을 제정하야 우리 정신을 살여주시니 우리는 영원한 생을 어드리로다. 대소유무와 시비리해를 해부하사 천지, 부모, 동포, 법률의 피은, 보은, 배은의 법을 알여주시고 사요의 대법을 하교하시니 인도정의가 여지업시 피양되고 –하기 짝이 업난 이 세상에 순후한 도덕풍이 부러왓으며 적은 이끗에 눈이 어둔 인간들도 대아자 천지가 안이고 성인이 안이고 군자가 안이고 누구이랴?
장하도다 우리여 사은사요의 대법을 남 머너 밧들게 되엿나니 심오한 의지를 무궁한 저 허공에 갈마 두지말고 모조리 캐내여 벽낙되난 인도를 더우잡으라.
△사은=천지(피은, 보은, 배은) 부모(피은, 보은, 배은)
동포(피은, 보은, 배은) 법률(피은, 보은, 배은)
△사요=부부권리동일 지우차별 무자녀타자녀교양 무자력자보호
여기서 “대소유무와 시비이해를 해부하사 천지,부모,동포,법률의 피은 보은 배은의 법을 알여주시고”에서 ‘사은’이 사리연구에 바탕을 두어 구상되었고 피은·보은·배은으로 명확하게 정립되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정순일도 원불교 ‘사은’의 성숙이 원기14년으로 보인다고 말하며 『월말통신』 제 11호에 소태산은 「應用의 無念을 해야된다 하엿거늘 이것을 밧구어서 바들때에는 꼭 무념을 해야 하고 주는 것은 반다시 유념을 한다면 그 주고 밧고 하난 인연이 엇지 길이 지속하리요… 」라 설법하고 있어 여기에 천지은의 「응용무념」의 조항이 엿보이고 「교법제정안」의 내용을 들어 사은사요에 대한 교리의 구조를 설명하고 체계가 형성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은의 절대적 개념은 이미 설정된 상태에서 구조와 체계가 성숙되어지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이는 법을 언어로써 접하게 되는 상황에서 제자들에게 사은의 진면목을 깨달게 하기 위해 방법론적인 연구가 계속된 것이다.
셋째, 사은의 완정기이다. 고시용은 원기17년(1932)에 발행한 『육대요령』의 제1장에서 인생의요도 사은 사요라는 제목으로 명시되는바, 사은이 교리에 최초로 수록되고 『삼대요령』,『회원수지』에도 등장하여 체계화 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사은의 완정으로는 『불교정전』을 거쳐 『정전』제 2교의편에 사은이 완정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정순일은 원기 15년(1930)의『사업보고서』를 보면 「…동시에 전음광의 기재한 사은사요를 종사주께서 일일 친감하시와 완정하옵시다」라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 부분을 통해 원기 14년에 원시형태의 사은사요가 출현하고 이를 원기 15년에 전음광이 오늘날에 가까운, 사은으로 정리하여 소태산이 친감하여 완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넷째, 사은의 명칭 변화기이다. 고시용은 ‘심고의 기도’장에 나오는 ‘법신불 사은’이라는 표현은 원기47년(1962)을 『불교정전』을 정비하여 『정전』으로 다시 편찬하는 과정 중에 수정되었다는 점이 매우 주목된다고 밝혔다. 이 변화에 대하여 ‘법신불 사은’은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없이 기록자의 즉흥적인 발상에 의하여 일회적으로 사용되었을 수 있다고 추론하고 있다. 정순일 또한 원기47년(1962) 『원불교교전』으로 정비가 되면서 ‘사은’이 ‘법신불 사은’으로 바뀌었다는 점이 주목되는 점이라고 말하며 「심고와 기도」장은 커다란 변화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물론 그 내용이나 문맥은 그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오늘날 원불교 신앙의 다양한 해석의 접근의 가능성이 여기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정순일은 법신불 사은으로 명칭의 변화를 겪으며 신앙의 대상으로 교학적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사은은 상대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법신불 사은의 정체성의 혼란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은은 절대적 요소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표1>
사은의 절대적 요소 | |
천지의 도와 덕 | 천지은 |
무자력할 떄에 생육하여 주신 대은과 인도의 대의 | 부모은 |
천만물질을 서로 교환할 할 때에 오직 자리이타로써 서로 도움 | 동포은 |
인도정의의 공정한 법칙 | 법률은 |
위와 같이 사은은 도,원리,법칙의 절대적 요소를 충분히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인 영역으로 정체성을 평가하는 것은 편협된 것 일수도 있다.
- 형성사의 의미
사은신앙의 형성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사은’의 형성과정 중 교리 체계화와 함께 원기17년(1932) 4월의 예회일에 심고를 예회의 식순에 넣도록 하고 있다.
「사회로부터 심고법에 대한 취지와 방식을 설명한 후 종사주의 하명에 의하야 자비로는 본회 본지부을 물론하고 심고를 일종의 예회순서로 삽입할 것을 선포하다. 인하야 대중은 경허한 마음으로 심고를 올리고…」
소태산은 예회에 심고를 넣음으로 제자들에게 신앙적인 활동을 장려하였다. 특히 첫 심고에서 그 신앙의 대상은 바로 사은이었다. 여기의 내용만으로 심고를 올리는 것이 사은전에 올리는 것인지 법신불 전에 올리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이후의 자료는 그 대상이 사은이라는 명백한 내용이 있으며 예회의 첫 신앙적 활동인 심고가 선포됨으로써 공식적인 첫 신앙의 대상이 사은이 된 것이다. 믿음에는 상대적 믿음과 절대적 믿음이 있는데 상대적 믿음은 현실에 대한 믿음이고, 절대적 믿음이란 진리실상에 대한 믿음이다. 이 중 절대적 믿음을 신앙이라하고, 이 대상을 신앙의 대상으로 모신다. 소태산은 사은을 신앙의 대상으로 정함으로써 절대적 믿음을 제자들에게 요청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은 이전의 신앙의 대상으로써 여겨지는 ‘천제, 허공법계’ 등이 절대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듯 그 연장선상에서, 사은이 신앙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절대적인 요소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그 이후 남부민지부에서 열린 제 50회 예회의 식순을 살펴보면 이전까지 사은전 심고였던 것 이 심불전으로 바뀌었다.
