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인지과정에 따른 알아차림 공부법
– 주의집중 단계를 중심으로 –
문세영
Ⅰ. 서론
Ⅱ. 인지과정 1. 인지심리학에서의 인지 2. 인지과정 3. 주의집중
Ⅲ. 알아차림 마음챙김과 알아차림 2. 알아차림 공부법 3. 주의집중 단계에서의 알아차림 공부법
Ⅳ. 결론 |
Ⅰ. 서론
사람은 누구나 인지과정을 통해 외부의 자극에 대해 지각하고 반응한다. 우리는 흔히 일상 속에서 접하는 새로운 것들을 기존에 습득한 지식이나 경험을 통하여 인식하고 받아들이곤 한다. 예를 들면 버섯을 채집하다 독버섯을 봤을 때 과거에 읽었던 책에서 독버섯을 떠올려 피하가거나 누군가 그 버섯을 먹고 탈이 난 것을 기억하여 독버섯을 먹지 않고 지나치는 것. 이러한 과정이 외부의 자극(독버섯)에 대한 지각(감각)과 반응(기억에 대조한 인지전략 및 결론 도출)이 일어난 인지과정의 예시로 들 수 있다. 이전에 경험했던 것을 토대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려는 것은 위험요소들을 걸러내고 빠르게 환경에 적응하려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독버섯이 아닌데도 독버섯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새로운 버섯을 지나치는 경우가 있거나 새로운 버섯이 기존에 알던 버섯과 비슷하다고 독버섯임을 확인하지 않고 먹다가 탈이 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기존의 지식들이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작용하여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 장애물로써 방해를 한다면 이는 원만하게 새 정보를 받아들이고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때문에 우리가 무엇인가를 인지하고 그에 따른 정보처리 및 전환과정인 부호화(Encoding)과정이 이루어짐에 있어 기존의 경험과 지식을 통해서 받아들이기 보다는 새로운 정보(자극)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지만 본 논문에서는 사람의 인지과정이 어떤 단계를 거쳐 일어나는지 알아보고 그 과정 속에서 알아차림(awareness)공부를 통해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일반적인 인지과정은 ‘외부자극 – 지각 – 뇌 – 인지 – 추리, 판단’의 단계들을 거친다. 외부의 자극이 주어지고 그 자극을 감각기관들이 받아들이고 기존에 수집하고 저장한 정보들과 비교 ‧ 대조하여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결론을 도출하는 식이다. 본 논문에서는 기존의 지식들과 비교 대조하여 반응하려는 과정이 외부의 자극과 대상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데 방해물로 작용되는 것을 알아차림 공부를 통해 멈추게 하고 온전하게 수용하는 공부를 하자는 것을 제시하고자 한다.
특히 여러 인지과정들을 살펴보고 공통된 단계이자 첫 인지과정의 단계인 주의집중(attention)의 단계에서 알아차림 공부로써 기존의 정형화된 틀에 의해 필터링 된 사고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수용과 인지를 하는 법을 탐구해보고자 한다.
Ⅱ. 인지과정
- 인지심리학에서의 인지
인지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환경과 자신에 대한 앎을, 지식을 갖게 되는가, 그러한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여 각종의 생활 장면에서의 과제들을 수행해 내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는 심리학의 한 분야이다. 개개인이 자신과 세상에 대한 각종 앎을, 정보를 어떻게 얻는지, 어떻게 단편적인 낱개의 정보가 조직화된 지식으로 변환되는지, 어떻게 각종 정보가 기억에 저장되어지며, 어떻게 그 지식이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결정짓는데 쓰여지는지를 다루는 앎의 학문이다.
이러한 인지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게 나눠진다. 김영채(1955)는 “인지란 사람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정신적 활동이며, 개인이 지식(정보)을 처리하는 방식을 말한다. 어떤 자극을 지각(perception)하고, 거기에 대하여 반응하는 사이에 일어난다. 그러나 인지는 지각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각한 내용에 의미를 부여하는 지적 활동이다. 기능적으로 볼 때 인지는 지각 자료를 부호화하는 과정으로 지식의 습득, 저장, 인출 및 활용이 포함된다. 지각하고, 기억하고, 추론하거나 유추하고,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인간의 모든 정신 능력은 서로 떨어진 낱개가 아니라, 하나의 복합적인 체제로 조직되어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기능을 인지라 부른다.”라고 정의하고,
전호성(2005)는 “인식으로도 변역되며, 온갖 사물을 알아보고 그것을 기억하며 추리해서 결론을 얻어내고, 그로 인해 생긴 문제를 해결하는 정신적인 과정”이라고 하며,
송영민(2010)은 “인지란 자극을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일련의 정신 과정이며, 지각, 기억, 상상, 개념, 판단, 추리를 포함하여 무언가 안다는 것을 나타내는 포괄적인 용어로 쓰인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하게 정의되지만 ‘인지란 인간이 정보 또는 지식을 획득하고 저장하고, 활용하는 것’이라고 정리해본다.
