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2022년 11월,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하 개정 교육과정)의 행정을 예고하였고, 이어 12월에 새 교육과정을 고시하였다. 2024년 기준, 개정 교육과정은 초등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 개정 교육과정은 앞으로 학교급별 학년별로 순차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며, 2027년 3월 1일에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시행됨으로써 초⋅중등학교에 정착하게 된다. 종교교과 역시 「종교학」에서 「삶과 종교」로 교과목 명칭이 변경되면서 교과의 성격과 목표, 그리고 세부적인 내용 등이 변경되었다. 교육과정과 교육내용이 변경됨에 따라 교육용 자료인 교과서 역시 많은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종교교과는 ‘제4차 교육과정’부터 등장하였으나, 과목의 특성상 다른 교과에 비해서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다. 종교교과는 종교계 사립학교(이하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을 위해 선택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현장에서 공공성과 자율성이 충돌하고 그 관계 설정이 불명확한 것이 현 상황이다.
원불교의 교조인 소태산 대종사(이하 소태산)는 교단의 삼대 목표 중 하나를 ‘교육’으로 밝힌 바 있다. 양은용(2002)은 소태산이 학문 내지 지식교육 등에 주목한 것에 대하여, “원불교의 교체형성기는 현대교육의 도입 정착기였기 때문에 이러한 관점은 교리체계에 있어서 훈련법을 낳고, 마침내 원불교 교육기관 설립의 이념적 기반이 되고 있다.”라고 해석하면서, 개교의 동기의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이 각각 과학교육과 도학교육으로 대응이 되어서 원불교 교육기관 설립의 근본정신을 구체화한다고 정리하였다. 이를 통해 원불교 개교의 동기를 이루기 위해서 교육이 가지는 역할이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원불교 학교법인 아래에서 적지 않은 수의 정규 교육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종립학교는 ‘건학이념이 종교교과를 통해 실현 가능하다는 것’에서 국ㆍ공립학교뿐 아니라 일반사학과도 차이가 생기게 된다. 이처럼, 종립학교의 정체성을 종교교과에서 찾을 수 있기에, 원불교의 종교교과 연구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본 연구는 앞으로 적용될 개정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원불교 내에서 개발하는 종교교과 교과서의 방향성 제시를 목적하고 있다. 2015 교육과정에서는 ‘종교학’ 관점의 교과서 1종만이 종교교과 교과서로 인정되면서, 종교교과 교육과정이 현장에서 시행될 때 규격화가 되어버리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처럼, 공공성을 강조한 교과서부터 개별 종교에서 개발하여 자율성을 강조한 교과서까지, 다양한 교과서들의 인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원불교의 종교교재에 관한 연구는 그 필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이다.
박희종(2012)의 연구에 따르면, 종교교육의 방향은 “종교학 교육+인성교육+교화활동”으로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국가 수준 교육과정에 포함되어서 종교교과 교과서를 활용하는 교육은 종교학 교육과 인성교육이 해당되기에, 본 연구에서 지칭하는 종교교육은 이 두 가지 범주로 제한하고자 한다. 우선, 종교교과 교육과정의 의미를 공공성과 자율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변천 과정을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이번 개정 교육과정에 속한 종교교과가 어떤 특징을 가지는지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원불교의 종교교과 교과서 개발 방향성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Ⅱ. 종교교과 교육과정과 종교교과 교과서
- 종교교과 교육과정의 의미와 변천
교육과정은 어떤 의미로 이해하고 바라보는지에 따라서 그 방향성과 구체적인 내용의 변화가 생기게 된다. 교육과정의 개념을 세분화하여 살펴본다면 ‘계획된 교육과정’, ‘전개된 교육과정’, ‘실현된 교육과정’으로 나눌 수 있다. 문서화 된 교육과정으로 제시되는 교육과정은 계획된 교육과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계획된 교육과정에 기반하여 교육과정이 전개되며, 이에 관한 실행과 결과의 의무가 문서화 된 교육과정에서 드러나고 있기에 문서화 된 교육과정의 변천을 파악하는 것이 곧 교과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과 직결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문서화 된 교육과정을 구현하기 위한 교육용 자료로 교과서가 존재하기에 어느 한 교과의 교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해당 교과의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게 된다.
대한민국은 유례가 없는 다종교 국가이다. 국교가 존재하지 않으며, 헌법에서도 종교 신앙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대한민국에서의 종교교육은 특정 종교를 위한 호교론적인 교육으로 인식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는 학습자들의 종교의 자유를 강조하는 제도적 측면과 종립학교의 건학이념을 종교교과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현장의 상황이 충돌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종교교과는 공공성과 자율성의 충돌이 발생하는 교과이며, 현장에서 시행되는 교과목 가운데에서도 각 학교 현장마다 필요성과 불필요성 사이의 차이가 극심하게 벌어지는 교과이다. 이러한 교과의 특수성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종교교과 교육과정의 변천은 공공성과 자율성이 충돌하면서 조화를 이루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은 교육과정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진행이 되었으나, 1981년 제4차 교육과정 고시를 기준으로 국가의 관리를 받게 되었다. 종교교육 자체가 국가 교육과정에 포함된 것은 국가의 공인을 받았다는 것과 동시에 종립사학의 호교론적인 종교교육(종파교육)이 공공성에 의해 제한을 받게 된 것을 시사해 준다. 이처럼 국가 수준 교육과정으로서 재등장한 제4차 교육과정의 종교교과는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진행된 종교교육이 공식적으로 학교 현장에 드러나게 된 것에 의의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제4차 교육과정은 이전 교육과정인 제3차 교육과정과 비교해서 자유 선택 과목의 이수 단위가 확장되었고, ‘종교’ 교과가 국가 수준 교육과정에 포함되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수 단위가 확정되었다 해도 0~8단위가 배당되었으며, 자유 선택 과목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2개 이상의 교과를 개설해야 했기에 종교교과의 비중은 적을 수밖에 없었다. 이뿐만 아니라, 당시 국가의 종교교과 공인에는 종교교과교육의 목표와 내용에 담긴 ‘특정 종교를 위한 교과교육’을 용인한 것이기 때문에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는 점에서 공공성이 보장받지 못했다. 무엇보다 제4차 교육과정에서는 보통 교과와 전문 교과, 그리고 특별 활동에도 제시되었던 교육과정이 종교교과에는 제시되지 않았다.