- 개회 2. 기념가 3. 심불전 일동심고 4. 염불 7편 5. 회중기념문 낭독 6. 심불전 4배 7. 참제원 일동 경례 8. 역사보고 9. 기념비 보고 10. 폐식
이는 원기 20년 대각전 준공시 일원상을 봉안함으로써 신앙의 대상이 심불 일원상으로 변화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원기21년(1936년) 9월에 초량교당, 12월에 영산 대각전과 신흥교당, 원기22(1937) 3월에 용신교당과 원평교당을 신축하면서 다 일제히 불단을 마련하고 일원상을 봉안했으며, 뒤이어 모든 교당도 일제히 불단을 신설하여 일원상을 봉안하게 하시는 동시에, 법문으로 일원의 종지를 더욱 천명해 오다가, 원기23년(1938년) 11월 동선에는 심불일원상봉안법을 정식으로 제정하여 선포한다. 이렇듯 신앙의 대상이 사은에서 심불 일원상으로 변화하였지만 사은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 자료는 『삼대요령』에서도 발견될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발견되고 있다. 이렇듯 제자들은 심불을 공식 신앙의 대상으로 삼았지만 제자들의 신앙행위는 여전히 사은신앙을 겸하고 있었다. 이는 사은신앙이 그만큼 큰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며 제자들에게 사은이 신앙의 대상으로써 큰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을 유추해볼 수 있다.
사은신앙의 형성사를 살펴볼 때 사은은 신앙의 대상으로 설명되어지는 부분을 찾아 볼 수 있으며 그 방법론에 있어 계속해서 변화해 왔다는 사실을 알아 볼 수 있다. ‘정산종사가’ 『불법연구회 창건사』의 내용을 집필할 당시의 사은의 형태를 가지고 과거의 내용을 기록했다고 해서 소태산이 설한 사은의 절대적 위력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사은의 그 은혜덕상은 이미 만생령에게 미치고 있었고 소태산이 그 절대적인 은혜의 위력를 체받아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일부 선행논문에서는 사은이 절대적 영역의 형이상자적인 요소를 명백하게 가지고 있음에도 교서에서 사은을 상대적 영역인 형이하자적으로 오해하여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살펴본다.
Ⅳ.사은 신앙 해석상의 논쟁
사은은 형성과 동시에 형이상자적인 신앙성을 가지고 형이하자적으로도 그 체계를 완벽하게 갖추어 나갔다. 또한 소태산은 심고를 통해 사은을 신앙의 대상으로 선포하였다. 이는 사은이 원불교의 신앙사에서 있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원불교 교서에서 보여지는 사은을 형이하자적으로 해석하는 데서 교학적 차이가 발생한다.
노권용은『원불교 교전』《교리도》와 「일원은 법신불이니 우주만유의 본원」을 비롯해서, 《일원상서원문》의 「일원은 천지·부모·동포·법률의 본원이요」, 및 원기 20년(1935)년 대각전의 낙성과 일원상 봉안시 사용한 「四恩之本原 如來之佛性」, 그리고《불공하는 법》의 「우주만유는 법신불의 응화신이니…」등 도처에 「일원은 사은의 본원」 이라는 취지를 밝히고 있다. 곧 사은이나 우주만유는 제1의적 본질로서의 법신불 일원을 근원으로하여 현상으로 전개된 응화신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대종경』 「교의품」9장에서는 「일원상은 곧 청정법신불을 나타낸 바로서 천지·부모·동포가 법신불의 화신이요, 법률 또한 법신불의 주신바라」고 확언하고 있다.
[…]일원상을 신앙의 대상으로 하고 그 진리를 믿어 복락을 구하나니, 일원상의 내역을 말하자면 곧 사은이요, 사은의 내역을 말하자면 곧 우주 만유로서 천지 만물 허공 법계가 다 부처 아님이 없나니, 우리는 어느 때 어느 곳이든지 항상 경외심을 놓지 말고 존엄하신 부처님을 대하는 청정한 마음과 경건한 태도로 천만 사물에 응할 것이며, 천만 사물의 당처에 직접 불공하기를 힘써서 현실적으로 복락을 장만할지니, 이를 몰아 말하자면 편협한 신앙을 돌려 원만한 신앙을 만들며, 미신적 신앙을 돌려 사실적 신앙을 하게 한 것이니라.