- 인지과정
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자극이나 정보를 받아들일 때 인지과정이 일어난다. 다만 사람마다 뇌의 인지과정은 비슷하지만 기억으로 전환될 때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때문에 똑같은 사람을 만나거나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추후에 그에 대해 떠올리는 진술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떠한 과정에서 차이가 생기는지 살펴보기 위해 사람의 인지가 일어나는 과정에 대해 살펴보겠다.
인지과정 역시 ‘인지’의 개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정리된다. 인지과정을 사고과정(thinking process)으로 본다면 마자노(Mazano, 1983)와 같이 8개의 핵심적 사고 기능과 21가지 세부 영역의 과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해당 내용은 <표 1>을 통해 살펴보겠다.
<표 1>의 여러 기능 중 본 논문과 연관된 인지과정 중 필터링이 일어나는 단계만 간단히 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집중기능은 중요한 문제나 목표에 주의를 기울이고, 여타의 것을 배제하는 기능으로
<표 1> 일반적 사고과정
인지적 사고기능 | 하위 기능 |
집중기능(focusing skill) | • 문제정의 |
2. 정보수집기능(information gathering skill) | • 관찰 • 의문형성 |
3. 기억기능(remembering skill) | • 부호화 • 회상 |
4. 조직기능(organizing skill) | • 비교 • 분류 • 순서화 • 표상화 |
5. 분석기능(analyzing skill) | • 속성, 요소 식별 • 관계와 유형 식별
• 중심 아이디어 식별 • 오류 식별 |
6. 생성기능(generating skill) | • 추론 • 예측 • 정교화 |
7. 종합기능(integrating skill) | • 요약 • 재구성 |
8. 평가기능(evaluating skill) | • 준거설정 • 검증 |
서 문제정의와 목표설정요소를 포함한다. 문제정의는 상황이 잘 정의되지 않았거나, 비구조화된 경우에 이를 명료화시키는 인지적 행위를 말한다. 목표설정은 문제 해결의 방향과 목적을 설정하는 것으로서 이는 도달하려는 결과를 의미한다.
넷째, 조직기능은 수집한 정보를 대상으로 사물간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확인하는 비교 기능, 정보의 속성에 따라서 일정하게 범주화하는 분류 기능, 일정한 기준에 따라서 정보를 정렬하는 순서화 기능, 정보를 표현할 때 중요 요소들이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가를 나타내기 위해 시각적, 언어적, 상징적 표현 형태를 취하는 표상기능이 포함된다.
다섯째, 분석기능은 정보내용을 각 부분으로 나누고 각 부분간의 관계를 면밀히 검토함으로써 기존의 정보를 명료화 하는데 동원되는 기능이며, 전체 내용을 구성요소로 나누는 구성요소 식별 기능, 구성요소간의 상호관계를 파악하는 관계유형 식별 기능, 관계 유형을 통해 핵심적인 아이디어 즉, 주제를 파악하는 기능, 정보 내용 중에서 논리 계산 지식 등의 잘못된 부분을 파지하고, 그 원인을 규명하는 오류 식별 기능이 포함된다.
여섯째, 생성기능은 선행지식과 새로운 아이디어 사이를 연결 짓는 것으로서 새로운 정보와 이미 가지고 있는 정보를 종합하여 새로운 정보를 창출하는 것이다. 생성기능에는 추론기능과 예측기능, 그리고 대상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기존 지식으로부터 보다 자세한 정보나 설명, 사례 등을 추출하여 이해해야 할 과제나 대상에 첨가하는 정교화 기능이 동원된다.
일곱째, 종합기능은 각 부분을 하나로 연결하는 기능으로서 요약기능, 기존의 정보구조를 변화시키는 재구성 기능이 포함된다.
위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사람이 새로운 것을 인지할 때 어떠한 문제(자극)에 대해 집중(focus)을 시작으로 그에 대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정보나 기억들과 비교‧대조하여 분석한 후 결론을 도출하고 새로 재구성하는 인지과정을 거친다고 본다. 이 단계 중 중요 정보에 초점을 두고 그 외의 것을 배제하는 ‘집중기능’과 대상들을 비교하고 범주화하여 정렬하는 ‘조직기능’의 단계에서 주어진 정보가 걸러지는 필터링이 일어난다.
다른 관점으로 ‘인지는 인간의 마음의 주 특성, 환경에 대한 지식 또는 정보 (각종 지식, 앎의 기본 단위)의 문제이며, 인식이 수동적인 수용과정으로서의 앎의 과정이라면 인지는 능동적 지적과정까지 포함한다.’고 인지의 개념을 바라볼 때 인지과정은 ‘각종 환경 자극에서 그 자극이 지니는 의미 또는 정보의 내용을 심적 표상으로 다시 구성하여, 보유, 변환, 산출, 활용하는 심리적 과정(cognitive processes) 또는 지각, 주의, 대상의 정체파악 (형태재인), 학습, 기억, 언어이해 및 산출, 각종 사고 (추리, 판단, 결정, 문제해결), 심리적 과정 (지능, 의식, 정서)’으로 정의된다고 한다.