제5차 교육과정에서는 2단위 이상의 교양선택교과로 변경되었다. 종교교과 역시 필수 2단위로 제시되었지만, 기존에 존재한 복수 과목의 설정이 많은 교양 교과에서 사라진 것에 반하여 종교교과는 그 특수성으로 인해 복수 과목의 설정이 유일하게 남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종교 과목을 개설할 때 2개 이상의 과목을 학생에게 제시하여 선택 기회를 주어야 하기에 종립학교가 아닌 일반 국‧공립 고등학교에서 종교교과를 선택할 여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종교교과 교육과정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문제도 있었다.
제6차 교육과정에서는 4단위로 변경이 되었고, 교양선택교과의 교육과정이 만들어지면서 ‘종교’ 교육과정이 제시되었으며,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더 발전한 ‘종교’ 교육과정이 제시되었다. 이후 2007 교육과정부터 2009 교육과정까지는 생활과 접목을 시키는 취지에서 교과목 명칭이 ‘생활과 종교’로 변경이 되었으며, 2011 교육과정부터 2015 교육과정까지는 ‘종교학’으로 교육과정에 고시되었다. ‘종교학’이라는 교과목 명칭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2011~2015 교육과정은 종교를 외부의 시각을 통해 비판적으로 보는 힘을 갖추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국가 교육과정 문서의 역할을 충실히 함과 동시에 각 학교의 자율성과 융통성을 위협하기도 하는 양면성을 보여준다.
이렇게, 교과가 보여주는 성격의 변천은 공공성과 자율성이 충돌하는 모습으로 전개되었다. 충돌을 통해 조화를 이루어가는 모습은 제4차 교육과정부터 등장한 종교교과가 현재까지도 교양교육으로서의 성격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못했다는 해석 역시 가능하게 한다. 이처럼 불분명한 성격으로 인해 현재까지도 종교교과는 교육과정과 학교 현장교육의 불일치라는 문제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2022 개정 종교교과 교육과정의 특징
교육과정이 학교 현장교육에 적용되지 않는다면 그 교육과정은 의미가 크게 상실된다. 물론, 문서로 제시된 교육과정의 내용 그대로 현장교육이 운영될 수는 없다. 그러나 종교교과 교육과정이 공립학교에서는 무관심의 정도가 영교육과정에 해당하는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종립학교에서도 외면받는 현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필요하며,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번 개정 교육과정부터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는 「삶과 종교」 수업을 계획하고 운영하는 데에 있어서 크게 주목해야 하는 부분으로, 학생들의 선택권이 강화되는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는 만큼 새로운 종교교육이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부에서 고시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에서 드러난 2022 교과 교육과정 개발의 지향점은 “깊이 있는 학습”, “교과 간 연계와 통합”, “삶과 연계한 학습”, “학습과정에 대한 성찰”이었다. 이러한 지향점 아래에 종교교과는 새로운 교과목 명칭인 「삶과 종교」로 제시되었다. 이는 종교교과의 흐름이 기존의 ‘종교학(사회문화적인 차원) 교육’에서 ‘종교교육’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병철(2016)은 이전 교육과정인 2015 종교학 교육과정의 방향성에 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이 교육은 형이상학적 전제 없이 비고백주의적 입장에서 인문학⋅사회과학적 접근을 취하는, 학생 중심의 구성주의적 관점에서 지적 안목에 필요한 지식뿐 아니라 지식의 가치에 대해 메타적 성찰을 시도하는, 신앙교육론⋅영성교육론을 배제하지 않고 오히려 인식 대상으로 삼아 메타적 성찰을 시도하는 방향, 그리고 이를 통해 단순히 지적 안목이 아닌 성찰적⋅메타적 능력을 지닌 교양인의 양성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시행된 종교학 교육과정은 기대했던 결과를 얻어내는데 역부족이었다. 2015 교육과정의 종교학에 대해서 이종철(2023)은 “종교교육을 ‘종교에 관한 (지식)교육’으로 한정한 것과, 종교 바깥쪽에서 종교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것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이 문제였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앞서 밝힌 종교교과의 공공성과 자율성은 서로 대립하는 관계가 아닌 내부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이다. 공공성과 자율성을 대립의 관계로 설정하여 이 가운데 공공성만 강조하게 되면 ‘행정의 효율성’과 ‘국민의 권익보호’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게 되며, 자율성만 강조하게 되면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자유’와 ‘평등’만을 강조하게 된다. 국가의 통제 아래에서만 진행되는 교육은 국가가 의도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변화하는 시대에 적합한 인재를 길러내는 창의적인 교육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며, 유동적으로 진행되는 학습자 맞춤형 교육과도 요원하게 된다. 공공성과 자율성의 충돌 과정에서 불분명한 성격이던 종교교과는 2015 교육과정에서 종교학적 지식교육을 강조하면서 종립학교의 현장에서 많이 활용되지 못했다. 동시에 국공립학교에서도 채택을 받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현장의 종교교육이 침체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되었다. 교과명에서 ‘삶’을 강조하여 ‘종교’보다 앞으로 가져온 건 이전 교육과정에 대한 반성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방향성에 대한 제시를 담았다고 이해할 수 있으며, 이러한 「삶과 종교」의 전체적인 개정 방향을 통해 공공성과 자율성의 조합과 조화가 새롭게 이루어지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삶과 종교」의 주요 내용이 되는 ‘성격과 목표’, ‘내용 체계 및 성취기준’, ‘교수 학습 및 평가’의 전반을 살펴보면, “종교가 인간의 삶과 어떻게 관련되는지, 어떻게 서로 다른 종교를 상호 존중해야 하는지, 사회에서 공적 역할을 다하는 종교와 책임 있는 종교인으로 살아가는 이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가치로운 삶은 무엇인지, 종교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종교교과 교과서
교과는 교육과정의 기초를 구성하고 있으며, 이러한 교과의 내용이 언어적으로 서술되어서 현장에 적용되는 것이 교과서다. 그중 종교교과는 개정 교육과정 가운데 진로 선택 교양 교과로 자리하고 있기에, 종교교과 교과서에 관한 이해는 교양교육을 이해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교양교과는 현재 재개념화가 논의될 정도로 여러 맥락에서 이해되고 있으나, 넓게 보면 교양교육의 핵심은 인간 형성에 필요한 “성찰”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때의 성찰은 주어진 것에 대한 지속적인 메타적 사유를 의미하며, 이는 2015 교육과정의 종교교과에서 두드러지게 확인할 수 있는 특징이다. 그러나, 앞에서 정리한 바와 같이 2015 종교학 교육과정은 “종교교육을 ‘종교에 관한 (지식)교육’으로 한정한 것과, 종교 바깥쪽에서 종교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것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이 문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개정 교육과정의 종교교과 교과서는 학습자들이 ‘종교의 밖에서 관찰한다.’라는 규정이 없이도 “성찰”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밟아서 종교교과 교과서를 편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까? 교과서 제도는 크게 국정제, 검정제, 인정제, 자유발행제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이 가운데 국정제, 검정제, 인정제의 공통점은 국가 제도의 통제 아래에서 편찬이 이루어진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세 가지 제도의 구분은 국가의 통제 아래에서 국가가 편찬과정에 관여하는 정도와 방식에 따라서 이루어질 수 있다. 국정제는 국가에서 편찬 전체과정을 담당하는 교과서이다. 검정제는 민간에서 개발한 교과서에 관해 국가 차원의 검정심사를 실시하여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교과서이다. 검정제는 검정심사의 기준이 엄격하면 엄격할수록 국정제의 성격과 유사해진다는 특징이 있다. 인정제는 민간에서 개발한 교과서에 관해 국가로부터 위탁을 받은 기관이 인정심사를 실시하여 인정 여부를 결정하는 교과서이다. 따라서, 검정심사에 비하여 인정심사의 심사기준이 약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상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상황이다.
