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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교서 영역英譯에 참여한 경험과 이후의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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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교서 영역英譯에 참여한 경험과 이후의 성찰

  • *[원불교신문] 2138호 , 이여원 기자, 2023년 9월 27일자 내용입니다.
  • 원광대 원불교사상연구원 주최, 백낙청 교수 초청 특강
  • 교서 영역 과정, 정역본 새 번역의 특징 등 생생한 경험 전달
  • 정역본 사용법과 향후 교서번역 개정 관련 제언도

“소태산 대종사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사상가다. 위대한 사상가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언어의 예술가다. 소태산 대종사의 언어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교전을 번역할 때, 봉독할 때도 이를 유념해야 한다”

백낙청 교수(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 계간 <창작과비평> 명예편집인, 전 교서정역위 영역팀)이 20여 년에 걸쳐 원불교 핵심교서인 <정전> <대종경> <정산종사법어> 영역(英譯)작업에 참여한 생생한 경험을 전했다.

9월 22일 원광대학교 프라임관 1층 컨퍼런스룸에서 ‘원불교 교서 영역(英譯)에 참여한 경험과 이후의 성찰’이란 주제로 진행된 초청 특강에서 백 교수는 “교서 정역위에 참여하게 된 것은 큰 복이었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세계적인 불교학자 로버트 버스웰 교수(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가 정역위에 참여하게 된 것을 개인적인 보람으로 여긴다고 부언한 백 교수는 “소태산 대종사는 원불교 교조이자 세계적 사상가임을 알아야 한다. 소태산 대종사가 친제한 <정전>은 그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유념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정역본 새 번역의 몇 가지 특징을 짚었다. 첫째가 ‘원불교’표기와 <정전> <대종경> 제목의 변화로, 원(Won)의 서체를 바꾸고 하이픈(-)을 넣어 원불교(Won-Buddhism)으로 한 단어를 만들었다. 개교표어에 대한 설명을 이어간 백 교수는 “‘물질문명/정신문명’이라는 용어가 교전에 나오기는 하지만 ‘개교표어’와 <정전> ‘개교의 동기’에서는 그냥 ‘물질’, ‘정신’이라 했다. 더 중요한 것은 서양 근대철학(또는 고대철학 이래로) 지배적인 물질/정신의 이분법을 소태산의 교법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정전> 교의편에 근거해 설명했다. 
 

불교용어의 활용도 정역본 새 번역의 특징 중 하나다. 남성 위주 표현도 교정했다. 이밖에도 ‘사은’과 ‘삼학’의 번역에서도 ‘삼학’은 이전 번역도 threefold learnings라고 했으나 threefold라 하면서 복수를 쓴 것은 어울리지 않고,‘학’을 더 넓게 해석해서 The Threefold Study로 수정(영어본 32~8면)했음을 설명했다. 또한 ‘일원상 서원문’ 번역 논의에서는 영역팀 내부에서 가장 격렬한 토론이 벌어진 사례임을 전하며, 지난한 과정 끝에 도출된 영역 내용을 설명했다.

남은 문제점들을 짚으며, 교서 영역에 참여한 경험과 이후의 성찰을 이어간 백 교수는 “‘원만’은 원불교의 가장 특징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는데 적절한 번역어를 끝내 찾지 못하고, ‘교법의 총설’에서는 ‘광대하고 원만한 종교’(<전서> 22면)를 ‘A broad and consummate religion’(영어본 5면)으로, ‘일원상 서원문’의 ‘원만하게’ 는 ‘perfectly’(영어본 9면)으로, ‘일원상법어’의 ‘원만 구족’은 ‘perfect and complete’(영어본 9~10면)으로 그때그때 달리 옮겼다”고 전했다. 

이어 백 교수는 “소태산 대종사의 ‘원만’은 ‘딱히 결함이랄 게 없이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roundly satisfactory?)의 뜻으로 대중에게 ‘완벽’을 요구하지 않는, 성인은 누구나 따를 수 있는 법을 가르치신다는 옛말에 부합하는 특징”임을 강조했다.

이와 연계해 최근 미주 현지에서 ‘일원상 서원문’의 ‘원만하게’ 번역과 관련한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은 충분히 이해되는 현상이라고 말한 백 교수는 “다만 ‘일원상 서원문’이 경전이 아닌 독경에 해당하므로 교헌 상의 절차를 밟지 않고도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충분한 준비와 교법에 맞는 과정을 거친 수정”을 전제했다. 
 

또한 수정작업의 일환으로 ‘일상수행의 요법’ 1~3조의 ‘심지(心地)’를 mind ground 대신 그냥 mind로 사용하는 것에도 동의할 수 없는 이유를 부언한 백 교수는 “‘마음’을 ‘성품’과 같은 뜻으로 쓰는 경우도 없지 않으나 성품자리가 마음으로 나타나는 것이므로, 성품자리를 마음의 바탕 곧 ‘심지(心地)’라 하여 경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마음(mind)과 구별한 것임”을 설명했다. 소태산 대종사의 한국어가 근대인의 익숙한 용법과 다른 경우들(‘심고’와 ‘기도’)의 번역 시 고충도 아울러 전했다. 

백 교수는 정역본 사용법과 향후 교서 번역 개정에 관해서도 “일단 현지 사정에 맞는 해설서 내지 주석서를 마련해 사용자의 반응을 살피고 공의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순리일 듯 하다”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백 교수는 “세계는 정신의 지도국, 도덕의 부모국으로 일컬어질 만한 지역과 인간집단이 필요한가?”라는 질문과 함께, ‘정신적 지도국’이 되기 위한 제언으로 현존 분단현실 극복과 자본주의 세계체제 관점에서 이를 감당하고 극복할 ‘정신개벽’에 대한 제언으로 강의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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