위 내용에 대하여 그는 일원을 근원 내지는 제일의제적 본질이라는 의미와, 부분에 대한 전체라는 의미로 파악하여 구분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그는 우주만유의 본원으로서의 일원불은 일체의 차별과 상대를 그 안에 총섭함과 동시에 그것들을 넘어선 유일 절대의 포월자라고 인식하고 있다. 나아가 일원불 자체에 ‘불사의한 무량 은혜 덕상’이 갊아 있다고 보고 이의 ‘절대 의지성’ 마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사은 당처와 나와의 관계를 위주로, 그것도 인과의 이법에 바탕한 죄복 관념을 중심으로 이해 하는 것에 대하여 비판하고, 사은 개개물물이 법신불 그 자체의 나를 살리기 위한 동체대비적 등류태(等流態)라는, 다시 말하면 법신불의 중생구제를 위한 향하문적 자비화현이라는 신앙적 의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노권용은 인과의 이법으로 법신불과 사은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잘못 된 것이며 사은은 법신불의 자비화현으로써의 차별되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는 신앙실천에 있어 추상적이고 의례 형식적 관념론적 신앙에 그치지 않는 것이 원불교의 특징.이라고 한다. 이는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며 합리적인 입장에서 법신불에 대한 진리불공과 함께 사은신앙은 사은 당처에 대한 실지불공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순일 또한 노권용과 뜻을 같이하는데 그 내용을 정리하고 보면. 첫째, ‘법신불이며 사은’이라는 해석은 논리상 맞지 않다라고 주장한다. 법신불과 사은을 별개로 상정하는 것은 원불교의 기본적 정서에 어울리지 않고 사은은 일원상으로부터 유출된 현상적인 생산품이기 때문에 본체와 현상을 동일시 할 때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사은이라는 개념은 본체를 삼는 자성신으로써 법신의 본질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용어이기 때문에 사은 자체는 법신불을 설명하기 위해 함의가 충분하지 않다라는 것이다. 법은 본래부터 불타 안에 있는 것이며, 영겁 이전부터 존재하였고 영원한 미래에 또한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기에 법이 불타의 창작물이 아니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사은이 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자타력 병진의 입장에서 볼 때, 사은 한 가지만을 표기하는 것은 적절치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전』「일원상 서원문」의 내용을 보면 법신불은 천지·부모·동포·법률의 본원이며 제불·조사·범부·중생의 성품이이기 때문에 본원과 성품은 교리의 두축이 된다. 여기에서 만약 본원만을 강조한다면 기독교적인 모습이 되고 성품만을 강조하면 선불교가 되기 때문에 원불교가 기독교나 선불교적인 것을 넘어서서 병진의 원만한 종교가 되기 위해서 소태산은 본원과 성품을 함께 강조하였다고 보았다. 원불교 교의상에서 본원과 성품 즉 타력과 자력은 병진이요 아울러야 할 대상이므로 사은 한 가지만을 표기하는 것은 교법정신에 적합하다고 않다는 것 이다. 사은은 성품의 자력적 신앙이 드러나지 않는 편향된 의미라고 본 것이다.
노권용과 정순일의 주장을 크게 정리하여 보면 첫 번째, 일원이 본원으로써 형이상자가 되고 천지·부모·동포·법률 즉 사은은 본원에서 비롯되어진 형이하자로 이해된다. 두 번째, 일원상은 곧 청정법신불이며, 사은은 법신불의 화신으로써 이해되다. 세 번째, 일원과 사은의 내역되는 관계가 역점을 두고 바라보면 일원과 사은은 구별되어지는 것이다. 네 번째, 사은 당처에 직접 올리는 실지불공을 사은신앙과 동일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형이하자적 차원의 주장들과 달리 박상권과 염승준은 형이상자적 차원의 해석을 주장한다. 박상권은 일원상의 ‘우주 만유 전체가 죄복을 직접 내려주는 사실적 권능’과 천지·부모·동포·법률 사은이 ‘죄복을 직접 내려주는 이치“가 동일한 원리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원과 사은은 엄연히 다른 개념으로 ’존재의 질적 차이‘, 즉 ’법신불’과 ’화신’,‘응화신’이 질적차이를 보인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하여 사은의 의미를 ”신앙론적 관점“이 아닌 존재론적 관점에서 파악하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설명한다. 일원즉사은의 관계는 현상보다는 본체에 보다 가까운 것으로 본체즉 본체의 일원론으로 보는 것이 마땅하며 사은을 신앙론적 관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염승준은 ‘사은’을 구체적 사물이나 형상에 대한 신앙으로 왜곡되고 그 근원성과 신앙의 대상성이 부정되어 ‘일원’ 혹은 ‘법신불’과의 상대적인 대비선상에서 ‘사은’이 다르게 해석되거나, 존재론적 측면에서 형이하자적 요소로 해석되는 것에 크게 네가지 부분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음을 주장한다.
첫 번째, 사은은 일원과 더불어 모든 것의 근원인 본체로써 형이상자라는 것이다.『정전』 제2장 「사은」1.‘천지피은의 강령’에서 ‘천지은’의 ‘천지의 도와 덕’은 만물과 만물의 ‘형각’을 지속 가능케 하는 생명의 근원으로써 존재의 근원으로 보기 때문에 ‘천지은’에서 천지의 도와 덕이 만물의 생명을 지속 가능하게 하여 그 형각을 보전한다면,‘천지은’은 현상세계의 본원이자 근원이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천지의 도’가 ‘영원불멸’하기에 형이상자의 특징인 ‘불변하는 자기 동일성’을 갖는다고 말한다. 또한 사은 가운데 ‘천지은’ 뿐만 아니라 부모은,동포은,법률은도 마찬가지로 각각의 사은의 피은의 강령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현상세계 너머의 형이상자인 영원한 진리, 우주생명의 근원으로 설명된다는 것이다.