심사기준은 공통 기준으로 제시되는 8가지 관점을 근거로 하여 심의위원들이 개별적으로 판정을 하게 되는데, 심사 관점 가운데 하나의 항목이라도 이상이 있다는 판정이 되면 그 교과서는 심사에서 불합격으로 처리가 된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8가지 관점 가운데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조장하는 내용이 있는가?”와 “정치적․파당적․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거나, 특정 종교교육을 위한 방편으로 이용된 내용이 있는가?”라는 기준의 존재다. 이 기준에 따르면 종립학교에서 개발한 교과서는 전부 호교론적인 종교교육을 위한 방편으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이번 개정 교육과정이 아무리 공공성과 자율성의 조화를 촉구한다고 하여도 결과적으로 종립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교과서는 한정이 되고, 교육의 내용이 모두 비슷해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와 다르게 자유발행제는 민간 부문에서 전적으로 교과서를 편찬하고, 국가가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 자유발행 적용 인정도서는 공통기준만 적용하고 교과별 기준은 저작자의 자체 점검으로 대체한다는 점에서 국가가 간접적으로 교과서 사용에 관여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정 및 검인정 교과서만을 사용하는 교육은 국가의 감독과 검열이 이루어진 내용으로만 교육해야 한다는 식의 전근대적 교육관에 근거한 교육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이는 학습자의 수동적인 역할이 전제되기에 창의력 있는 교육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이러한 표준화된 지식은 학습자가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선한다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시안)의 중점 사항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 자유발행제 적용 인정도서는 이러한 부분에서 유리한 점이 있다.
동시에 자유발행제가 가지고 있는 단점은 국정제와 검정제의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통, 종교교과는 종립학교에서 건학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통로로써 채택하는 경우가 많기에 국가의 통제 아래에서 편찬된 교육용 자료를 사용하는 것보다 자유발행제로 편찬한 교과서를 선호할 것이다. 2020년 자유발행 적용 인정도서의 근거가 마련되어 비교적 교과서 제도에 융통성 있는 접근을 시도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 다양한 모습의 교과서 편찬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때, 종립학교는 자유발행제의 도입을 활용하여 호교론적인 입장만을 취할 것이 아니라, 교재의 다양성을 확보하여 종교교육의 수준을 높인다는 사명감으로 임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종교교과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호교론적인 차원의 교육으로만 기울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박희종(2012)은 공교육의 현장인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종교교육이 가지는 제한에 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학교가 교화기관이 아닌 공교육의 제도라 볼 때, 특정종교의 종교교육에는 제한이 따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만약 교육이 선교(포교)의 수단으로만 간주되어, 학생들이 평등하고 공정하게 누려야 할 교육권을 침해하고 박탈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종교교과는 국가 수준 교육과정이며, 교양교과 가운데 속해 있다. 종교교육의 목표도 ‘교양인의 양성’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원불교 종교교육 역시 호교론적인 차원만을 고집한다면 발전이 어려울 것이다. 소태산은 모든 종교가 시대와 지역을 따라 서로 모습은 다를지라도, 그 근본 원리는 하나이며, 일체생령을 구하는 목적 역시 같음을 제시하면서 종교교육 역시 종교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삶의 지혜를 얻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개정 교육과정 「삶과 종교」의 성격과 직결이 된다.
- 원불교 종교교과 교과서 개발의 필요
원불교에서는 청소년부터 장년기에 이르는 교육을 ‘통교’라는 이름으로 범주화시키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중략) 청소년 때 부터 장년기까지 시대의 학업과 도덕의 훈련을 아울러 받아야 하나니 이를 일러 통교라 하나니라. 일생을 통한 교육은, 첫째는 학술 교육이니, 이는 주로 과학 교육을 통하여 지식과 기술을 배우게 하는 것이요, 둘째는 정신 교육이니, 이는 주로 도덕의 훈련을 통하여 마음 단련과 도의의 실행을 얻게 하는 것이요, 세째는 예의 교육이니, 이는 가정 사회 국가 세계를 통하여 각각 그에 당한 모든 의례를 익히고 행하게 하는 것이요, 네째는 근로 교육이니 이는 평소부터 부지런한 정신을 기르며 생산적인 작업을 실습하는 것이니라.
여기서 ‘학술 교육’은 국가 수준 교육과정 가운데 공통 과목과 선택 과목을 포함한 ‘보통 교과’를 통해 현장에서 실현되고 있으며, ‘근로 교육’은 ‘전문 교과’를 통해 실현되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종교교과가 속한 ‘교양 교과’는 교양인 양성이라는 대주제 아래에서 ‘정신 교육’과 ‘예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특히, 이번 개정 교육과정의 종교교과는 종교학적인 지식에만 국한하여 교수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이 학습자들의 삶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교수를 진행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정신 교육과 예의 교육적 성격이 두드러진다. 물론, 보통 교과나 전문 교과나 교양 교과와 같은 교육은 서로 연계되어서 학습자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4가지 유형으로 정확하게 나누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강조되는 역할을 기준으로 나누어 볼 수는 있다. 원불교 종교교과는 정신개벽이라는 대주제 아래에서 ‘정신 교육’과 ‘예의 교육’을 실현하는 것을 중심으로 설정하고, 학습자의 수준에 적합한 종교학적인 지식으로 학술 교육을 병행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불교 종교교과 교과서 개발의 필요성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필요성은 현재 대한민국의 종교교과 교육과정이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이를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있는 것처럼, 종교교과 교과서 역시 방향성을 잡아가고 있는 과정 중에 있으며, 이러한 상황일수록 모든 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공공성을 강조한 교과서부터 개별 종교에서 개발하여 특수성을 강조한 교과서까지, 다양한 형태의 교과서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교단의 관점보다 교육학적 관점이 강조된 필요성이다.