이러한 관점은 인지과정을 정보처리이론에 입각하여 정리한 것으로, 이 때의 인지과정은 ‘외부자극 – 지각 – 뇌 – 인지 – 추리, 판단’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정보처리과정은 다시 ‘주의집중(attention) – 지각(perception) – 시연(rehearsal) – 부호화(encoding) – 인출(retrieval) – 인지전략(cognitive strategies)’의 과정으로 세밀하게 나누어진다. 새로운 정보(자극)에 대한 주의집중이 이뤄지고 그 다음에 지각의 단계에서 감각기관을 통해 자극을 감지하고 이후 시연, 부호화 과정을 통해 반복과 정교화가 이루어지며 저장된 정보를 꺼내는 인출과정과 그에 따른 인지전략을 세우는 순서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 중 주의집중의 단계와 부호화 단계에서 입력된 정보에 대한 선별 및 재조직(결합)이 일어나면서 자극된 정보가 변형되거나 걸러지게 된다.
인지를 인식과 같은 말이라고 보는 관점도 있다. 최현석(2009)은 “인식이란 뇌에 들어온 감각 입력을 해석해서 이해하는 과정이다.”라고 말하며, 외부의 자극을 감각이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지각과는 다르다고 본다. 다만 주체의 능동적인 활동(주의)이 없다면 지각은 불가능하다고 하며 인식과 지각 모두 전제 조건으로 자극이나 대상에 주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이 관점에서는 ‘감각(자극) – 주의 – 지각 – 인식(재인 recognition) – 반응’의 단계로 인지과정이 이루어진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이 중 ‘주의’단계에서 정보가 선별(선택)되기도 하고, ‘인식(재인)’단계에서 범주화되어 대상에 대한 정보가 일부 손실되기도 한다.
위의 관점들에서 인지과정은 분류와 전개에 있어서 단계별 과정의 차이가 있지만 ‘자극이 주어졌을 때 주의집중의 단계가 처음에 이루어진다.’는 점과 ‘기존에 저장된 기억들과 조합해서 인지의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정보가 필터링 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보인다.
다시 말해 어떠한 자극이 주어질 때 우리의 인지가 일어나는 첫 과정은 주의집중 단계가 있고, 주의단계를 포함한 정보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일부 정보가 있는 그대로 수용되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새로운 자극들이 발생하더라도 주의집중을 하지 않으면 그 자극들은 그저 환경에 놓여있는 것일 뿐 우리의 인지 범위에 들어오지 못하기에 자극을 수용하고 인지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의집중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 주의집중의 과정에서부터 이미 정보가 온전히 보존되어 전달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주의집중
앞서 인지과정에 대해 정리하면서 사람이 외부의 자극을 인지할 때 주의가 먼저 이루어지고, 정보를 인식, 수용하는 과정에서 필터링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미 주의 단계에서부터 필터링이 되기 때문에 온전하게 대상을 알아차리고 자극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는 주의의 특성 때문인데, 주의가 무엇이고 어떤 특성을 지녔기에 그러한 과정이 생기게 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주의는 본질적으로 사람이 보다 깊은 정보처리를 할 수 있도록 어떤 특정 정보를 선택하고 의식 속에 유지시키는 기능을 한다. 감각기관에는 상당히 많은 양의 감각정보가 계속 입력되지만 인간의 주의과정의 용량 제한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순간적으로 이들 대부분이 상실된다. 주의집중은 정보를 선택하고 지각의 과정으로의 연결을 지속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주의의 특성은 크게 ‘선택성, 지속성, 분할성’으로 분류된다. ‘선택성’은 수많은 정보 가운데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고 동시에 다른 것은 배제되는 것으로 ‘선택적 집중’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선택성의 예로는 콜린 체리(Colin Cherry, 1953)이 명명한 ‘칵테일파티 효과(Cocktail party effect)를 들 수 있는데,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자신의 이름이나 관심 있는 말이 잘 들리며, 동시에 주위 사람들의 말들이 들리지 않게 되는 경험들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주의의 선택 과정을 나타낸 모형으로는 트레이스맨(Treisman)의 약화모형이 있다. <그림 1>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주의 선택을 받지 않은 정보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약해지며 처리된다는 것으로 작은 강도의 자극에 의해서도 활성화된다고 한다.