일원은 언어도단의 입정처이요, 유무초월의 생사문인바, 천지·부모·동포·법률의 본원이요
본체와 현상의 도식에 따르면 일원이 본체 ‘천지·부모·동포·법률’이 현상에 귀속되기 때문에 일원이 형이상자가 되고 ‘천지·부모·동포·법률’은 본원에서 비롯된 형이하자로 이해된다고 한다. 그러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본체가 현상의 근원으로서 현상과 구분되며, 현상적 존재에게 에로스의 대상으로 신앙의 대상이 되는 것처럼 ‘사은’은 신앙적 측면을 가지게 되고 본체 및 형이상자적 측면을 갖게 된다.
두 번째, 『대종경』 9장에서 사용된 ‘응화신’ 및 ‘화신’으로서의 개념은 그 내용에 있어서 두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존재론적인 차원에서 ‘응화신’ 및 ‘화신’ 개념은 구체적인 형체를 가진 몸으로 이해하여 우주만유 현상세계의 모든 존재자들을 포괄하는 것을 뜻하고 둘은 차원에서 동개념은 ‘법신불’이 우주만유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일체존재가 법신불의 ‘불성’을 갊아 있는 ‘화신불’로 이해해야 한다. ‘화신불‘이 갖는 불성의 측면은 『정산종사법어』 원리편 5장에 확인된다.
[…]법신불이라 함은 곧 만법의 근원인 진리불을 이름이요, 보신불과 화신불은 그 진리에서 화현한 경로를 이름인 바, 화신불 가운데에는 진리 그대로 화현한 정화신불이 있고 또는 진리 그대로 받지 못한 편화신불이 있으니, 정화신불은 곧 제불 제성을 이름이요 편화신불은 곧 일체 중생을 이름인 바, 비록 지금은 중생이나 불성만은 다 같이 갊아 있으므로 편화신불이라 하나니라. 그러므로, 우리의 마음이 청정하고 바른 때에는 곧 내가 정화신불이요 삿되고 어두울 때에는 편화신불임을 알아야 할 것이니라.
‘화신불’에는 ‘정화신불’과 ‘편화신불’이 있는데 ‘정화신불’은 진리 그대로 화현한 불(佛)이며 ‘편화신불’은 만법의 근원인 ‘법신불’ 및 ‘진리불’을 그대로 받지 못한 ‘화신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편화신불’은 중생이라고 생각되지만 불성을 이미 갊아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형체를 가진 몸의 차원으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닌 ‘불(佛)의 차원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불성(마음이 곧 부처)은 『정산종사 법어』 원리편 3장에서 신앙의 차원으로 설명된다.
[…]일원상을 신앙하자는 것은 자기의 마음이 곧 부처이며 자기의 성품이 곧 법인 것을 확인 하자는 것이요, 인과의 묘리가 지극히 공변되고 지극히 밝아서 가히 속이지 못하며 가히 어기지 못할 것을 신앙하자는 것이요, 죄복 인과를 실지 주재하는 사은의 내역을 알아 각각 그 당처를 따라 실제적 신앙을 세우고 일을 진행하자는 것이요, 곳곳이 부처요 일일이 불공이라는 너른 신앙을 갖자는 것이니, 이는 곧 진리를 사실로 신앙하는 길이라, 능히 자력을 양성하고 타력을 바르게 받아들여 직접 정법 수행의 원동력이 되게 하신 것이니라.
신앙의 대상의 차원에서는 일원상 신앙이나 화신불로서의 ‘천지·부모·동포·법률’ 사은에 내재된 불성, 즉 ‘죄복 인과를 실지 주재하는 사은’이 갖는 ‘인과의 묘리’나 같다. 따라서 응화신 및 화신으로 표현된 ‘천지·부모·동포·법률’의 개념은 존재론적 차원이 아니라 ‘인과의 묘리’의 차원으로 설명하고 이해해야 한다.
세 번째, 일원상의 내역이 곧 사은이기 위해서는 사은의 내역 또한 형이상자적 성격을 가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일원상을 신앙의 대상으로 하고 그 진리를 믿어 복락을 구하나니, 일원상의 내역을 말하자면 곧 사은이요, 사은의 내역을 말하자면 곧 우주 만유로서 천지 만물 허공 법계가 다 부처 아님이 없나니, 우리는 어느 때 어느 곳이든지 항상 경외심을 놓지 말고 존엄하신 부처님을 대하는 청정한 마음과 경건한 태도로 천만 사물에 응할 것이며, 천만 사물의 당처에 직접 불공하기를 힘써서 현실적으로 복락을 장만할지니, 이를 몰아 말하자면 편협한 신앙을 돌려 원만한 신앙을 만들며, 미신적 신앙을 돌려 사실적 신앙을 하게 한 것이니라.