두 번째 필요성은 종교교과가 교양교육의 범주 아래에 귀속되어 있다고 해도, 종교교과룰 통해 종립학교의 건학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며, ‘지적 성찰을 거친 교양인의 양성’이라는 목표에서 벗어나지 않을 만큼의 자율성을 확보하여 원불교 종립학교의 건학이념을 교육현장에서 실현할 수 있는 기대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고시용(2020)은 원불교의 교육에 대한 관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요약하면 “교육은 세계를 진화시키는 근원이요 인류를 문명케 하는 기초이니, 일체동포가 서로 잘 배우고 잘 가르쳐서 다 같이 낙원생활을 하자”는 것이다. 즉 원불교 개교의 동기에서 주창한 파란고해의 일체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는 매우 중요하고 유효한 방안의 하나가 바로 교육인 것이다.“
2020년을 기준으로, 원불교 학교법인은 12개이며, 설립운영하고 있는 종립학교(고등교육기관과 중등교육기관)는 총 25개이고, 이 가운데 고등학교는 총 10개이다. 원불교는 개교 이후 109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만큼, 현재 다양한 법인과 학교가 운영되고 있는 모습이다. 원불교 종교교과를 새로운 교육과정에 맞추어 다시 개발하는 것은 「삶과 종교」 교과를 현장에서 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다시 세우는 과정이 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고등학교의 현장만이 아니라, 종교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교육기관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재의 구성을 제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Ⅲ. 종교교과 교과서 개발의 방향
- 원불교 종교교과 교과서의 개요
교과서 단원의 큰 틀은 국가 수준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내용 체계를 준수하여 대단원을 4개의 영역으로 구성하였다. 대단원은 다시 9개의 중단원으로 이어지고, 중단원별 각각 2~4개 소단원을 배치하여 총 23개의 소단원을 설정했다. 이를 다음과 같은 목차로 구성해 보았다.
<표 1>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원불교 종교교과서 목차의 예시
대단원 | 중단원 | 소단원 |
(1) 인간과 종교 | 1. 종교의 의미 | 1) 종교의 의미와 역할 |
2) 종교와 유사 종교 | ||
2. 종교와 영성 | 1) 내 안의 영성 깨우기 1 | |
2) 내 안의 영성 깨우기 2 | ||
3) 내 안의 영성 깨우기 3 | ||
3. 종교와 사회 | 1) 인간 살펴보기 | |
2) 사회 살펴보기 | ||
(2) 다양한 종교 | 1. 종교의 다양성 | 1) 종교의 기원과 형성 |
2) 다양한 종교의 문화 | ||
2. 종교의 목적 | 1) 종교의 세계관 | |
2) 종교의 윤리적 가치 | ||
(3) 종교 문화유산 | 1. 생활 속 종교 | 1) 의례와 종교 |
2) 일상과 종교 | ||
2. 문화유산 속 종교 | 1) 문명사와 종교 | |
2) 음악과 종교 | ||
3) 미술과 종교 | ||
4) 건축과 종교 | ||
(4) 변화하는 사회와 종교 | 1. 변화하는 사회 | 1) 종교 속 관계성 |
2) 위태로운 개인‧사회 | ||
3) 발전하는 개인‧사회 | ||
2. 영성적인 사람들 | 1) 종교의 목적 | |
2) 상호 존중 속 종교 | ||
3) 종교의 가치 |
대단원과 소단원은 교육과정 문서상으로 각각 내용 체계와 성취기준을 표준 삼아 설정하였다. 그리고 대단원과 소단원을 연결하기 위한 중단원을 구성하여 계열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우선, 대단원과 소단원, 그리고 중단원의 체제를 대략 살펴보고 주요내용과 특징을 다루면서 세부 내용을 확인하고자 한다.
대단원 체제는 ‘대단원명, 핵심 아이디어에 관한 설명, 목차, 단원에서 추구하는 기대효과’를 제시하여 도입을 구성했으며, ‘징검다리’ 영역을 추가로 구성했다. ‘징검다리’는 대단원의 마무리 단계로, 단원과 단원 사이의 통합성을 강조하는 영역이다. 각 단원의 학습내용이 분절되어서 계열성을 잃게 되는 경우는 지속적인 행동의 변화를 이루어내기가 어려워지기에, 대단원과 대단원 사이에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징검다리’ 영역을 추가하여 통합성을 강조한 것이다.
소단원 체제는 ‘소단원명, 구체적인 학습내용’과 더불어 ‘살펴보기’ 영역과 ‘심화학습’ 영역으로 구성했다. ‘살펴보기’는 단원의 특성에 따라서 ‘나 살펴보기, 사회 살펴보기’ 두 가지로 나누어서 소단원의 학습이 진행되는 중간 지점에 교과의 내용이 학습자의 삶과 연계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로 배치했다. ‘심화학습’은 삶과 연계한 지식을 강조하면서 소외될 수 있는 교양 차원의 종교학적 지식(학문적 지식)을 보충하는 영역으로, 생활 경험을 중시하면서도 지적인 체계를 강조하는 측면을 구분하였다. 교수 학습 과정에서 필수요소가 아닌 선택사항으로 제시하여, 자유로운 학습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구성했다.
대단원과 소단원을 연결하는 중단원의 체제는 ‘중단원명, 목차’와 더불어 ‘도입, 전개, 정리’ 영역과 ‘체크체크’ 영역으로 구성했다. 소단원을 전개하기 전, ‘도입, 전개, 정리’의 절차로 내용을 제시하여 소단원을 학습하면서 구조화가 진행되는 것을 돕고자 했다. ‘체크체크’는 도입 과정에서, 해당 중단원을 학습하면서 교과 내용을 생활 전반에 적용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영역이다. 국가 차원에서 시행되는 종교교육이 ‘삶의 문제에 대해 종교적 통찰과 지혜를 적용하여 실천할 수 있다’라는 목표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종교교육은 학습자 개인의 지속적인 실천 태도가 강조되는 영역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교과서의 내용적 조건 외에도 강조되어야 하는 외형적 조건이 존재한다. 좋은 교과서가 갖추어야 할 외형적인 조건에 관해서 박창언, 강전훈, 이윤하(2021)는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교과서의 외형적 조건은 내용적 조건이 충족되었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야 제대로 관심을 끌 수 있다. 교과서 내용의 그림이나 편집 및 교과서의 재질 등은 내용적 조건을 완성하는데 기여하는 조건이 될 것이다.”