정리하자면 선택성의 특성은 주의집중의 단계에서 특정 정보는 걸러지고 초점이 맞춰진 정보만 인식의 단계로 넘어가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속성’은 수행(performance)과 관련된 집중의 지속을 말한다. 어떤 과제에 대한 주의선택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을 말하며 주의 산만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의 집중 시간은 한계가 있기에 시간이 지나면 수행이 저하되며 실수가 나타나는데 이는 각성 수준(긴장의 정도)과 관련이 있다. 여키스-도슨(Yerkes-Dodson)은 각성수준이 높아지면 주의 폭이 감소하면서 주변의 여러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기억 활성화의 범위도 제한된다고 하였다. 높은 수준의 각성수준은 마치 어두운 터널을 운전할 때 터널의 출구만 밝게 보이고 주변은 온통 어두워지는 시각현상인 ‘터널시야현상(Tunnel vision)’과 같이 주의 폭이 줄어들게 한다. 따라서 긴장을 높여 높은 각성수준이 만들어지면 오히려 수행이 떨어지기에 목표달성을 위해 지나치게 벌을 주거나 엄격하게 하는 것은 역효과가 난다.
정리하자면 지속성의 특성은 주의집중의 단계에서 집중의 강도와 시간이 많이 요구될수록
<그림 1> 주의의 선택과정 이론 중 트레이스맨의 ‘약화모형’
‘분할성’은 주의가 할당되어 동시에 작동되거나 순간적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집중의 분산을 말한다. 예를 들면 핸즈프리모드로 전화통화하면서 운전하는 것이 있다. 그러나 전체 주의력은 낮아져서 신호에 반응하는 속도는 늦어진다. 이러한 한계는 주의의 용량으로 설명하는데, 신호의 강약이나 색상처럼 큰 노력을 들이지 않는 것들은 비교적 처리가 쉬우나 개념적인 것들은 더 많은 주의 용량이 필요하다고 한다.
정리하자면 분할성의 특성은 주의집중 단계에서 더 많은 것에 집중할 때 개체의 요소들에 대한 집중의 정도가 약해져 주어진 정보(자극)에 대해 모든 것을 온전히 인식의 과정으로 이끌어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주의는 새로운 자극이 주어졌을 때 집중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하며, ‘선택성, 지속성, 분할성’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 세 가지 특성들에 의해 정보를 처음 인지하는 주의집중의 단계에서 주어진 정보를 온전히 인지과정으로 연결시키는 데 한계를 지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Ⅲ. 알아차림
- 마음챙김과 알아차림
서론에서 알아차림을 통하여 위와 같이 인지과정, 특히 주의집중 단계에서의 정보 손실과 누락의 문제를 해결하고 온전하게 대상을 수용하자고 하였다. 그 해결방안으로 제시하려는 알아차림이 어떤 것인지 먼저 살펴보고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알아차림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알아차림과 함께 언급되는 공부법인 마음챙김(mindfulness)에 대해서 살펴보고 그 차이점과 연관성을 정리한 후 본 논문에서 알아차림 정의를 어떤 의미로 가져가려는지 밝히고자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삶의 여유나 이유를 찾지 못하고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다른 이들이 하자는 대로 끌려가는 삶을 살곤 한다. 이처럼 바쁜 일상 속에 지쳐가는 현대인들에게 다양한 처방들이 제시되고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 중 효과적인 치유 방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명상(meditation)이다.
명상은 마음을 계발하는 행위로, 불필요한 욕구와 생각을 쉬게 하여 마음의 안정과 휴식을 얻게 한다. 많은 학자들과 수행자들이 여러 명상법들을 연구하고 제시하고 있지만 학문적, 실용적, 임상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명상법은 존 카밧진(Jon Kabat-Zinn)이 창안한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이다.
그는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은 정신적인 게으름과 무감각을 극복하기 위해 주의력과 자각 수준을 높이는 명상법으로, 본래 종교적인 수행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정신적인 게으름을 극복하고 항상 주의 깊게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종교를 떠나 정신의학적인 면에서 보더라도 모든 사람에게 실제로 유익한 일이다.”라고 말한다. 또한 “마음챙김은 단지 자기 관찰, 자기 조사, 그리고 주의 깊은 행동을 체계적으로 진행함으로써 당신 존재의 전체성과 더 많이 만나기 위한 실천방법”이라고도 한다.
심리치료 영역에서의 마음챙김은 ‘평가하지 않음(nonjudgement)’이라는 의미를 포함한다. 존 카밧진은 ‘순간순간 펼쳐지는 경험에 대해 의도적으로, 바로 그 순간에 평가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통한 알아차림’이라고 한다. 마음챙김은 또한 수용(acceptance)이다. 이는 평가하지 않음이 확장된 것으로, 우리가 대상을 알게 된 순간의 모습 그대로 그것을 기꺼이 그냥 두려고 하는 의향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마음챙김은 일어난 그대로의 감정과 경험을 수용하는 것이며, 알아차리는 것이 곧 마음챙김과 동일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는 조금 다르게 기존 불교 전통 수행인 사념처 수행에서는 마음챙김(mindfulness)을 하면 알아차림(awareness)상태가 된다고 보기도 한다.