상호 내역되는 관계에서 존재론적 차원에서의 내역됨은 논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상호 내역이 될 수 있는 것은 일체가 부처 아님이 없다는 점, 즉 일체만물에 죄주고 복주는 원리인 ‘인과묘리’의 불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일원의 ‘생멸없는 도’는 곧 천지은의 ‘영원불멸한 도’가 되며, 일원의 ‘인과 보응되는 이치’의 내역은 곧 천지은의 ‘지극히 밝고, 공정하고 응용에 무념한 도’ 가 된다. 따라서 사은은 ‘생멸없는 도’와 ‘인과보응되는 이치’를 떠나지 않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표2>
일원상과 사은의 내역되는 관계(‘인과묘리’의 차원) | ||
생멸없는 도 | 인과 보응 되는 이치 | 일원 |
영원불멸한 도 | 지극히 밝고, 공정하고
응용에 부념한 도 |
천지은 |
네 번째, 『대종경』 교의품 16장에 의하면 ‘불공하는 법’은 ‘사은 당처에 직접올리는 실지 불공’과 ‘형상없는 허공법계를 통하여 법신불게 올리는 진리불공’으로 구분되어 있지만, 이러한 구분이 ‘사은 신앙’을 ‘ 사은 당처에 직접 올리는 실지불공’에, ‘법신불’께 올리는 심고와 기도의 신앙행위를 ‘형상없는 허공법계를 통하여 법신불게 올리는 진리불공’으로 이원화하여 대비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태산은 사은신앙을 사은 당처에 직접 올리는 실지불공과 동일 시 하는 것을 경계하였다. 동시에 사은전에 올리는 심고를 통해 감응하는 법칙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은이 직접복락을 내리는 것이 아니며, 그 감응하는 방식은 심고를 모시는 자의 심력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특히『대종경』 교의품15장의 고부간의 갈등 문제의 해결법으로 실지불공이 등상불 불공과 구분되어 「불공하는 방법」으로써 ‘처처불상’과 ‘사사불공’이 될 수 있겠지만 이러한 ‘실지불공’이 곧 사은신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노부부는 기본적으로 각각 진리에 대한 사은 신앙의 행위가 바탕된 상태에서 실지불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사은의 정체성에 대하여 형이하자적 차원의 해석과 형이상자적 차원의 해석의 선행연구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사은은 본래 절대성을 갖춘 신앙의 대상이기에 형이상자적인 요소를 강조할 때 그 본질과 특성이 더 잘드러난다. 그만큼 사은신앙은 원불교 신앙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더나아가 사은신앙이 형이하자로써 머무는 것이 아닌 형이상자에 기반하여 왜 이 시대의 신앙이 사은신앙이 되어야 하는지 소태산 당대의 역사적 시대성에 비추어 살펴볼 것이다.
Ⅴ. 사은신앙의 정체성
- 개벽시대의 사은신앙
사은신앙관 확립에 있어 소태산이 당대에 처한 시대적 상황성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19세기 한국은 안으로는 전근대적인 지배체제에서 근대국가를 넘어가는 과정을 겪고 있었고 밖으로 유럽과 일본 제국주의 열강의 국권 침탈에 맞서 독립국가를 건설해야 하는 이중의 역사적 과제를 안고 있었다. 20세기 초에는 일제치하의 식민지를 겪는 등 혼란과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혼란의 시기에서도 지식인들은 사상의 발전과 종교운동을 통해 사회를 개혁하려는 움직일 보였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속에서 소태산의 사은신앙은 확립되었다.
소태산은 1891년 전라남도 영광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혼란의 시기에서 조선의 민중들을 더욱 위기로 몬 것은 바로 서학, 즉 천주교의 만행이었다. 유교적 제사를 거부하였으며, 신분제를 부정하는 서학의 사상은 그 당시 한국사회의 정체성을 짓밟아 놓았다. 이 같은 시대적 상황 속에서 민중들의 마음에 불을 지핀 것이 바로 동학이었으며 이는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일으키게 되었다.
소태산도 그의 나이 4세 때 전라도 영광 땅에서 동학농민혁명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통해 서학을 배척하여 근대국가를 수립하자고 하였지만 동학농민혁명은 제국주의 세력들에 의해 잔인하게 진압 당하고 만다. 이처럼 혁명이 잉태되었다가 혁명이 좌절된 시대가 바로 소태산의 청소년기 사상형성의 정신적 기반이었다. 소태산 대각 후 사회변혁운동을 꾀하였지만 영광이라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운동이었다. 하지만 그간의 운동과는 다르게 영광을 떠나 전 세계와 우주로써 범위를 넓혀 중생을 제도하는 불법연구회라는 새로운 종교조직을 창설하였다. 소태산은 불법연구회라는 공동체를 기반으로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로 상징되는 정신개벽운동을 전개한다.
이 정신개벽운동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는 격변의 시대로써 당시의 시대정신을 이끌어 간 한국 신종교의 사상적 특징인 개벽사상에서 비롯했다. 이러한 개벽사상은 첫째, 불교의 당래불 사상인 미륵불 신앙과 도참사상에 나타난 정도령 신앙과 깊이 연결된다. 이는 앞으로 다가올 이상적 세계관을 제시하는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참다운 정신적 깨달음을 얻어 도통을 이루어 인격을 완성하는 것이고 , 사회적으로는 불합리한 사상과 불평등한 차별제도 등 부당한 모든 요소를 일시에 혁신하여 새로운 조화와 평화의 세계를 지향하는 것이다. 둘째, 보편적 세계주의와 온 생명주의이다. 강자와 약자는 대립적 관계가 아닌 서로 의지하여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관계이기에 상호 조화와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 또한 인류의 보편적 정신과 이를 확대하여 뭇 생명과 자연의 존재가 서로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존귀한 생명적 존재임을 일깨워주고 그 중심이 되는 온 생명주의가 새로운 사상으로 대두된 것이다. 셋째, 개벽시대의 주체로써 과거의 종교사상은 하늘 또는 신 중심의 사유체계를 이루고 있지만. 개벽사상의 주체는 깨우친 일반 대중이며 인간 중심의 사유체계를 이룬다. 즉 신을 위주로 하는 천권 중심의 사유체계 대신 인간을 중심으로 한 인권시대가 도래하고 있으며 이는 일반 대중의 주체적 자각을 통해 이루어져야 함을 전제하고 있다.