교과서 내용에 포함할 수 있는 ‘이미지 자료’와 ‘개정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바의 교집합에는 ‘AI 교육환경’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디지털‧AI 교육환경에 맞는 교수‧학습 및 평가체제 구축이 이루어지면서 교사의 디지털 에듀테크 활용 역량 함양을 위한 기반이 조성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인지도가 낮은 종교에 대해서 빈약한 이미지 자료가 제공되었던 기존 종교교과 교과서의 문제점을 해결하면서도, 학습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방안을 구상할 수 있게 되었다. 교과서의 편집의 한계로 이미지의 수준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기에 디지털 교육환경(1인 1디바이스 활용 상황)을 활용하여 각 이미지에 관련 이미지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QR코드를 첨부할 수 있고, AI 교육환경을 활용하여 대단원 ‘3. 종교 문화유산’에서는 다양한 문화유산 자료들을 인공지능 Google Arts&Culture 앱을 활용하여 고해상도로 감상할 수 있도록 구상했다.
- 원불교 종교교과 교과서의 주요내용
종교교육의 방향을 ‘종교학 교육+인성교육+교화활동’으로 정리한다면, ‘삶’과 ‘종교적 지식’의 관계가 강조되는 개정 교육과정의 종교교과 특성상 종교학 교육과 인성교육의 조화가 중요시될 것이다. 종교학 교육과 종립학교의 인성교육은 각각 공공성과 자율성이라는 성격과 대응이 된다는 점에서 공공성과 자율성의 조화를 중시해야 하는 근거가 마련된다. 따라서, 문서로 제시된 바에 기반하여 이를 강화하되, 교리적인 텍스트를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교과서의 특징을 설계하려고 한다. 또한, 앞에서 제시한 ‘원불교 종교교과 교과서의 개요’의 광범위한 범주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정하여,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리할 것이다. 설계에 있어서 구체적인 기준을 크게 ‘교과서 제작 목표와 교과의 목표, 대단원 별 목표 진술, 소단원의 교육내용 선정과 조직, 중단원의 주요내용’의 네 가지로 나누어서 정리하고자 한다.
1) 교과서 제작 목표와 교과의 목표
소태산은 앞으로의 세상을 문명한 시대가 되면서도 그에 따르는 결함이 극심해질 것을 예견하며, 세상이 병든다는 표현을 통해 시대를 진단하고, 병을 고치는 방법에 대해 사은‧사요, 삼학‧팔조를 제시하였다.
“지금 세상은 전에 없던 문명한 시대가 되었다 하나 우리는 한갓 그 밖으로 찬란하고 편리한 물질 문명에만 도취할 것이 아니라, 마땅히 그에 따르는 결함과 장래의 영향이 어떠할 것을 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니, 지금 세상은 밖으로 문명의 도수가 한층 나아갈수록 안으로 병맥의 근원이 깊어져서 이것을 이대로 놓아 두다가는 장차 구하지 못할 위경에 빠지게 될지라 (중략) 그런즉 이 병들을 고치기로 할진대 무엇보다 먼저 도학을 장려하여 분수에 편안하는 도와, 근본적으로 은혜를 발견하는 도와, 자력 생활하는 도와, 배우는 도와, 가르치는 도와, 공익 생활하는 도를 가르쳐서 사람 사람으로 하여금 안으로 자기를 반성하여 각자의 병든 마음을 치료하게 하는 동시에, 선병자 의라는 말과 같이 밖으로 세상을 관찰하여 병든 세상을 치료하는 데에 함께 노력하여야 할지니, 지금 세상의 이 큰 병을 치료하는 큰 방문은 곧 우리 인생의 요도인 사은 사요와 공부의 요도인 삼학 팔조라 (생략)”
이러한 내용은 ‘개교의 동기’에서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으로써 정신의 세력을 확장하고, 물질의 세력을 항복 받아, 파란 고해의 일체 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려 함”이라고 표현된다. 이에 기반하여, 황화경(2017)은 원불교 종교교육의 정체성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원불교 종교교육의 정체성은 소태산 대종사가 개교의 동기에서 밝힌 ‘사실적 도덕의 훈련’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므로 원불교 종교교육은 학교현장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지만 모든 종교교육에 대한 내용 및 활동에서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키워드로 하여 연구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원불교 종교교육의 정체성이 ‘사실적 도덕의 훈련’이라면, 진리에 바탕한 사실적 도덕의 표준은 사은‧사요이며, 사실적 도덕의 훈련방법은 삼학‧팔조라는 점에서 원불교의 종교교과 교과서 제작 목표는 세상의 큰 병을 치료하는 방문인 인생의 요도(사은‧사요)와 공부의 요도(삼학‧팔조)를 공교육 차원의 종교교육을 통해 실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교과서에서 서술할 기본 목표를 제시한다면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현재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하는 세계시민 사회, 고도화된 디지털 정보 기술 사회, 지속가능한 지구 생태 공동체를 향해서 나아가고 있으며, 이와 함께 수반되는 개인적‧사회적 문제 역시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급변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 우리는 종교에서 전하는 근본적인 메시지를 확인하고, 그 메시지를 각자의 삶에서 해석해내는 교양인으로서의 태도가 필요해졌다. 따라서, 「삶과 종교」 수업을 통해 개인적으로는 인간으로서 삶을 가치 있게 영위하는 방식을 계획하며 사회적으로는 공동선의 가치로 접근하여 지혜로운 시민의 태도를 훈련한다.’
2) 대단원 별 목표 진술
대단원 별 목표 진술은 교과서 제작 목표인 ‘사실적 도덕의 훈련’의 관점에서 서술이 되었을 때 원불교에서 개발하는 종교교과 교과서의 역할이 드러나고, 의의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황화경(2017)은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정체성으로 둔 원불교 종교교육 개선 방향에 관한 제언을 다음 다섯 가지로 정리하였다.
1) 인간성 회복을 위한 사실적 도덕훈련으로의 인성적 종교교육
2) 모든 생명이 하나의 은적 생명체임을 자각하고 감사보은하는 생활적 종교교육
3) 상생과 평등의 윤리도덕을 실천하는 실천적 종교교육
4) 자리이타의 정신자세로 대중을 유익하게 하는 공익적 종교교육
5) 인간의 무한한 잠재능력을 계발시켜주는 창의적 종교교육
이 다섯 가지 교육의 분류와 개정 교육과정 문서에 드러난 내용 체계를 활용하여 대단원 별 목표를 다음과 같이 진술할 수 있다.