안알라요(Analayo)에 따르면, 「대념처경」에는 네 가지 방법, 즉 대상인 몸, 느낌, 마음, 법이라는 대상을 통해 사띠(sati)를 확립하는데 그 방법으로서 부지런하고 (ātāpĩ), 분명히 알고(sampajānā), 마음을 챙기고(sati) 욕망과 불만족으로부터 자유로와야(vineyya abhijjhādomanassa) 열반으로 향한 ‘직접적인 길’인 사념처를 확립하게 된다고 보았다. 그는 사념처 명상에서 사띠가 현존함으로써 수행자는 사띠가 없으면 쉽게 잊힐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보디(Bodhi)스님은 마음챙김을 마음의 현존(presence of mind), 주의 깊음(attentiveness), 또는 자각(awareness)으로 본다. 이것은 경험의 장을 초점화하여 통찰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정신적 기능으로서 의도적으로 마음을 ‘순수한 주의’ 수준에 둠으로써 생기는 것으로써 일상생활에서 흔히 경험하는 의식의 양식과는 다른 것이다. 그는 서양에서 마음챙김을 ‘순수한 주의’로 부르는 것은 마음챙김이 갖는 이러한 다양한 양상을 표현하는 타당한 이론적 기술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순수한 주의’는 물론 부정관, 자애관 등의 다양한 양상을 포함하게 하고 분명하게 대상을 드러나게 해주기 위해서는 명료한 자각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마음챙김을 인지적(cognitive) 특성을 완전히 벗어난 ‘순수한 주의’로 정의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으며, 유지된 주의처럼 보다 폭 넓은 의미로, 또 마음챙김을 칠각 등 다른 교학적 맥락에서 유기적으로 파악하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본다.
요약하면 마음을 챙긴다는 것은 깨어 있는 것, 지금 이 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차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 일어나는 일에 주의를 집중한다는 뜻으로 이 역시 ‘순수한 주의’라는 표현을 썼지만 알아차림과 마음챙김을 동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음챙김을 알아차림만이 아닌 주의(attention)와 유사한 의미로도 사용한다고 보는 관점도 있다. 브라운과 라이언(Brown&Ryan, 2003)은 알아차림과 주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의식은 알아차림과 주의 모두를 포함한다. 알아차림은 내적‧외적 환경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의식의 배경에 있는 ‘레이더’다. 우리는 자극들을 주의의 중심에 두지 않은 채로 그 자극들을 알아차릴 수 있다. 주의는 제한된 범위의 경험에 밀도 있는 민감함을 부여하면서 의식적 알아차림을 집중하는 과정이다(Western, 1999). 사실 알아차림과 주의는 밀접하게 뒤엉켜 있는데, 주의는 끊임없이 알아차림의 ‘바탕’에서 ‘모양’을 뽑아내며, 다양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 모양을 집중적으로 포착한다.」
대부분이 알아차림과 마음챙김을 동일하다고 보지만 알아차림과 마음챙김은 같으면서도 다른 개념으로도 볼 수 있다. 이는 둘에 대한 견해에 따라 다르게 설명된다. 먼저 둘의 개념이 명확히 구분되며, 다만 순서에 의해 작동된다는 견해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설명된다.
「 ‘마음이 대상을 향하여[作意, manasikāra] ⇒ 그 대상에 밀착하고[念, sati] ⇒ 그 대상을 분명히 아는[正知, sampajañña]’의 심리 과정의 일부로, 수행자는 주의기울임(作意)을 통하여 마음챙김(念)을 얻고, 마음챙김으로 인해 알아차림(正知)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알아차림은 집중[samādhi, 三昧]과 더불어 수행자를 지혜[paññā, 慧]로 이끌어준다는 것이다.」
한편, 두 개념은 명확히 구분되지만, 각각 서로를 대상으로 순환적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 가능하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임승택(2004)은 “잡념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을 ‘알아차림[知]’에 비유할 수 있다면, 그러한 ‘알아차림’에 의해 ‘마음을 되돌리는 것’을 ‘마음지킴[念]’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되돌린 마음을 일정한 상태로 유지‧지속하는 것’을 마음지킴이라 한다면, ‘그러한 상태에 대해 분명한 앎을 지니는 것’을 알아차림이라 할 수 있겠다.”라고 하여 두 개념이 순환적으로 서로를 지지해주고 있다고 이해한다.
반면, 알아차림은 마음챙김의 행위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로서 마음챙김에 부가되는 별도의 행위로 볼 수는 없으므로 알아차림을 마음챙김과 별도의 기능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입장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견해들이 있지만 초점의 차이일 뿐 명상을 함으로써 기존의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생각을 쉬게 하고, 외면이 아닌 본래 자신의 내면에 초점(주의)을 맞추게 하고 외부의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수용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마음챙김과 알아차림을 다른 개념이라 분리하지 않고 똑같은 명상법의 다른 표현이라 설정하고 알아차림 공부법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잇고자 한다.