소태산은 조선후기의 사회적 조류를 이루었던 한국 신종교들의 개벽사상을 기반으로 하여 독창적인 정신개벽운동을 전개하였다. 소태산 뿐 아니라 당시 제자들 또한 개벽사상의 한축을 이루며 정신개벽운동에 참여하였고 그 사상에 물들어 있던 시대에 활동하였기 때문에 이에 바탕하여 신앙사를 형성했을 가능성이 크다. 초기교단 간행물을 살펴보면 개벽사상과 사은신앙이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찾아볼 수 있다.
1.오! 사은이시여 거룩하신 사은이시여 나에게 힘을 주소서 꿋꿋하고 근기근기있는 힘을 주소서 아무러한 흔들림에도 넘어가지 않이하고 어떠한 고난이라도 능히 이겨 갈만한 꿋꿋하고 근기있는 그 힘을! 자아를 완성하고 사회를 개조함에는 오직 그 힘이 필요하오니 아무리 미소한 저의개라도 사은께서 그 힘만 밀우어 주신다면 분연히 일어나서 두팔을 부르걷고 일터로 다름질 하겠나니다. !
2.오! 사은이시여. 거룩한신 사은이시여 나에게 빛을 주소서 밝고 큰 빛을 주소서 심오한 진리를 꿰뚫어보고 천만사물에 맥힘이 없는 맑고 큰 그 빛을! 자아를 완성하고 사회를 개선함에는 오직 그 빛이 필요하오이 아무리 미소한 저에게도 사은께서 그 빛만 주신다면 분연이 일어나 두눈을 바로 뜨고 혼구혼구로 뛰여들겠나이다.
3.오! 사은이시여. 거룩한 사은이시여 나에게 열을 주소서 영원히 식지 아니할 뜨거운 열을 주소서 북양의 빙산이라도 히말라야의 눈덤이라도 넉넉히 녹여낼수 있는 뜨거운 그 열을! 자아를 완성하고 사회를 개선함에는 오직 그 열이 필요하오니 아무리 미소한 저에게라도 사은께서 그 열만 넣어 주신다면 맹연맹연히 일어나 피땀을 두루치고 냉박냉박한 사회를 개척하겠나이다. 그러나 나 밖에 사은이 있지 아니하고 사은 밖에 내가 없나니 사은에서 얻어 오는 힘 곧 나의 원천이라 나는 나에게 모든 부족함이 있음을 발견할 때 언제든지 나의 원천 곧 사은의 본처에 향하여 구하려하나니다. 오! 사은이시여. 거룩하신 사은이시여!
송도성이 「회보」제 24호에서 사은에 대해 쓴 기도문을 살펴보면 각 3절의 내용 모두에서 ‘자아를 완성하고 사회를 개선함에는 사은의 빛과 힘과 열이 필요함’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는 개인적으로는 도통을 이루어 인격을 완성하고 , 사회적으로는 불합리한 사상과 불평등한 차별제도 등을 혁신하여 새로운 조화와 평화의 세계를 지향하는 개벽사상이 송도성의 기도문, 즉 사은 신앙에 스며들어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또한『정전』 제2장 사은 제1절 ‘천지은’에서 생명적 관계를 찾아볼 수 있다.
대범, 천지에는 도(道)와 덕(德)이 있으니, 우주의 대기(大機)가 자동적으로 운행하는 것은 천지의 도요, 그 도가 행함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는 천지의 덕이라, 천지의 도는 지극히 밝은 것이며, 지극히 정성한 것이며, 지극히 공정한 것이며, 순리 자연한 것이며, 광대 무량한 것이며, 영원 불멸한 것이며, 길흉이 없는 것이며, 응용에 무념(無念)한 것이니, 만물은 이 대도가 유행되어 대덕이 나타나는 가운데 그 생명을 지속하며 그 형각(形殼)을 보존하나니라.
『정전』 제2장 사은 제1절 ‘천지은’의 2. 천지 피은의 조목에서 하늘의 공기, 땅의 바탕, 일월의 밝음, 풍운우로의 혜택, 생멸없는 천지의 도를 찾아 볼 수 있는데 이에 따라 우리는 무한한 목숨을 얻게 되는 생명적 은혜를 입게 되기에 천지의 위력을 얻어 천지가 내가 되고 내가 천지가 되는 합일의 원리로써 개벽사상의 생명적원리를 보이고 있다.
[…]그럼으로 이 세상에 개인 가정 사회 단체를 물론하고 반목과 투쟁이 접종하야 각자의 희망하는 이상 생활을 등지며 싫어하는 지옥상을 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까닭으로 본회 회원수지에 말삼하신 바와 같이 감사를 몰으고 원망생활만 하는 세상은 병든 세상이라 하섯으며 이 병든 세상을 치료하기 위하사 원멍을 감사로 돌니도록 천지 부모 동포 법률의 사은을 발견하시와 그 은덕을 알게 하섯나니 그 은덕을 늣기는 동시에 자연 원망심이 없어질 것은 사실이다.
「회보」 57호의 내용은 개인·가정·사회·단체과 반목과 투쟁이 일어나 병든 세상을 만들고 있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대립적 관계가 아닌 상대가 서로 의지하여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관계이기에 상호 조화와 발전을 이루는 세계를 지향하는 개벽사상을 개인·가정·사회·단체의 원망심을 감사로 돌려 병든세상을 치료하는 사은신앙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정전』 제2장 사은 제2절 ‘동포은’에서 인류사회뿐 아니라 금수초목의 세계와 나와의 관계를 은혜로움의 관계로 보았다.