<표 2> 대단원 별 목표 설정 예시
단원 | 목표 설정의 방향성 |
(1) 인간과 종교 | 종교성과 영성을 통해 내 안의 인간성을 이해하며, 삶과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종교적 의미에 기반하여 분석한다 (인성적 종교교육). |
(2) 다양한 종교에 대한 이해 | 다양한 종교들을 이론적으로 비교하며, 종교에서 추구하는 공동선의 가치를 이해한다 (공익적 종교교육, 일원주의 강조). |
(3) 종교 문화유산 | 우리의 일상과 시대에 담긴 종교의 특성을 문화‧의례‧예술의 차원에서 확인하며, 인간의 무한한 잠재능력과 영성을 이해한다 (창의적 종교교육, 일원주의 강조). |
(4) 변화하는 사회와 종교 | 변화하는 시대에서 종교의 본의를 해석하여, 현대 사회의 주요 문제를 마주한 종교의 역할과 책임을 설계한다 (생활적, 실천적, 공익적 종교교육). |
현시대 교육목표의 강조점이 학생의 행동과 성취로 옮겨지고 있으며, 결과로서 보여야 할 의도된 행동이 판단의 기준이 되는 만큼, 목표 진술에는 암시적 동사를 이용하는 것으로 학생의 내재적 행동을 진술하고, 행위 동사를 이용하여 학생의 외현적 행동을 관찰‧측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은 소단원의 학습 목표 제시이다. 학습 목표의 진술을 대단원에만 국한하지 않고, 학습자가 소단원의 학습 목표까지 교과서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3) 소단원의 교육내용 선정과 조직
이제 대단원 별로 소단원의 교육내용을 어떻게 체계화시킬지 정리하고자 한다. 「삶과 종교」 교육과정의 내용 체계를 살펴보면, ‘영성’이 1단원의 내용 요소로 포함되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백준흠(2009)은 영성이 종교적 의미만을 함축한 좁은 개념이 아니라 생활영성으로 그 의미를 확대해야 한다고 정리하면서, 삶 속에서 영성계발이 진행되어야 하는 이유에 관해서 “인과의 원리에 비추어 볼 때 인생 또는 삶의 주체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 자신만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닌 일체생령의 행복을 위한 삶 속에서 자신의 도리와 역할을 잘 해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연구하였다. 그리고 이에 대한 구체적 방안으로, 일상수행의 요법을 통해 생활영성적 덕목들을 기르는 종교교육이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였다.
‘일상수행의 요법’은 원불교 교리를 강령적으로 아홉 가지 조목으로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교리의 전반적인 내용이 9개의 조항 속에 정리되었다는 것이며, 이 가운데에서 원불교의 사은‧사요, 삼학‧팔조 교리를 확인할 수 있다. 1, 2, 3조는 내 안으로 인격을 이루는 삼학의 내용이며, 4조는 삼학을 구성하는 재료인 팔조의 내용이며, 5조는 이 세상이 은혜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기에 감사생활을 해야 한다는 사은의 내용이며, 6, 7, 8, 9조는 대사회적 불공 차원의 교리인 사요의 내용이다. 따라서, 일상수행의 요법으로 소단원의 세부 내용을 구성한다면, ‘인생의 요도(사은‧사요)와 공부의 요도(삼학‧팔조)를 공교육 차원의 종교교육을 통해 실현한다.’라는 교과서 제작 목표의 성취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삶과 종교」 교육과정에 드러난 대단원의 성격을 살펴보면, 1단원과 4단원은 학습자의 삶 속에서 종교의 지혜를 밝혀나가는 성격이 강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단원 ‘인간과 종교’에서는 인간을 종교적 관점으로 살펴보는 시발점을 제시하고 있다. 가장 가까운 인간인 자신을 통해서 삶의 문제를 종교적으로 탐색하고 종교적 통찰과 지혜를 발견하는 1단원의 과정은 일상수행의 요법 1, 2, 3, 4조인 삼학‧팔조로 내용을 구성할 수 있다. 4단원 ‘변화하는 사회와 종교’에서는 그동안 배워 온 종교적 지혜와 가치를 활용하여 현대 사회의 주요 문제에 대해 공동선의 가치로 접근하는 과정을 밟는다. 4단원에서는 일상수행의 요법 5, 6, 7, 8, 9조인 사은‧사요로 내용을 구성해 볼 수 있다. 이에 더하여 개정 교육과정은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교육과정 혁신을 추구하며, “4차 산업혁명 도래, 인구 급감, 학습자 성향 변화, 기후환경 변화 등 불확실성 심화”로 미래 전망을 제시했다. 이를 근거하여, 4단원을 통해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원불교 개교이념과 학교 현장의 종교교육을 연결할 수도 있다. 염승준과 김영전(2017)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육환경이 변화하면서 원불교 종교교육의 방법이나 교육매체 등의 변화는 필연적일 것”이라고 하며, 원불교 종교교육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4차 산업혁명을 물질 개벽으로 이해하고, 불확실성 심화는 물질 개벽에 따른 부수적인 현상들로 이해하여 원불교 종교교육을 통해 정신개벽으로 인류의 역량을 기르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2단원과 3단원은 학문적 지식의 차원이 강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단원과 3단원에 대해서는 무리하게 인성교육의 측면만을 강조하기보다는 외부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외부 교과와의 연계를 돕는 등의 보조를 하는 것이 공공성과 자율성의 조화를 이루어가는 방법이 될 것이다. 동시에 일원주의에 기반하여 표면적으로 다르게 드러나는 종교의 모습, 문화 등을 근본적인 차원에서 바라본 내용을 제시함으로써 공익적‧창의적 관점으로 종교를 이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4) 중단원의 주요내용
이어서 대단원과 소단원을 연결하는 중단원의 체제는 앞에서 제시한 것처럼 ‘도입, 전개, 정리’의 절차로써 전개하고자 한다. ‘도입, 전개, 정리’의 세부 내용 설정 기준은 정규 교육기관을 통한 교단 인재양성의 근원이 된 ‘유일학림’의 근본정신과 연계하여 설정했다.
“원기 31년 5월, 유일학림(唯一學林) 개학식에 훈시하시기를 [유일학림은 대종사께서 재세 당시에 직접 뜻을 두시고 유일(唯一)이라는 교명까지 정하셨으나, 시국 관계로 그 뜻을 다 펴지 못하셨던 바를 해방을 맞아 이제 개학하게 된 것이니, 그대들은 먼저 유일의 참 뜻을 알아 유일한 목적과 유일한 행동과 유일한 성과를 얻으라. 유일한 목적이란 곧 제생의세요, 유일한 행동이란 곧 무아봉공이요, 유일한 성과란 곧 일원세계 건설이니, 지금은 비록 좁은 교실에 학인의 수효도 많지 못하나 장차 수 없는 도인들이 여기에서 쏟아져 나와 넉넉히 세계를 제도하게 되리라.]”