- 알아차림 공부법
알아차림은 팔리어로 ‘삼빠잔나(sampajañña)’라고 한다. 이 말은 ‘알아차림’, ‘분명한 앎(正知)’ 등으로 번역되고, ‘awareness’, ‘clear comprehension’, ‘attention’등으로 영역된다. 그 의미는 ‘바르게 분명히 아는 것’이다. 알아차린다는 것은 주시(注視), 지켜봄, 염(念), 마음챙김(mindfulness), 노팅(noting) 등의 개념과도 유사하게 사용된다. 알아차림은 명상의 조건 중 하나로 다양한 정서의 느낌을 알아차림으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대상을 바라보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알아차림 명상은 일상생활에서 마음 현상을 직접적으로 체험하기 위해 자신의 내외적인 모든 것에 대하여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으로, 명상 도중 지각, 감각, 인지, 그리고 감정을 알아차림의 범위 안에서 순간순간 일어나는 데로 살피는 ‘분리된 관찰’을 강조한다. 때문에 판단이나 해석 없이 의식의 범위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각과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고 이러한 생각이나 감각이 일어날 때 단순히 그것을 알아차릴 것을 강조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습관과 왜곡된 사고들을 명상도중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지금 여기에 모든 의식과 주의를 집중하는 것으로, 알아차림을 하게 되면 나라는 존재를 주체와 객체로서 동시에 느끼고 의식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알아차림이 있을 때 비로소 대상을 있는 그대로의 수용과 바라보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묘원(2015)은 알아차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알아차림은 깨어서 대상을 지켜보는 행위입니다. 알아차림이 있어야 명상의 조건이 성립됩니다. 알아차릴 때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봅니다……(중략)……알아차림이 없다면 자신의 의지로 살기보다 살아 온 날들 동안 생긴 축적된 성향으로 삽니다……(중략)…… 우리가 사는 것은 대상과 아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만으로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깨어서 자각하기 어렵습니다. 마음은 매우 빠르게 일어나고 사라지면서 습관적으로 살기 때문에 대상을 무심히 지나칩니다. 그래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주의 깊게 알지 못합니다……(중략)…… 그러므로 자신의 의지대로 살기보다는 습관대로 살기 마련이라서 대상의 옳고 그름을 알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관념으로 살기 때문에 대상이 가지고 있는 진실을 알 수 없습니다. 이때 알아차림이란 각성된 행위가 있으면 자신이 하는 일을 하나하나 분명하게 알면서 할 수 있습니다.」
김정호(2016)는 알아차림을 하면 다음과 같은 유익이 있다고 한다.
「알아차림은 객관적으로 보게 해준다. 알아차림은 현명한 선택을 도와준다. 알아차림은 마음의 건강한 요소들을 양성한다. 알아차림은 집착하지 않게 해준다. 알아차림은 사려 깊게 해준다. 알아차림은 마음을 정화한다. 알아차림은 고통을 감소시켜준다. 알아차림은 인내력을 양성한다. 알아차림은 나와의 새로운 관계정립을 돕는다.」
존 카밧진은 알아차림의 공부법이 간단하지만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그는 “우리의 주의 깊게 정신 차리는 것을 방해하는 힘, 즉 우리의 습관적인 부주의와 무의식적인 행동은 예상보다 훨씬 집요하고 완강하기 때문에, 마음챙김 명상 수행(알아차림)은 노력과 훈련을 필요로 한다. 또한 마음챙김(알아차림)을 방해하는 힘들은 너무 강할 뿐 아니라 의식의 영역 밖에 있기 때문에 자각 속에서 자신의 순간들을 포착하고 마음챙김(알아차림)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다짐과 함께 어떤 종류의 노력과 일이 따라주어야 한다. 그러나 마음챙김(알아차림)은 우리로 하여금 습관적으로 놓치고 잊혀가는 삶의 많은 측면들과 만나게 해 주기 때문에 그 자체가 본래 만족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한다.
알아차림을 행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있다.
첫째, 멈추는 것이다. 알아차림 공부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실제 행동하는 것과 행동하려는 것을 실행으로 옮기지 않고 멈추는 것도 좋다. 존 카밧진은 “모든 행동을 멈출 수 있는 한 가지 좋은 방법은 잠시 동안 ‘존재 양식(being mode)’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당신 스스로를 시간을 초월한 영원한 목격자로 생각하라. 아무것도 바꾸거나 고치려고 하지 말고 다만 이 순간을 지켜보라.”라고 말한다. 이는 생각과 행동을 잠시 멈추고 ‘나’라는 존재를 온전하게 바라보게 함으로써 ‘주체로서의 나’와 ‘객체로서의 나’가 동시에 공존하게 하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를 객체로서 바라보고, 주체로서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무엇을 듣고 있는지, 무엇을 (향(香)을) 맡는지, 무엇을 맛보는지, 무엇을 느끼는지 확실하게 지각하고 인지하는 것이다. 존 카밧진은 이러한 멈춤 상태를 ‘일부러 죽는 시간’이라고 표현하였다. 주어진 시간이나 공간을 초월하여 ‘나’라는 존재가 온전히 ‘나’로 있을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 멈추어 알아차리는 공부법이다.