우리가 동포에게서 입은 은혜를 가장 쉽게 알고자 할진대 먼저 마땅히 사람도 없고 금수도 없고 초목도 없는 곳에서 나 혼자라도 살 수 있을 것인가 하고 생각해 볼 것이니, 그런다면 누구나 살지 못할 것은 다 인증할 것이다. 만일, 동포의 도움이 없이, 동포의 의지가 없이, 동포의 공급이 없이는 살 수 없다면 그 같이 큰 은혜가 또 어디 있으리요.
대범, 이 세상은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네 가지 생활 강령이 있고, 사람들은 그 강령 직업 하에서 활동하여, 각자의 소득으로 천만 물질을 서로 교환할 때에 오직 자리 이타(自利利他)로써 서로 도움이 되고 피은이 되었나니라.
위의 내용을 살펴보면 인간위주로 자연환경과 생명을 경시하는 현시대의 풍조를 바꾸어 이 땅의 모든 동포와 금수초목까지도 자리이타로써 서로 존중하고 이익을 줄 수 있는 사상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하나님 믿는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부처님을 믿는 사람은 모든 은덕을 부처님에게만 돌려버리고 귀신을 믿는 자는 귀신에게만 돌려 버리며 그 외에도 자기의 신앙 가는 대로 그 표적 물건에다만 모든 것을 돌려버리니 오직이나 편벽되며 범위가 좁은 신앙이라 할까?…우리의 신앙은 사은을 믿어두는 것으로만 신앙을 삼는 것이 아니라 사은을 신앙하여 사은을 진실이 갚아가며 밟아가는 것으로써 진정한 신앙을 삼나니 그럼으로 의뢰적 신앙에만 그쳐 전진심을 상실케 하는 결점이 없으며 진실히 신앙만 할수록 자연 천지 같은 위력과 천지 같은 수명을 얻어 인천대중과 아울러 추모 존앙하여 복락이 일가월증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자타력을 병진케 하는 신앙이 아닌가. 고로 우리의 신앙은 편벽되지 않고 원만하며 타력에만 그치지 않고 자타력을 구비한 신앙이라 하기에 충분하다.
위의 내용은 전음광이 작성한 회설로써 「회보」에 제 7호에 작성된 내용이다. 그는 사은신앙이 현 사회의 일반적 신앙과 비교하여 우수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나 부처님을 믿는 사람이 편벽된 신앙을 하나 사은신앙은 의뢰적 신앙에만 그쳐 전진심을 상실케 하는 결점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였다. 이는 과거 하늘 또는 신 중심의 사유체계의 신앙에서 깨우친 일반 대중이 천지 같은 위력과 천지 같은 수명을 얻어 인천대중을 아울러 진실한 신앙을 해야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는 사은신앙을 진실되게 믿음으로써 자타력 병진 신앙을 하는 사람이 개벽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종교적 믿음에는 두가지가 있는데 “대상적 믿음과 주체적 믿음이다.” 대상적 믿음은 믿는 주체와 믿어지는 대상을 분리하고 질적으로 완전히 서로 다른 것으로써 간주함으로써 성립하는 믿음이다. 인간과 신을 전적으로 다른 존재로써 설정하여 놓고, 인간은 신을 알 수 없고 한정성을 두고 인간의 이성은 신의 지혜에 미치지 못한다 한계를 가진다. 반면 주체적 믿음은 믿는 주체와 믿어지는 대상의 이원적 분리를 넘어서서 믿는 자가 믿음의 내용을 직접 확인하는 믿음이다. 따라서 동양적 사상과 같이 인간이 신과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이성이 신적 지혜를 이해하고, 궁극의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전음광은 이러한 주체적 믿음이 바로 사은신앙의 특성임을 알고 있던 것이다. 또한 소태산은 개벽이 어떠한 절대적인 신 또는 절대적 능력을 가진 절대타자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고 보지 않았다. 주체적 자아의 노력이라는 것은 일원의 진리를 깨달아 고해를 벗어나 해탈할 수 있기 때문에 개벽은 단순히 자력이나 타력 어느 한편에 의해서만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는 편협한 것이 아니라 자력과 타력이 함께 만나는 가운데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개인 스스로 지극 한 정성과 노력으로 신앙하고 수행하는 가운데 ‘일원상의 진리’, ‘사은’, ‘천의’의 도를 체받아 보은함으로써 구원이 이루어지고 이상적인 세계를 열 수 있다.
소태산의 정신개벽사상은 자연과학의 발달을 뜻하는 물질개벽과 연관지어 생각해야 한다. 현 시대는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등 정보통신 기술과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이 융복합하여, 세상의 모든 것을 연결하고 보다 지능화 하는 과학기술의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하는 4차산업혁명을 맞이하고 있다. 이 4차산업혁명도 물질개벽의 한 흐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소태산은 이러한 물질의 노예생활을 예견하고 인류의 정신개벽, 즉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으로써 의식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 것이다. 앞서 소태산의 사은신앙에 개벽사상이 물들어 있음을 밝혔다. 이는 물질개벽의 시대에 과학문명을 선도하여 정신개벽의 실현하는데 있어 사은신앙의 가치가 드러난 것이다. 이로써 소태산의 사은신앙은 개벽시대의 흐름속에서 정립되어 전지구적 사람들의 정신을 개벽하는 원불교의 독창적인 신앙이 된다.