이를 중단원 체제에 적용하여, 목적(제생의세)을 도입 단계에서, 행동(무아봉공)을 전개 단계에서, 성과(일원세계 건설)를 정리 단계에서 각 단원의 특성에 맞게 제시할 수 있다.
도입에 해당하는 ‘제생의세’는 적극적인 사회참여 의지가 강조된 표현으로, 자신 스스로를 먼저 제도하고, 병든 세상을 구제한다는 뜻의 단어이다. 단원별로 목적하는 바의 세부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결국 종교적 지혜를 학습자 본인의 삶으로 가져와서 활용하는 것이 공통된 목표로 존재한다. 이때, 개인의 삶에 적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적극적인 사회참여로 이어지는 것이 최종 목표임을 도입 영역에서 강조하여, 자신 스스로를 먼저 제도하고 병든 세상을 구제한다는 목적을 드러내는 구성이다. 이는 ‘체크체크’ 영역을 통해 교재에서 실현되는데, ‘체크체크’는 원불교의 ‘정기 훈련과 상시 훈련을 통한 동정간분리선’을 핵심 아이디어로 삼아서 중단원이 시작될 때 해당 단원을 공부하면서 수업 시간 외에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을 제시하고, 실천 여부를 확인하는 영역이다. 하나의 중단원 안에서 여러 소단원이 분화되는 점을 활용하여 체크체크 활동을 통해 단원 별 계열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수업 시간(정할 때)에 배운 내용을 수업 시간 외(동할 때) 생활에 적용하고, 수업 시간 외에 느낀 내용을 수업 시간에 가져와서 이론에 적용하여 지식과 생활을 연결하고, 수업을 제외한 시간에도 학습을 지속하여 ‘동정간분리선의 실현’이라는 기대효과가 있다.
전개에 해당하는 ‘무아봉공’은 사요의 올바른 실천을 통해서 보은즉불공을 사심없이 극진하게 실천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보은즉불공이 사은의 은혜를 알고 보답하는 지은보은과 함께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개인과 사회를 대상으로 하여, 그 관계성을 은혜의 관계로 폭넓게 해석하고 이에 따라 불공을 실천하는 종교의 지혜를 교과서의 내용으로 전개할 수 있다. 내용의 전개가 개인과 사회를 종교적 지혜의 안목으로 살펴본다는 큰 틀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각 종교를 통합하는 봉공의 개념을 통해 국가 수준 교육과정의 의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무아봉공 정신에 관한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에 해당하는 ‘일원세계 건설’은 단원 별로 앞에서 살펴본 내용을 종합 정리하여, 원불교 종교교육의 의미를 드러내는 과정이다. 앞에서 동정간분리선을 핵심 아이디어로 하는 도입(제생의세에 기반한 ‘체크체크’ 활동) 영역과 보은즉불공을 핵심아이디어로 하는 전개 영역이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인생의 요도와 공부의 요도를 통합 정리할 수 있도록 정리 단계를 구성했다. 특히, 표면적으로 다르게 드러나는 종교의 모습, 지혜, 가치 등을 근본적인 차원에서 바라본 내용을 정리함으로써 다양한 종교의 공통된 역할이 무엇인지 탐구한다는 점에서 국가 수준 교육과정의 의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일원주의에 관한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 원불교 종교교과 교과서의 특징
지금까지 다룬 내용을 바탕으로, 원불교 종교교과 교과서의 특징을 크게 ‘공공성과 자율성의 조화, 단원 체제와 원불교 교리의 접목 시도, 교과서의 이미지 자료’의 세 영역으로 나누어서 정리하고자 한다.
1) 공공성과 자율성의 조화
원불교 종교교과 교과서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중시하면서도, 동시에 원불교의 특수성을 드러내면서 편찬되었을 때 다른 교재와 차별화가 가능해지면서 의미가 생긴다. 종립학교에서 편찬한 교과서임에도 불구하고, 원불교의 독자적인 용어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종교적인 호교론적인 색채를 강하게 드러내지 않도록 주의하며, 원불교의 영성교육을 인성교육의 차원으로 시도한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자율성만 강조되기 쉬운 대단원 ‘2. 다양한 종교에 대한 이해’에서 각 종교의 세부적인 교리만을 전달하기보다는, 종교 공통의 가치를 탐구하면서 원불교의 일원주의 사상과 연계하여 정리함으로써 공공성과 자율성의 조화를 확보하고자 했다. 원불교에 관한 설명을 비중 있게 배치하지 않고 ‘다양한 종교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전달하는 것이다.
2) 단원 체제와 원불교 교리의 접목 시도
대단원과 소단원, 그리고 중단원의 체제가 공통으로 ‘세상의 큰 병을 치료하는 방문인 인생의 요도와 공부의 요도를 공교육 차원의 종교교육을 통해 실현한다.’라는 교과서의 목표 아래에서 ‘인생의 요도와 공부의 요도’를 두루 활용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대단원의 목표는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기반하여 설정하였다. 진리에 바탕한 사실적 도덕의 표준인 사은‧사요와 사실적 도덕의 훈련방법인 삼학‧팔조를 단원의 큰 틀로 잡고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소단원의 세부 내용은 일상수행의 요법과 일원주의에 기반한 관점으로 구성되었다. 1단원은 개인과 종교의 관계가 강조되는 만큼, 공부의 요도인 일상수행의 요법 1, 2, 3, 4조를 활용하였고, 4단원은 사회와 종교의 관계가 강조되는 만큼, 인생의 요도인 일상수행의 요법 5, 6, 7, 8, 9조를 활용하였다. 그리고 2단원과 3단원에서 종교학적 지식(학문적 지식)을 통한 타 교과와의 연계를 시도하면서도, 일원주의에 기반한 근본적인 관점을 제시하여 각 종교가 추구하는 바에 관해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그리고 대단원과 소단원을 연결하면서 교과서의 전체적인 흐름을 담당하는 중단원의 체제를 ‘제생의세, 무아봉공, 일원세계 건설’의 3단계로 설정하여, 일원주의’를 중심으로 계열성과 계속성을 확보하였다. 특히, 중단원의 ‘도입(체크체크 활동)’ 영역과 ‘전개’ 영역의 핵심 아이디어를 각각 ‘동정간분리선’과 ‘보은즉불공’으로 구성하면서 인생의 요도와 공부의 요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종합하여 단원과 내용의 구성으로도 정리해 볼 수 있다. 