둘째, 지금이라는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는 다른 말로 ‘깨어 있기’로 표현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살면서 ‘이다음에는……’과 같은 생각이나 과거에 지나간 순간을 떠올리며 집착하곤 한다. 하지만 지나간 시간이나 오지 않은 순간을 구태여 만들어서 살 필요는 없다. 알아차림은 지금 내가 존재하는 이 순간에 온전하게 집중하게 함으로써 현재의 순간에 깨어있게 하는 것이다. 주의를 집중함으로써 순간순간을 포착할 수 있고 또한 알아차림의 힘 역시 계발되고 연마된다. 내가 하는 생각들이 진짜 내가 생각하고자 마음먹고 하는 생각들인지,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 정말 내가 의도한 감정들인지 깨어 있지 않으면 그 생각과 감정이 어디서 왔고 왜 그런 마음이 드는지 알 수 가 없다. 지금이라는 현재에 깨어 있을 때 비로소 ‘나’라는 존재의 참 주인으로 살 수 있게 된다.
셋째, 호흡에 마음 맞추는 것이다. 호흡은 마음을 챙기고 주의를 집중하는데 좋은 표적과도 같다. 호흡의 번수를 세는 수식(數息)법을 포함해서 호흡은 명상에서 집중의 대상이자 보조 동반자로 활용도가 높다. 들숨과 날숨이 오가는 그 자체를 느껴보고 집중하는 것도 좋으며, 호흡이 오갈 때 잠깐의 멈춤이 있다는 것을 느껴보는 것도 좋은 알아차림 공부가 된다. 김정호(2016)는 “호흡은 항상 나와 함께 하므로 일상생활 중에도 언제나 호흡에 주의를 보냄으로써 마음챙김의 태도를 회복할 수 있다……(중략)……호흡을 특별히 통제하지 않아도 단순히 호흡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의 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저 몸의 긴장을 풀고 평소와 같이 편안히 호흡을 하면서 그 자체를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명상이 되는 것이며 알아차림 공부가 되는 것이다.
그 외에 신체느낌을 알아차리는 바디스캔, 몸과 마음현상(감정, 생각, 갈망)과 신체느낌에 초점을 두고 그것을 알아차리고 머물고 지켜보는 염지관(念止觀,)명상 등 다양한 알아차림 공부법들이 존재한다. 다만 모두 공통적인 것은 인위적인 명상법이나 수행법이 아니라 그저 ‘함 없이 함(無爲)’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존재함의 주체와 객체가 공존하는 것을 바라볼 수 있고, 이는 자신뿐만 아니라 외부의 대상 역시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수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알아차림 공부를 통해 대상을 바라보고 인지한다면 있는 그대로의 대상을 수용하고, 필터링 없이 정보가 인지될 수 있을 것이다.
- 주의집중 단계에서의 알아차림 공부법
앞서 인지과정은 외부의 자극에 대해 지각하고 그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라 했었다. 그리고 그 과정의 전개가 차이가 있을지라도 자극이 주어졌을 때 공통적으로 주의(注意)가 첫 단계로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주의의 단계 이후에는 <그림 1>에서 보았듯이 주의의 집중여부에 따라 필터를 거쳐 지각과 인식의 과정으로 넘어가게 된다. 외부의 자극(정보)이 필터에서 걸러지는 순간 이미 지각과 인식은 온전하게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게 되며, 그 이후에는 자신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기존의 지식과 정보에 비교‧대조하여 정보를 수용하고 결론을 도출하게 된다. 따라서 사람이 외부의 대상을 온전하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필터를 거치지 않은 주의집중의 단계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앞서 주의의 특성에 대해서 살펴본 바 있다. ‘선택성, 지속성, 분할성’의 세 가지 특성인데, 수많은 정보들 중 집중할 정보를 선택(선별)한다는 점과 지속적인 주의력을 유지하기 어려워 시간이 지나면 집중이 흩어진다는 점, 여러 요소에 주의하게 되면 집중의 정도가 옅어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성들이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주의 이후에서도 필터가 작동하지만 이미 주의의 단계에서도 대상에 대한 자극과 정보가 걸러지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사람이 무엇인가 자극을 접하고 그에 대해 주의가 집중되는 순간부터 대상에 대한 필터링의 여부가 결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주의 실패(attention failure)와 기억 실패(memory failure) 같은 실수도 주의 단계에서의 발생하는 문제이다. 리즌(Reason,1984)은 사람들이 주로 습관적인 행동의 실행과 주의의 복잡한 관계 때문에 여러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실수 역시 주의가 지닌 특성들 때문에 생기는데 주의 단계에서의 알아차림이 있다면 어떤 부분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무엇을 챙기려 하는지 잊지 않고 챙길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주의집중 단계에서 알아차림이 이루어진다면 내가 무엇을 주의하고 있는지, 어떤 것을 선택해서 주의하고 있는지, 어떻게 주의해서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온전하게 알아차릴 수 있다. 주의의 과정에서 온전하게 외부의 자극(정보)을 순수하게 보존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인지나 식별로의 과정에서 필터에 걸러지지 않고 대상의 있는 그대로를 인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그림 2>참고) 알아차림은 외부자극을 받아들이는 자신, 그리고 그러한 자신과 경계되는 외부의 대상 모두까지도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고 인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림 2> 주의집중에서의 알아차림에 따른 인지과정