Ⅵ.결론
논자는 사은을 형이하자적인 해석에 바탕하여 불완전한 형태를 띠는 사은의 형성과정에 대해 경계하여 사은은 절대적인 측면인 형이상자적인 요소가 이미 내재되어있기 때문에 더욱 발전되어질 것 아니라 방법론적 측면에서 그 형태와 체계가 변화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형이상자적 해석을 통해 사은의 절대성을 드러냈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첫째, 일원이 본원으로써 형이상자가 되고 천지·부모·동포·법률 즉 사은은 본원에서 비롯되어진 형이하자로 이해되는 것에 대하여 사은이 형이상자의 요소인 본체와 근원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형이하자적으로 치우쳐 해석하는 것은 편협할 수 있음을 밝혔다. 둘째. 일원상은 곧 청정법신불이며, 사은은 법신불의 화신으로써 이해되는데 ‘응화신’ 및 ‘화신’ 개념은 우주만유 현상세계의 모든 존재자들을 포괄하는 존재론적 차원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죄복 인과를 실지 주재하는 ‘사은’이 갖는 ‘인과의 묘리’는 신앙의 대상의 차원에서 동일하기 때문에 따라서 존재론적 차원이 아니라 ‘인과의 묘리’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하였다. 셋째, 일원과 사은의 내역되는 관계가 역점을 두고 바라보면 일원과 사은은 구별되어 지는 것으로 해석하지만 존재론적 차원의 해석이 아니기 때문에 일원이 형이상자적 요소를 가지고 있듯 사은에서도 형이상자적 요소를 찾을 수 있음으로 해서 구별되어지지 않음을 말하고 있다. 넷째, 사은 당처에 직접 올리는 실지불공을 사은신앙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소태산은 사은신앙을 ‘사은 당처에 직접 올리는 실지 불공’과 동일시 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사은신앙과 동시에 실지불공이 같이 이루어져야 함을 들고 있다. 이와 같이 정리하면 사은신앙의 형이하자적 존재론적인 해석 또한 그 사은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스펙트럼을 늘리는 방향은 굉장한 연구 성과임에 공감한다. 하지만 사은신앙을 상대적인 교리체계에서 더나아가 ‘인과묘리’의 측면에서 바라볼 때 형이상자적 사은의 진정한 신앙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조선 후기 사회적 조류에 형성된 개벽사상을 기반으로 하여 소태산으로부터 시작된 ‘정신개벽운동’ 은 「불법연구회」의 신앙사중 사은신앙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여진다. 사은신앙은 과학문명의 급격한 발전 속에서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표어 아래 개교한 원불교의 개벽정신을 신앙의 대상으로 끌어올린 독창적인 신앙이다. 단순 원불교에 속한 사람들만이 아닌 현시대의 전지구적 사람들과 만생령 모두가 믿을 수 있는 가장 원만하고 사실적인 신앙인 것이다.
이 논고를 통해 사은신앙을 학문적 틀로 바라보는 철학적 해석의 성과를 이해하는 수준으로 끝났다. 하지만 후천개벽시대에 나타난 개벽사상에 의거하여 사은신앙의 정체성을 드러내 그 중요성에 대하여 밝혔다. 후의 연구에 있어서는 사은신앙이 대두 된다면 일원상 신앙은 그 위치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이며, 실제로 형이상자적 사은신앙이 교화에 더욱 활발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실천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참고문헌
『원불교전서』(『정전』,『대종경』,『정산종사법어』),원불교출판국,1977
『교고총간』권1,(『월말통신』20호,35호),원불교출판국,1970
『교고총간』권2,(『월보』36호),원불교출판국,1970
『교고총간』권3,(『회보』7호,24호,26호,51호,65호),원불교출판국,1970
『교고총간』권4,(『불법연구회 창건사』),원불교출판국,1970
고시용,『원불교 교리성립사』, 한국학술정보㈜, 2012
박광수,『한국신종교의 사상과 종교문화』,집문당, 2012
한자경,『불교철학과 현대윤리의 만남』,예문서원, 2008
한자경,『심층마음의 연구 – 자아와 세계의 근원으로서의 아뢰야식』,서광사,2016
박상권,「원불교 일원상 진리와 사은의 관계에 관한 논의 고찰」,『원불교사상과 종교문 화』52집,2012
박맹수,「한국근대 민중종교와 비서구적 근대의 길 – 동학과 원불교를 중심으로-」,『원불교 사상과 종교문화』33집
박용덕,「일원상 봉안에 대한연구,」,『정신개벽』11집, 신용교학회,1922
오석규,「最終 敎理圖에 담긴 대종사님의 뜻은 무엇인가?」, 원불교사상연구원203차 월례 연구발표회 발표문, 2013,
노권용,「사은의 신앙적 의미에 대한 재인식」,『제28회 원불교사상연구 학술대회 [원불교 개교백주년 기획(VI)] ‘개교100년과 원불교문화’』
노권용,「원불교 신앙론의 과제」, 『원불교학』,창간호,1996, 원불교학회,
노권용,「원효의 일심사상과 일원상진리의 비교연구」
좌산 상사,『믿음대로 산다』,원불교출판사,2009
정순일,「사은신앙의 형성사적 연구」,『원불교사상』제21집,1997
정순일,「일원상 신앙 형성사의 제문제」,『원불교학』제8집
정순일,「‘법신불 사은’ 호칭재고」,『원불교사상과 종교문화 』49집,2009
염승준,「‘법신불 사은’ 신앙연구」,『원불교사상과 종교문화』제59집,2014
박광수,「원불교의 후천개벽 세계관」,『원불교사상과 종교문화』44집,2008
한종만,「사은신앙에 관한 연구」, 원불교사상 19집,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