단원의 구성을 살펴보면, 1단원은 종교성과 영성을 통해 내 안의 인간성을 이해하며, 삶과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종교적 의미에 기반하여 분석하여 「삶과 종교」 교과를 공부하는 기반을 다지도록 했다. 1단원에서 기른 소양을 바탕으로, 2단원과 3단원을 통해 일원주의에 기반한 공익적‧창의적 종교교육을 시도하고, 4단원에서 개인에서 나아가 사회적 차원에서 종교의 지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4단원을 통해 4차 산업혁명(물질 개벽)과 함께 찾아온 불확실성 심화(물질 개벽에 따른 부수적인 현상들) 속에서 원불교 종교교육을 통해 정신개벽으로 인류의 역량을 기르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내용의 구성을 살펴보면, ‘영성’과 ‘일원주의’를 핵심 아이디어로 삼아서 이를 반복하고 확장해 나가는 계속성과 계열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1단원에서 제시된 영성이 2단원과 3단원의 학습을 거쳐서 다시 4단원에서 확장되어 등장하고 있다. 1-2 ‘종교와 영성’ 단원을 통해서 삼학‧팔조의 내용을 교양교육의 차원으로 풀어서 제시하고, 4-1 ‘변화하는 사회’ 단원을 통해서 종교의 관계성을 설명하면서 원불교의 사은 사상을 교양교육의 차원으로 풀어서 제시하였다. 이에 보은하는 삶과 배은하는 삶에 따라 두 모습으로 나누어지는 개인과 사회의 모습은 이후 소단원인 ‘위태로운 개인‧사회’와 ‘발전하는 개인‧사회’로 제시하여 사은‧사요의 내용을 교양교육의 차원으로 풀어서 제시하고자 했다. 4-2 ‘영성적인 사람들’ 단원을 통해서 2단원과 3단원의 내용 체계 속에 담긴 일원주의를 다시 강조하여 「삶과 종교」의 교육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제시하고자 했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진행하는 교과인 만큼, 문서상으로 드러난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는 점이 없도록 했다. 차이가 있다면, 문서로 제시된 「삶과 종교」 교육과정에서는 ‘종교와 유사 종교’에 관한 내용이 마지막 4단원에 포함되어 있으나, 본 연구에서 제시한 목차에서는 종교의 의미와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서 1단원으로 배정했다는 것이다.
3) 교과서의 이미지 자료
교과서의 내용적 조건 외에도 강조되어야 하는 외형적 조건을 디지털‧AI 교육환경에 맞추어 설정함으로써, 인지도가 낮은 종교에 관해서 빈약한 이미지 자료가 제공되었던 기존 종교교과 교과서의 문제점을 해결하면서도, 학습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방안을 모색했다. 기존 종교교과 교과서가 편집의 한계로 인하여 활용하기 어려웠던 이미지를 교과서 밖의 영역인 ‘개인 디바이스’를 활용하여 선명하고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인공지능 앱을 활용한 종교 문화유산 탐방을 구상했다.
Ⅳ. 결론
본 연구의 목적은 앞으로 적용될 2022 개정 교육과정 아래에서 원불교 내에서 개발하는 종교교과 교과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종교교과 교육과정의 의미와 변천을 살펴보고,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특징과 종교교과 교과서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원불교 종교교과 교과서 개발의 필요성을 확인해 보았다. 이를 통해 정리된 교과서의 방향성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과서의 개요’는 국가 수준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내용 체계를 준수하여 설정한 대단원을 4개의 영역으로 구성하고, 중단원 9개, 소단원 23개로 설정했다. 대단원 체제에서는 단원 간 계열성을 강화하는 ‘징검다리’ 영역을 구성하고, 소단원 체제에서는 생활 경험과 지적인 체계 양면을 강조하는 내용을 구성하였다. 중단원 체제는 학습의 방향을 도입, 전개, 정리로 구성하고, ‘체크체크’라는 새로운 영역을 구상했다. 그리고 전개 단계에서 학습 효과의 지속성을 강화하는 ‘체크체크’ 영역을 추가하였다. 또한, 교과서의 이미지 자료에 QR코드와 인공지능을 활용함으로써 디지털‧AI 교육환경에 맞는 교수‧학습과 학습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방안을 연계하여 구상했다.
둘째, 이를 바탕으로, ‘목차’를 제시하고 종교교과의 ‘주요내용’을 크게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서 정리해보았다. 교과서 제작 목표는 ‘병든사회와 그 치료법’을 기준으로 하여 서술했으며, 대단원 별 목표 진술은 교과서 제작 목표를 기준으로 암시적 동사와 행위 동사를 함께 사용하여, 학생의 내재적 행동과 외현적 행동의 목표를 제시했다. 이어서, 1단원과 4단원에서 일상수행의 요법을 활용한 인성교육이 진행되도록 설정하고, 2단원과 3단원에서 일원주의에 기반한 종교학적 지식 교육이 진행되도록 소단원의 교육내용을 선정‧조직했다. 중단원의 주요내용은 유일학림의 목적, 행동, 성과로 구성된다. 동정간분리선을 핵심 아이디어로 하는 ‘도입(제생의세에 기반한 체크체크 활동)’ 영역과 보은즉불공을 핵심아이디어로 하는 ‘전개’ 영역을 제시하여 원불교의 신앙‧수행의 성격을 두루 갖출 수 있도록 하였고, ‘정리’ 영역에서 이를 종합 정리하여 제시하도록 구상했다. 이어서 교과서의 목차를 통해 단원의 구성과 내용의 구성을 살펴보았다.
셋째, 이러한 원불교 종교교과 ‘교과서의 특징’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서 정리했다. 첫 번째로 원불교의 독자적인 용어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호교론적인 색채를 강하게 드러내지 않도록 주의하며, 원불교의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시도함으로써 공공성과 자율성의 조화를 확보하고자 했다. 두 번째로 ‘단원 체제’와 ‘원불교 교리’의 접목을 시도하여서 대단원과 소단원, 그리고 중단원이 모두 ‘인생의 요도와 공부의 요도’를 두루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자 했다. 세 번째로 교과서의 내용적 조건 외에도 강조되어야 하는 외형적 조건을 디지털‧AI 교육환경에 맞춤 설정하여 교과서의 디자인을 구성하고자 했다.
종교교과 교육과정이 획일화되어 버리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교과서들, 특히 개별 종교계에서 개발한 교과서들의 인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원불교에서 개발하는 종교교재에 관한 연구는 그 필요성이 더욱 강조된다는 점에서 본 연구가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론적 차원에서 머물러 있는 연구인 만큼, 실제 교육의 장(場)에서 이론을 전개했을 때 설계한 내용과 목표의 실현 가능성에 관해서는 미지수이다. 또한, 교과서를 편찬하는 과정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교재 편찬을 실질적으로 이루는 방안을 모색하는 작업이 요청되며, 현장에 적용이 가능한 중단원과 소단원의 세부 목표설정에 관한 연구가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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