Ⅳ. 결론
인지(認知 : 앎 : cognition)란 일상생활에서 각종 대상을 인식하고, 주의하고, 기억하고, 학습하고, 언어를 사용하고, 생각하고, 느끼고, 문제들을 해결하고, 여러 가지 숙련된 행위를 해내는 등 각종 생활 장면에서 마음의 작용과 관련된 앎이다. 이러한 앎을 어떻게 얻는지, 어떻게 조직화하여 변환시키는지, 어떻게 기억으로 저장되고 그 지식이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결정되는데 쓰여지는지 다루는 앎의 학문이 인지심리학이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사람이 무엇인가 외부의 자극에 대해 지각하고 반응할 때 비슷한 인지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본다. 인지의 개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 단계별로 과정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공통된 결론은 자극이 주어졌을 때 주의집중의 단계가 처음에 이루어진다는 점과 기존에 수집하고 저장한 기억들과 조합해서 인지의 결론을 도출한다는 점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 공통점으로 미루어 볼 때 어떠한 자극이 주어질 때 우리의 인지가 일어나는 첫 과정은 주의집중 단계가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실제로 새로운 자극들이 발생하더라도 주의집중을 하지 않으면 그 자극들은 그저 환경에 놓여있는 것일 뿐 우리의 인지 범위에 들어오지 못한다. 따라서 자극을 수용하고 인지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의집중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사람의 인지과정에는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정보를 걸러내는 필터와 같은 작용을 하는 과정이 있다. 이 과정은 주로 ‘주의’의 단계와 기존의 기억과 대조하여 추론하는 ‘식별(인식)’의 단계에서 이뤄진다.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내는 것이 짧은 순간 판단을 내리는데 효율적인 전략으로 사람의 생존본능에 연관된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외부의 자극이나 대상을 온전하게 인지하는데 방해물로도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필터에 걸러지는 과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자극이 주어졌을 때 필터링이 되지 않고 대상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어야 기존 사고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대상을 왜곡 없이 온전하게 인지하여 활용(반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대상을 온전히 인지하고 자극의 순수성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알아차림(awareness) 명상법이 그 방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 알아차림 명상법은 존 카밧진이 고안한 마음챙김(mindfulness)과도 같은 명상법으로 ‘지금 현재의 순간에 깨어 있는 상태로 나와 대상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바라보는 명상 기법’이다. 알아차림의 순간에는 ‘주체로서의 나’와 ‘객체로서의 나’가 공존하게 되어, 참 주인으로서 ‘나’가 존재하게 하고 또한 지극히 객관적으로 ‘나’를 인지할 수 있게 한다. 이는 ‘나’뿐만이 아닌 외부의 대상에도 마찬가지다. 일반적 인지에서는 기존의 지식에 습관적으로 비교‧대조하여 인식하지만 알아차림 상태에서는 대상을 굳이 비교하거나 대조할 필요가 없다. 그저 대상은 존재하는 대상 그 자체로 있게 되어 순수하게 우리에게 인지된다.
이 알아차림 공부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사람의 인지과정을 먼저 알아보았고, 앞서 언급한 필터링이 일어나는 구간인 주의집중 단계와 식별단계에서 알아차림이 이루어진다면 대상과 자극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식별의 단계는 인지과정을 어떻게 정의하고 단계를 어떻게 전개하느냐에 따라 그 표현과 과정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자극이 주어졌을 때 주의의 단계가 이뤄진다는 일관된 과정에 초점을 두어 알아차림 공부를 제시하였다.
또한 주의의 특성인 ‘선택성, 지속성, 분할성’의 특성들을 고려할 때, 이미 주의의 단계에서 집중(focusing)의 대상과 시간, 정도에 따라 정보가 걸러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주의집중의 단계에서 알아차림 공부가 이루어질 때 보다 효과적인 알아차림이 될 수 있으며, 정보의 순수성도 보존된 채 온전히 수용되고 인지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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